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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채동 Nov 01. 2021

그날

불꽃처럼 살다 불꽃처럼 떠난 여인의 삶이 슬퍼 그날도 오늘처럼 단풍은 이리도 붉었으리라. 


밀려드는 후회와 죄책감에 미안함에 가련함에 아쉬움에 불쌍함에 신을 향한 분노와 원망에 몸서리칠 때 그날도 오늘처럼 단풍은 이리도 붉었으리라.


무서워 혼자 잠도 못 자는 겁보를 홀로 두고 떠나와야 하는 애끓는 내 마음같이 그날도 오늘처럼 단풍은 이리도 붉었으리라. 


어색한 상복을 입고 슬픔을 목으로 목으로 삼키며 담담히 엄마를 보내는 딸들을 봐야 하는 그날도 오늘처럼 단풍은 이리도 붉었으리라. 


엄마 잃은 슬픔과 막막함에 힘들었을 딸들에게 아빠의 죽음과 뒷일을 말해버린 바보 같은 아빠가 된 그날도 오늘처럼 단풍은 이리도 붉었으리라. 


무심한 시간은 흘러 영원히 지워버린 그날이 오늘이 되고 단풍은 다시 또 붉어졌다.


불타는 저 산 위를 정답게 나는 까마귀 두 마리 

안아주듯 가깝게도, 삐친 듯 멀리도 

하늘 높이 솟구쳐도 오르고, 동그랗게 원도 그리며 한참을 잘도 난다. 


포수여! 

저 새는 그냥 두오. 

둘이 오래오래 함께 날게 

그냥 두오. 그냥 두오.

제발! 

제발!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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