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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녀사 May 20. 2024

갈팡질팡 자기표현 못 하는 아이

자기표현을 높여주는 효과적인 미술 활동


갈팡질팡 자기표현 못 하는 아이

:자기표현을 높여주는 효과적인 미술 활동



“자유롭게 꾸며보자!”

아마도 아이들이 미술 활동을 하며 가장 듣고 싶어서 하는 선생님의 말씀이지 않을까 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통제적인 지시를 받는 아이들이 '자유롭게'라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대부분의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양한 매체와 색들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창의적인 활동을 하기 바쁘다. 


그러나 몇몇 아이들은 선생님이 허용해준 자유를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이 색을 고를지 저 색을 고를지 긴 시간을 고민하며 활동을 즐기지 못하고 힘들어한다. 결국, 여러 색연필을 도화지 뒷면에 끄적일 뿐 선택하지 못하고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며 말한다.

“선생님이 골라주세요” 

나는 섣불리 “직접 골라야지, 얼마나 즐거운 일인데! 네가 좋아하는 색으로 꾸며보는 거야. 시작!”이라는 말로 독려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긴 시간 동안 고민하며 활동을 즐기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이 아이를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많은 임상 경험을 통해 자기 확신과 자기표현이 어려운 친구들에게 "해봐라"라는 응원의 말이 오히려 부담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경우에는 작은 활동의 과정에서 자기표현을 시도해보며 긍정적인 지지와 경험을 자주 접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지금 이 그림의 분위기는 차가운 것 같아? 따뜻한 것 같아?"라고 물어본다.

아이는 "이 그림은 겨울 배경이에요. 그래서 차가운 느낌이요. 그리고 바람이 불어서 춥죠."

라고 하면, 나는 "어쩐지, 겨울 느낌이 나더라."라고 말하며 여러 색의 색연필 중에 따뜻한 계열의 색과 차가운 계열의 색을 구분하여 책상 위에 나눠둔다. 이렇게만 분류해둬도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고민하며 자기표현에 어려움을 겪던 아이도 대부분은 자신이 선택한 겨울 느낌의 차가운 계열의 색연필로 작업을 시작한다. 


만약, 느낌에 대한 색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서로 좋아하는 색 3개 고르기 게임'을 하며 자기표현을 유도한다. 이때, 아이에게 우리가 고른 색으로 채색을 하는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여 선택에 대한 부담감을 주지 않도록 한다. 초기 만남 단계(약 2달 정도)에서는 어차피 선생님이 선택한 3가지 색으로 그림을 그리고 채색할 확률이 높으므로, 자신이 좋아하는 색 3개만 선택했다는 것에 대해 충분한 긍정적 지지를 보내어 자기표현을 시도해볼 수 있도록 돕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점진적으로 자기표현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형성해 준다면, 아이는 자기표현에 대해 갈팡질팡하지 않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10살의 두 여자아이는 비슷한 시기에 자기표현에 어려움으로 나를 만났었다. 한 친구는 종결을 앞두고 있었고, 한 친구는 최근에 종결했다. 몇 년이 흐른 지금, 두 아이는 더는 갈팡질팡하는 아이들이 아니다. 여전히 선택하는 것에 깊이 고민하며 또래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더 타인의 선택에 의지하거나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지 헷갈리지 않는다. 늘 작가가 강조하듯, 이 정도면 되었다. 무던하게 자기를 표현할 줄 알며 일상생활을 무던하게 겪어가면 된다. 나도 아이도 부모님도 만족하면 그만이다.           




남자 아동과 여자 아동의 어려움 호소 양상은 다소 결이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다. 남자 아동의 경우, 상당 부분 외현화된 문제행동으로 어려움을 표현하는 반면, 여자 아동의 경우, 대부분 내현화된 문제행동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여자 아동은 내현화된 문제행동인 자기표현의 부족으로 인해 학교생활과 또래 관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하게 자기표현을 하기 어려운 아동은 또래와의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학업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는 나의 유년기 경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어느 날이었다. 한밤중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는데, 이유는 가방에 넣어 두었던 시험지 때문이었다. 그날 학교에서는 시험을 보았고, 문제의 답은 '소방서'였지만, 한글 쓰기에 미숙했던 나는 '서방서'라고 오답을 적어 커다란 세모 표시를 받았다. 학교를 빨리 입학하여 7살에 학교에 들어간 나로서는 오답에 세모 표시를 해준 선생님께 그저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그러나 완벽함을 추구하시는 아버지께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우연히 발견한 시험지의 '서방서' 오답은 아버지의 욱 버튼을 눌러버리게 했다.

