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나라로 가는 길. 오항녕
[경연 : 평화로운 나라로 가는 길]
오항녕, 너머학교, 2016년 1월, 볼륨 177쪽.
경연. 노래나 춤 대결을 하는 競演이 아닌, 임금의 학문 수양을 위해 신하들이 유교의 경서와 역사를 가르치는 일을 의미하는 經筵입니다.
오항녕 교수는 제가 즐겨 찾아 읽는 분 중 한 명입니다. 전주대학교 역사문화학과 교수입니다. 가장 관심 있게 읽었던 책은 광해군을 바라보는 시선이 극명히 갈리는 책이었는데요. 오항녕 교수의 책 [광해군, 그 위험한 겨울]은 패륜에다, 무리한 왕궁 건설에 따른 백성들의 고충, 직접 죄를 조사하는 친국으로 폭군이라는 주장을, 명지대 사학과 한명기 교수는 그의 책 [광해군]에서 조선의 미래를 고민한 군주로 평가하는 각기 다른 시선을 보여준 책이었습니다. 같은 역사적 사실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시선은 각기 다름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입니다.
책은 고려와 조선 시대에 진행된 경연과 관련하여 이해하기 쉽게 짤막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조선시대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文治의 시대’입니다. 문치라고 하니 유약하다는 선입견을 갖기도 하는데요. 문치는 王道政治, 즉 덕성으로 정치를 하는 방법입니다. 그 반대편에 패도정치가 위치합니다.
경연이란 한자어 그대로 ‘경전을 공부하는 자리’입니다. 조선시대 경연을 관장한 기관은 집현전과 홍문관입니다. 집현전은 ‘훌륭한 사람들을 모아 놓은 관청’이라는 이름이고, 홍문관은 ‘문치를 넓히는 관청’이라는 의미입니다. 계유정난을 일으켜 단종을 폐위하고 스스로 왕좌에 오른 세조가 집현전을 없앤 까닭에, 그의 손자인 성종대에 집현전 부활보다는 홍문관에서 이 기능을 수행하도록 합니다.
경연은 배움과 교육의 정치제도인데요. 세상을 바꾸는 두 가지 방법으로 하나는 혁명이고, 나머지 하나는 배움과 교육입니다. 경연은 세상을 천천히, 그러나 강력하게 바꾸는 방법입니다.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합니다.
왕의 학습이 경연이라면, 왕이 될 세자를 대상으로 어린 시절부터 공부하는 것을 ‘서연’이라 합니다. 서연에서의 서 자는 책 書입니다.
경연이 활성화되어 잘 진행된 시기로는 영조와 정조 시대를 꼽습니다. 물론 워낙 영리하고 好學君主로 이름 날린 정조의 경우, 오히려 신하들에게 가르침을 배우기보단, 왕 스스로가 선생이 되는 경우였지만요.
반대로 경연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군왕을 뽑아보면 세조, 연산군, 광해군입니다. 세조는 집현전을 폐지하고, 왕 스스로 직접 강의를 진행하는 친강을 한 사람입니다. 연산군은 경연 자리에 내시를 대리출석 시키는 기행과 오늘날의 결석계에 해당하는 詩를 지을 정도로 경연을 싫어했습니다. 광해군은 친국하느라 경연할 시간을 낼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경연은 임금과 신하가 함께 공부하는 자리입니다. 단순히 공부만이 아니라 국정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경연은 학습을 통한 소통을 지향하는 제도로 기능합니다.
나온 지 10년도 더 된 이 책을 읽게 된 건, 대통령 파면으로 실시된 2025년 6월 3일을 대선을 앞두고, <알릴레오 북스>에서 선거전 방송으로 이 책의 저자와 책을 소개한 방송을 듣고였는데요. 한 마디로 말하자면 공부 열심히 하고, 소통 잘하는 사람을 지도자로 뽑자는 의미였다 생각됩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현대적 의미로 해석한다면, 대통령이 말하고 국무위원들이 ‘대통령 말씀’이라며 받아 적는 국무회의를 거부하고, 국무위원이 듣고 대통령이 열심히 듣는, 학생이 말하고 선생이 열심히 듣는, 시민이 말하고 장관이 듣는, 노동자가 말하고 사장이 듣는, 자녀가 말하고 부모가 열심히 듣는 그런 세상을 소망한다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상의하달이 아닌. 下意上達式 커뮤니케이션이 바람직한 모습입니다.
책을 출간한 너머학교, 너머북스는 좋은 책을 많이 간행하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이라면 찾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올해 16번째 책읽기
#오항녕 #경연 #평화로운 나라로 가는 길 #독후기록 #너머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