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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녀사 Jun 03. 2024

뭐, 어쩌겠어. 개 쪽팔리는 거지

고무줄처럼 늘어나라 자아존중감이여

만약 전교 회장 떨어지면개 쪽팔리는 거지

:고무줄처럼 늘어나라 자아존중감이여

(자아존중감을 향상시키는 미술 활동에 대하여)  


큰딸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입시공부로 바쁜 딸은 한국이 아닌 머나먼 타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어릴 때부터 자극추구와 지적 호기심이 넘쳐나던 딸은 고등학생이 되면 외국으로 떠나겠다고 늘 노래를 불렀다. 우여곡절 끝에 코로나19가 절정일 때 캐나다로 떠났고, 지금은 영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한국이든 외국이든 대입을 준비하는 입시생은 바쁜가 보다. 일주일에 한 번 안부를 묻는 카톡을 주고받을 뿐, 최근에는 그조차도 연락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딸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온 것이다.     

“엄마, 나 전교 회장 나갈 거야!”

“으잉?!”

멋지다는, 대견하다는 말이 나왔어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나의 반응은 당황스럽고 걱정스러운 감정이 섞인 “으잉?!”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런 내 맘과 다르게 딸은 설렘에 흥분된 듯 보였다.

“응! 다른 후보자들은 전부 영국 애들이야, 나만 외국인이지 뭐야.”

“와우! 멋있다! 멋져! 대단해! 영국 애들을 눌러버려! 대.한.민.국!” 

남편은 손뼉을 치며 큰 소리로 딸아이를 응원했다. 나는 그런 남편을 흘겨보았다. 부모로서 내 아이가 용기 내어 전교 회장에 지원한 것에 대해 정말 큰 기쁨을 느낀다. 과연 나였으면 가능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며, 저절로 대단하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러한 기쁨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영국으로 전학 간 지 8개월 차며, 그 8개월 동안 외국인이라는 무언의 차별과 넘을 수 없는 재력의 구조에 맘고생을 많이 했던 딸이었다.     

‘모두 외국인이라고 널 찍어주지 않을 것 같아.’

‘지네들끼리만 몰아줄 것 같아.’

‘너 표가 턱없이 부족할 것 같아.’

‘큰 표 차이로 떨어지면 상처받을 것 같은데.’

‘또다시 놀림감이 되지 않을까?’

라는 근심과 걱정이 가득 담긴 나의 마음을 차마 전할 수는 없었다. 대신, 초조함을 억누르며 무던하게 말할 뿐이었다.

“근데 엄마는 걱정이다. 다들 자기들끼리 찍어줄 것 같아.”

“맞아, 나만 외국인이더라고,”라며 딸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아니, 혹시 떨어지면 네가 상처받을까 봐.”

그러자 딸은,

“만약 전교 회장에서 떨어지면, 뭐, 개 쪽팔리는 거지 뭐! 하하하,” 하며 웃었다.     


통화를 듣고 있던 나와 남편, 아들 모두 딸아이의 반응에 빵 터져버렸다. 아무리 자아가 탄탄한 사람들도 시련 앞에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내공이 단단한 저명한 유명인들도 시련 앞에서 한없이 좌절했던 경험을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저마다의 힘듦으로 좌절하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하는데, 17살 딸아이는 오죽할까? ‘개 쪽팔린다’라는 다소 거칠고 상스러운 말에 웃긴 것도 있지만, 딸 아이의 솔직한 감정을 엿볼 수 있어서 ‘안심의 웃음’에 의미가 컸다. 

"떨어지면 며칠 정도만 부끄러우면 돼. 그보다 우선 공약부터 정하고 연설을 연습해야지!" 

씩씩하게 말하며, 딸아이는 자신의 공약을 가족에게 오래도록 이야기했다.


내가 운영하는 심리상담센터의 상담문의는 주로 문자로 오는 편이다. 부모님은 자녀에 대한 상담을 문의한다는 문자를 보내면, 나는 다음과 같이 문자로 답변을 드린다.      

안녕하세요. 심리상담센터입니다. 상담문의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더욱 효과적인 상담을 제공하기 위해 몇 가지 추가 정보가 필요합니다. 아래의 질문에 답변해주시면 보다 나은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1. 아동의 이름 (성별, 나이):
2. 아동의 장점:
3. 아동의 어려움:
4. 상담을 통해 개선하고 싶은 호소문제:     
=답장    
1. 아동 이름: 김녀사 (여, 8살)
2. 아동의 장점: 밝고 쾌활하며 수더분합니다.
3. 아동의 어려움: 자기표현과 자기주장이 약하고 우유부단하며, 자아존중감이 낮은 편입니다. 또한, 예민하고 감정 기복이 심하며, 또래에게 휩쓸리고 사회성이 부족합니다.
4. 상담을 통해 개선하고 싶은 호소문제: 위의 모든 문제들을 개선하고 싶습니다.     