“이 답은 틀린 답이야, 세모처리도 안 되는 거야. 내일 담임선생님께 전화해서 틀렸다고 다시 확인해달라고 이야기해야겠어. 이렇게 표현한 답을 맞게 해주다니, 쯧쯧”이라고 말씀하시며 아버지는 내 시험지의 세모 표시 위에 빨간 매직으로 × 를 쳤다. 


마치 아버지의 그 빨간 매직 × 표시는 나의 표현을 부정당하는 것 같았다. 선생님이 맞다고 확인해주신 답에 굳이 × 표를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내성적인 아이가 부족한 한글 실력으로 용기를 내어 표현한 것을 부정당한 느낌이었다. 나를 보호해주고 아껴주어야 할 대상인 부모에게 부정당했던 어린 나의 감정은 자기 확신감과 자기표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서방서 사건’ 이후, 어린 나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더욱 집중하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시험을 잘 보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 사건 이후로 나는 자기 확신감이 떨어졌고, 자기표현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특히, 시험을 볼 때 어려움을 겪었다. 시험을 보는 날, 시험을 보는 교실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장 마지막까지 교실에 남아 시험문제를 풀었다. 이유는 내 답에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등생처럼 자신의 답을 체크 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나는 나의 표현에 부족함을 찾기 위해 남아있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시험시간이 끝날 때까지 가장 늦게 남아있는 습관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으며, 이러한 습관이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긍정적인 습관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사건과 기억이 존재하여, 내 심리적 이면에는 '표현의 불안감'이 지배적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내향적이고 자기표현이 부족했던 나는 늘 수동적인 아이였다. 스스로 자유에 대해 선택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본 적이 없다. 큰 용기를 내어 선택했을 때 돌아오는 것은 늘 부정적인 반응뿐이었고, 이러한 경험들은 자기 확신과 자기표현을 어렵게 만들었다. 갈팡질팡하며 자기표현이 어려운 아이들, 즉, 내현화된 어려움을 가진 친구들은 상대적으로 외현화된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보다 학교생활을 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왜냐하면, 이들은 교실에서 친구들을 때리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아 선생님들의 지적을 받을 일이 적고, 일반적으로 매우 조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 교사나 부모님은 아이가 무난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물론 이러한 자기확신감과 자기표현의 문제는 청소년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자유롭게 선택하고 책임져야 할 경우가 많아지며, 특히 입시가 큰 문제로 다가온다. 대학이라는 문턱에 진입하기 위해 자신의 전공을 선택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항상 부모님이 학원을 정해주고, 옷을 선택해주듯이 자신의 입시전공도 부모님이 선택해주었으면 한다.     


또한, 자기확신과 자기표현이 부족하다 보니 타인의 말에 쉽게 휩싸이기도 한다. 나도 그러한 경험을 했다. "너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잘 그렸잖아. 미술 전공해야 하는 거 아냐?"라는 말을 듣고 나는 입시 미술학원에 다녔고, 미술대학교에 진학했다. 만약 그때 누군가가 "너는 만화를 참 잘 그리더라. 애니메이션을 전공해야 하는 거 아냐?"라고 했다면, 애니메이션 학원에 등록하고 애니메이션 학교에 다녔을 것이다. 결국, 타인의 말에 휩쓸려 선택한 전공이었지만, 미술치료를 만나며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작가라는 직업을 통해 글로 승화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자기표현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떠밀리듯 정한 전공과 대학 선택으로 성인이 되어 많은 회의감을 경험하고 있다.      


이렇듯 아이는 성장하면서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하게 되고, 책임지는 일들도 많아질 것이다. 즉, 부모님과 선생님은 단순히 내현화된 문제특성으로 자기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눈에 띄지 않더라도, 잘 살펴보고 자기표현을 연습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자기확신감과 자기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도울 때, 부모나 치료사는 특정 접근 방식을 통해 아이를 지원할 수 있다. 이 아이들은 너무 많은 선택의 자유가 주어질 때 오히려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선택의 순간과 미술 활동시간이 즐거움이 아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으므로, 선택의 폭을 제한해주는 질문으로 다가가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다음 날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입고 갈 옷을 고를 때, "내일 입을 옷을 골라보자"라고 말하기보다는, "내일 날씨가 쌀쌀하다고 하니, 그걸 참고해서 내일 입을 옷을 골라보자"라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아이의 자기확신감과 자기표현을 향상시키는 첫 단계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아이의 자기표현 순간과 찰나를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꼭 소리 내 자기를 표현하는 것만이 자기표현은 아니다. 아이의 비언어적인 자기표현도 관심을 두자. 예를 들어, 아이가 최근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관심이 많아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많이 보며 좋아한다면, 그것 또한 아이의 자기표현 방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때 부모는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관한 대화를 이어나가고, 함께 관련된 문구류를 쇼핑해 볼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은 아이들의 자기 표현력을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들을 만나며 자주 느낀다. 아이들과 활동하며 아이들의 목소리가 제일 커지고 자기표현이 적극적일 때는 자신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유튜브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다. 

