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은 고쳐질 수 있을까? 아니면 이 집을 떠나야만 하는 걸까?
살고 있는 집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내가 매일 들어와 머무는 이 집은 참으로 이상한 성질을 가졌다. 집은 따뜻하고 편안해야 하는데, 이 집은 언제나 춥고 어둡다. 벽에 걸린 창문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라 하더니, 이상하게도 이 창문은 언제나 구름 낀 날씨만 보여준다. 햇살은 들어올 줄 모르고, 바깥 세상은 마치 내가 사는 곳보다 더 험난해 보인다. 그럴 때마다 난 창문을 열고 바람을 불러보지만, 이 집은 절대 바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마치 세상 모든 게 틀렸다고 말하듯이.
그리고 이 집은 너무나도 무겁다. 아무리 깨끗하게 청소를 해도, 바닥에는 먼지가 끼고, 벽은 닿기만 하면 휘어질 것처럼 느껴진다. 어떤 날은 집이 나에게 고함을 지르는 것 같다. ‘넌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어.’라는 말이 들리는 듯한 날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난 이 집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어딘가 더 밝고, 따뜻한 곳으로.
이 집은 고쳐질 수 있을까? 아니면 이 집을 떠나야만 하는 걸까? 한참을 고민하게 된다. 따뜻함과 편안함을 찾고 싶은 나에게, 이 집은 너무 버거운 짐처럼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집에서 지치고 무거운 마음으로 잠을 청하던 중이었다.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순간에, 갑자기 방 안이 은은한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빛의 중심에서 누군가가 서 있었다. 그는 인간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았다. 마치 오래된 나무처럼 시간의 깊이가 느껴졌고, 그의 눈은 우주만큼 넓어 보였다.
"누구세요?" 나는 당황스러워 물었다.
그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는 너의 집이 고장 난 이유를 알 수 있는 자다."
그의 존재가 비현실적이었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그의 말에 이끌렸다. 그는 집 구석구석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었다. 마치 벽에 새겨진 균열과 구름 낀 창문, 먼지가 쌓인 바닥까지 모두를 이해하는 것처럼.
"이 집은 왜 이러죠? 난 분명히 노력했는데도 이 집은 늘 춥고 어둡고, 모든 게 엉망이에요. 아무리 닦고 청소
해도 더러워지기만 해요."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하지만 너는 집을 얼마나 돌봤지?"
나는 대답했다. "늘 돌보려고 했어요. 하지만 이 집은 제 말을 듣지 않고, 늘 불만투성이에요."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아주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 집을 네가 사랑한 적이 있니?"
순간 멍해졌다. 사랑? 난 그저 이 집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것뿐이었다.
사랑이란 단어는 생각해본 적조차 없었다.
"사랑이요? 집을 사랑할 수 있나요?"
그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모든 집은 사랑받길 원하지. 그렇지 않으면 집은 무너지기 시작하거든. 네가 보지 못한 것은, 이 집도 너처럼 사랑받고 싶어 했다는 거야."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난 이 집을 그저 불편한 공간으로만 여겼다. 내가 기대하는 모습대로 바뀌지 않는다고 불만만 품었고, 세상에서 제일 못난 집이라 여기며 벗어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한 번도 이 집을 진정으로 이해하려 하거나, 그 자체로 소중히 여겨본 적은 없었다.
그가 말했다. "사랑받지 못한 집은 춥고 어두워지지. 네가 그 집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중요해. 너는 이 집을 떠날 수도 있고, 혹은 이 집을 처음부터 다시 사랑할 수도 있어."
나는 그 말을 듣고 나서, 그동안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서서히 깨달아갔다. 내가 집을 문제로만 보았던 이유는, 사실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불만과 고통을 끌어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은 단지 그걸 반영한 공간에 불과했다.
그 신비한 존재는 사라졌지만, 그의 말은 나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나는 다시 집을 바라봤다. 여전히 창문은 흐렸고, 먼지는 쌓여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눈으로 보았다. 이제 나는 이 집이 내게 주었던 모든 시간과 보호에 감사했다. 집이 완벽할 필요는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집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