약 80%의 부모가 위와 같은 형식으로 초기문답을 작성하여 문자로 보내주신다. 아이의 장점은 항상 두 개 이하이고, 단점도 두 개 이하였던 적이 없다. 이러한 기준을 고려할 때, 내 자녀가 가진 무수히 많은 단점 행렬은 속상하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기준이 내 아이에게만 국한된 것일까? 지금 당장, 종이 한 귀퉁이에 자신의 장단점을 10개씩 써보면 어떨까? 단점 10개를 나열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장점을 10개씩 나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반 대상자를 떠나, 심리를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조차 자신의 장점을 10개 쓰는 것은 어렵다. 나르시시스트가 아닌 이상, 자신의 장점을 나열하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부모가 자녀를 양육할 때 아이의 장점을 기반으로 하는 것은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할 만큼 힘든 일이다.     


자녀를 양육하면서 '자아존중감'이라는 키워드를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부모님이 호소하는 아이의 문제를 살펴보아도 자녀의 자아존중감에 대한 고민이 압도적으로 많다.

"아이가 자아존중감이 낮아서 자기표현을 못 해요."

"아이가 자아존중감이 낮아서 친구들에게 휩쓸려 상처받아요."

"아이가 자아존중감이 낮아서 눈치를 많이 봐요. 맞벌이 가정이라 그런가 봐요."

"아이가 자아존중감이 낮아서 무슨 일만 생기면 눈물부터 보여요."

"아이가 자아존중감이 낮아서 항상 삐지고 토라져요. 기분을 풀어주는 것도 지쳐요."


이러한 부모님들의 고민을 보면, 자녀의 자아존중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아이가 학교와 가정에서 일상생활을 겪으며 발생하는 많은 문제의 기저에는 ‘자아존중감’이라는 핵심 요소가 있다. 긍정적인 자아존중감이 내면에 묵직하게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야 돌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신기하게도 많은 사람에게 자아존중감을 어떤 형질에 비유하는 질문을 했을 때 대부분은 강도를 떠올린다. 즉, 강할수록 자아존중감이 단단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강철처럼 단단한 강도가 자아존중감이 높은 것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강철이라는 것은 더욱 단단한 것을 만나면 부러질 수 있다. 그렇게 올곧고 수직만을 바라보던 단단한 강철 같던 자아존중감이 부러진다면, 그 후폭풍은 대단하다. 예를 들면, 대쪽 같던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다.     


아버지는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한마디 하지 않으며 자수성가하신 분이다. 젊었을 때부터 그 호리호리한 체구로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그렇게 악착같이 삶을 일구신 덕분에 우리 4식구는 부유하지는 않지만, 부족할 것 없이 잘 살았다. 그러나, 한때 한국사회에서 ‘일수’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주변 지인들이 ‘일수’로 재미 좀 봤다는 소리에 십수 년 몸으로만 일하던 사람이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일수’에 뛰어들었다. 결과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 수 있듯이, 커다란 손실을 얻으며 처참하게 마무리되었다.     

타격감은 대단했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털어버리고 나아가야 했다. 그러나 대쪽 같고 강철 같던 아버지는 털어버리고 나아가지 못했다. 속상한 마음에 자신을 잘 돌보지 않고 술을 자주 드셨으며, 그 결과 몸도 마음도 많이 나약해지셨다.     


이처럼 자아존중감은 단단한 강도가 아니라 유연성과 회복력으로 측정되어야 한다. 고무처럼 탄력 있는 자아존중감은 어떤 충격에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아버지가 조금 더 유연하게 삶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실수를 인정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면, 그의 자아존중감은 강철이 아니라 고무처럼 탄력 있게 유지되었을 것이다. 즉, 자아존중감은 강도와 비례하지 않는다. 대쪽같고 단단한 강철도 시련을 만나면 부러지고 꺾인다. 시련에 흔들리고 잠시 좌절을 경험하더라도 부러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높은 자아존중감은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을까? 그것은 마치 ‘고무줄’과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고무줄은 언제나 되돌아오는 탄성의 특성을 보인다. 힘을 가하면 늘어나고, 힘을 제거하면 원래의 길이로 되돌아간다. 또한, 고무줄은 신축성이 있어 큰 변형을 견딜 수 있으며, 반복적인 변형 후에도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는 복원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고무줄의 특수한 성질을 자아존중감에 빗대어 설명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대쪽같고 강철 같던 아버지가 커다란 시련 앞에 쓰러져 멈추고 말았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라는 속담처럼, 아버지는 어려움이나 실패를 만났을 때 이를 기회로 삼아 잠시 쉬거나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만약 아버지가 나의 큰딸과 같이 ‘고무줄’ 같은 탄력적인 자아존중감을 갖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에이, 망할, 개 쪽팔리네”라고 욕지거리를 질펀하게 내뱉고 지인들을 만나러 나가며, 고립된 생활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뭐, 예상했듯이 딸아이는 전교 회장에 떨어졌다. 간소한 차이도 아니고, 아마도 압도적인 표 차이로 영국 아이가 전교 회장이 되었을 것이다(추측하는 이유는, 딸아이가 몇 표 차이 안 나는 것 같다고 우겼기 때문이다. 마지막 자존심이라나). 우리 가족은 ‘고생했다. 대견하다’라는 따뜻한 지지의 말을 전했고, 딸은 “맞아, 도전에 의의를 두는 것이지 뭐, 그래도 당분간 며칠은 쪽팔릴 예정이야”라고 쿨하게 외치며 전화를 끊었다. 딸은 탈락의 시련에 적당히 아파했고, 고무줄의 복원력처럼 다시 자신을 되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 다행이었다.     


