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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트리에서 발견된
답 없는 질문.

잠자는 보물들

by 우나다

요즘 들어 궁금한 게 너무 많다. 10년전에 묵혀놨던 박스가 궁금했다. 그래서 오밤 중에 꺼냈다. 신기했다.

내가 이걸 샀었지?, 어 이 작은 책은 뭐지? 정토불교대학 강의교재였다. 아주 작네?

애도 재웠으니 한번 읽어보자. 종교를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마루 종에 가르칠 교, 최상의 가르침이구나.

종교를 진리, 믿음의 범주로 나누는 구나. 실천적 불교까지 추가로 설명했네? 그렇군.


이렇게 작고 얇은 책에, 이렇게 무거운 내용이 어떻게? 들어 갔지? 보면서 놀랐다. 불교의 핵심 가르침은 이렇게 얇았구나. 그런데 실행은 어렵구나. 그래서 무거웠구나. 이 작디 작은 책이. 이렇게 가벼운 책이. 이토록 무겁고 묵직하게 나를 받쳐주고 있다. 아니, 누르고 있다고 해야하나? 그렇다.


그래서 난 헤르만 헤세가 쓴 싯다르타 책으로 달려갔다. 나의 본성을 알고 싶었다. 내가 마땅히 살아야할 삶이 뭔지 알고 싶다. 난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내가 누군지도, 뭐하는 지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헤르만 헤세의 생각이 나로 가는 길의 힌트라고 주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싯다르타에게 달려갔다. 아직 깨닫지 못한 싯다르타에게 손을 내밀었다. 책이 시작됐다. 함께 여행이 시작됐다. 난 고빈다가 되었고, 싯타르다가 되었고, 사문이 되었고, 창녀가 되었고, 보호 받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이 되었다.


답답했다. 알지 못했다. 알고 싶은데, 뭘 알고 싶은지도 모르게 되었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아포지아인가? 아니면 니체가 말한 허무한 사자인가? 난 아직 낙타도 아닌 거 같다. 그 짐도 싫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자도 아니다. 어린아이는 더더욱 아니다. 그냥 먼지같다. 표류만 하는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겠고 알고 싶은게 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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