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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수 Feb 12. 2024

고사성어 365

2월 12일: 천석고황(泉石膏肓)

2월 12일의 고사성어(43)


천석고황(泉石膏肓)   


* 샘과 돌이 고황에 들었다.

* 《구당서(舊唐書)》 〈은일전(隱逸傳)〉


눈으로 읽으며 낭독하기

중국 당나라 때, 전유암(田游巖, 생몰미상 670년 전후 활동)이란 사람은 태학생(太學生)이었다가 뒤에 어머니와 아내를 데리고 태백산(太白山)으로 들어가 은거하였다. 조정에서 여러 번 벼슬을 주려고 불렸으나 사양하고 이번에는 기산(箕山)으로 숨었다. 전유암은 전설적인 은자(隱者)로서 요(堯) 임금이 자신의 왕위를 양보하려고 하자 이를 사양하면서 못 들을 말을 들었다며 시냇물에 가서 귀를 씻었다는 허유(許由)를 흠모했다. 전유암은 허유의 무덤 옆에 집을 짓고 스스로 ‘허유동린(許由東隣)’, 즉 ‘허유의 동쪽 이웃’이라고 부르며 자유롭게 살았다.

그의 고결한 명성을 듣고 당나라 고종(高宗)이 몸소 그를 방문하니, 전유암은 야인(野人)의 복장으로 근엄하게 인사를 올렸다. 황제가 그를 보면서 “선생은 근래 편안합니까”라며 안부를 물었다. 전유암은 “천석고황(泉石膏肓), 연하고질(煙霞痼疾)”이라면서 “다행히 태평성대를 만나 소요(逍遙)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천석고황, 연하고질’을 직역하자면 ‘샘과 돌이 고황에 들었고, 안개와 노을이 고질이 되다’ 정도가 된다. ‘고황’이란 ‘심장과 횡격막 사이’를 가리키는 단어인데, 가장 깊고 중요한 부분이란 뜻이다. ‘고질’은 고질병을 말한다. 전유암은 고질병(痼疾病)이 되다시피 산수(山水) 풍경(風景)을 좋아하여 다른 것에는 마음이 없다는 자신의 뜻을 이럴게 전한 것이다.

예로부터 권세나 부귀영화에 뜻이 없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산속 등지로 들어가 속세를 버린 채 고고하게 살았던 은자들이 많았다. 《장자(莊子)》 등에는 전유암이 흠모했던 허유를 비롯하여, 전설 속 제왕 황제가 찾아가 도를 물었다는 광성자(廣成子) 등이다. 세속을 초월한 이들의 정신세계는 훗날 중국은 물론 동양의 지식인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살어름판을 걷는 듯한 살벌한 벼슬살이에서 벗어나 전원에서 유유자적(悠悠自適)하고 싶은 심경을 이들 은자들의 행적을 추앙하는 글이나 생활에 담아 표현했다.


손으로 써보며 생각하기

* 천석고황(泉石膏肓), 연하고질(煙霞痼疾).

* 허유동린(許由東隣)

전설 속의 은자 허유는 임금 자리를 넘기려는 요 임금의 말에 못 들을 소리 들었다면서 냇물에 귀를 씻었다고 한다. 사진은 기산에 남은 허유의 무덤이다.(출처: 김영수)

* 유튜브 ‘김영수의 좀 알자 중국’: 하루 명언공부 2월 12일

- 출필고(出必告), 반필면(反必面).

- 나갈 때는 반드시 알리고, 돌아오면 반드시 얼굴을 보여라.

https://youtu.be/Q2kczkSikC8

출처: 창해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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