여기서 많은 분이 궁금해할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자아존중감이 낮은 부모의 양육으로 키워진 김녀사가 자신의 자녀를 고무줄처럼 탄력 있고 자아존중감을 높게 양육한 것에 대한 물음이다. 늘 강조하듯 나의 신조는 무던함이다. 아이들의 자아존중감 또한, 무던한 대화와 미술 활동으로 다가갔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강점과 약점에 대하여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이 고무줄처럼 탄력적인 자아존중감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 것 같다. 나 또한, 아이들과 장점과 약점에 관한 대화를 나누며 자아존중감을 긍정적으로 다졌다. 함께 성장한 것이다.


우리 가족은 오랜 나의 임상 마루타가 되며, 자아존중감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단점 찾는 것보다는 강점 찾는 것을 좋아하고, 단점을 찾고 그것을 강점으로 바꾸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물론, 모든 것을 다 갖출 수 없듯이 우리 아이들에게 고무줄 같은 자아존중감을 줬다면, 공부를 잘하는 우등생의 자질은 주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 뭐, 안타까울 따름이지만, 공부란 것도 언젠가 탄탄한 자아존중감이 뒷받침된다면,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고무줄같이 탄력적인 높은 자아존중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미술 활동은 다음과 같다.       

활동 1. 장점 발견하기 - 발바닥, 손바닥 꾸미기 활동이다. 이 활동은 가족과 함께하는 창의적이고 유익한 시간을 제공하며, 아이들이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고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활동방법으로는 도화지에 그림 도구를 이용하여 자신의 손과 발을 대고 그려본다. 다음에는 자신의 장점을 탐색해보고, 자신이 생각하는 장점을 손가락 수에 맞춰 적어본다. 예를 들어, "친절함", "용기", "창의성" 등을 적을 수 있다. 마지막 가족의 시선을 추가하기로, 나머지 빈 칸에는 가족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아이의 장점을 적어보며 작품을 완성해본다. 작품이 마무리 되면, 가족 구성원들끼리 함께 장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본다. 아이들은 자신의 장점을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고, 가족 구성원들은 아이들의 긍정적인 면을 인식할 수 있다.     

활동 2. 나와 닮은 동물을 찾아 가면을 만들어보기다. 이 활동은 자신의 장점을 찾는 것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이다. 자신의 장점을 탐색하고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면, 자신과 닮은 동물을 선택해보며 강점자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활동방법으로는 자신과 비슷한 동물을 선택해본다. 동물의 외모나 특징, 성격 등이 아동과 닮았다고 생각되는 동물이 될 수 있다. 다음에는 선택한 동물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다. 왜 이 동물이 멋지고 특별한지 생각해보며, 그 동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나 특성을 함께 공유해보는 것이 좋다. 선택한 동물의 장점을 기반으로, 가족이나 치료사와 함께 도화지에 써보며, 이 동물이 가진 특성이나 특징이 아동에게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이를 토대로 강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지막으로, 선택한 동물의 특징을 반영하여 클레이 색을 선택해보며, 이를 이용하여 동물 가면을 만들어본다. 이 가면은 아동이 선택한 동물의 특징을 담아내는 것이며, 아동의 강점과 연결되는 시각적인 상징이 된다.     

활동 3. 나의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하기 활동이다. 아동에게 자기인식과 자아강화를 돕는 효과적인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단점을 인식하고 긍정적인 태도로 이를 강점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긍정적인 자아존중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활동 방법으로는 먼저, 아이들이 우산을 쓰고 있는 자신을 그려본다. 다음으로, 물감과 스포이드를 사용하여 비가 오는 상황을 도화지에 창의적으로 표현해본다. 그리고 자신의 단점을 탐색해보고, 내리는 빗방울에 단점을 써보며 자신을 수용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가족 또는 치료사와 함께 자신의 단점을 강점으로 전환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다. 이러한 대화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이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은 아이들의 자아감을 높이고 긍정적인 자아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된다.     


#자아존중감 #미술활동 #아동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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