그 아무리 내향적이고 자기표현에 어려움을 갖는 아이일지라도, 이러한 주제는 언제나 아이들의 목소리를 크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기억하자. 


갈팡질팡하며 자기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미술 활동에는 다음과 같으며 이러한 활동은 아이들의 자기확신감을 길러주고 자기표현을 돕는 데 효과적이다.    

 

활동 1. 감정 카드를 활용한 ‘오늘의 내 감정’ 활동하기이다. 감정 카드란? 다양한 감정을 나타내는 그림이나 단어가 적힌 카드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매체이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를 많이 알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풍부한 감정 언어를 획득하는 것이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오늘의 내 감정’ 활동은 자신의 하루 동안의 감정을 탐색하고, 이를 작품으로 표현하며, 감정을 인식하고 자기를 표현하는데 효과적인 미술 활동이다.


활동순서로는 편안한 명상음악을 들으며 자신의 감정에 대해 생각해보기이다. 편안한 명상음악을 들으면서 오늘 하루 동안 느낀 감정들을 차분하게 되돌아볼 수 있다. 다음은 다양한 감정 카드에서 자신의 감정과 유사한 감정 선택하기이다. 여러 가지 감정 카드 중에서 오늘 자신이 느낀 감정과 유사한 감정을 3개에서 5개 정도 선택해본다. 다음은 도화지에 오늘의 자신을 그려보기이다. 도화지 가운데에 오늘의 자신을 그림으로 표현해본다. 그리고 선택한 감정들을 글로 적어보기이다. 마지막 작품이 완성되면 치료사 또는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자각하고 작품으로 표현하여 긍정적인 자기표현을 돕는 과정이 될 것이다. 

오늘의 내감정


활동 2. 감정 동그라미 활동은 치료사가 제시한 다양한 감정을 동그라미에 표현해보는 과정으로, 감정인식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이 나타나는 상황을 탐색하고, 감정에 따른 표정을 치료사와 함께 그려보며 말로 표현해보는 과정을 통해 자기표현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활동순서로는 물감과 붓을 활용하여 다양한 크기와 색으로 동그라미들을 그려보고, 물감이 건조되는 동안 다양한 감정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본다. 예를 들어 “네가 알고 있는 감정들을 이야기해 볼까?”라고 대화를 유도해본다. 다음으로는 건조된 동그라미 안에 아동이 언급한 감정들을 표정으로 표현해보며 작품을 완성해본다. 완성된 작품으로 아동이 이 감정들과 유사한 경험을 했는지 질문하고, 긍정적인 감정의 사건과 긍정적인 감정을 사건을 작품과 말로써 표현해본다.


감정동그라미

활동 3. ‘나 사용 설명서’는 자기인식을 돕는 미술 활동이다. 이 활동에서는 도화지에 자신의 감정과 생각, 그리고 강점과 약점을 탐색하고 그림으로 표현하여 완성하는 과정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를 통해 자기인식을 증진하고 자기표현을 도울 수 있다.


활동과정으로는 자신의 모습을 도화지에 그려본다. 활동에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아동의 현재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그 사진을 따라 그려보게 한다. 다음으로는 배경에 작은 문을 만들어본다. 인물이 그려진 종이에 작은 문 여러 개를 그려 오린다. 또 다른 종이를 뒷면에 붙여 오린 종이 문을 열면 메모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본다. 마지막으로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질문을 앞면에 적고, 뒷면에는 그 답을 적어본다. 예를 들어 앞면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 이름은?”이라고 적고, 종이 문 뒷면에는 “시나모롤”이라고 적어보는 것이다. 


작품 꾸미고 완성하였다면, 확장 할동으로 완성된 작품을 또래들과 돌려보며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제공하며 이 과정을 통해 아동은 자신을 표현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다른 친구들과의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와 친밀감을 높일 수 있다.


나 사용 설명서



#아동 #아동미술 #심리미술 #자기표현 #자기확신감 #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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