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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녀사 Jun 10. 2024

어머님, 오늘 수업은 애벌레입니다만

:창의력과 관찰능력이 솟아나는 자연물 미술 활동     

어머님, 오늘 수업은 애벌레입니다만

:창의력과 관찰능력이 솟아나는 자연물 미술 활동     


흰점박이꽃무늬애벌레

“우와!!! 선생님 최고!!!”

대왕 달팽이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자, 아이의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다. 작은 손으로 혹여나 달팽이를 다치게 할까 싶어, 조심스레 손바닥 위에 올려본다. 간지럽다고 까르르 웃어대기도 하고, 책에서 본 것보다 큰 것 같다며 커다란 눈으로 관찰하기 바쁘다.


“대왕 달팽이에게 이름 지어줘 볼까? 앞으로 네가 키워줘야 하거든.”

“정말요?!!! 대박!!! 너무 신난다! 고마워요!”


아이는 한동안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기쁨과 설렘을 몸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이내 번개처럼 빠르고 강해지기를 염원하며 ‘썬더’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나는 준비해간 책을 활용하여 달팽이에 대한 지식을 아이와 공유한다. 수명은 어떤지, 사육하는데 알맞은 온도와 습도, 주의할 점, 좋아하는 먹이들을 도화지에 기록해보며, 자신이 달팽이를 키우며 해야 할 하루 목록을 작성해보고 그려보는 활동을 진행한다.      

아이들이 활동에 집중하는 몰입의 정도는 다른 활동에 비해 깊고 강하다. 오감 발달을 촉발하는 질문들과 세밀한 것을 보고 관찰하며 기록하려는 미친 집중력의 모습을 보인다. 평상시 끔찍이 싫어하여 종류조차 관심 없던 채소에 대하여 골똘히 고민하기도 한다.


“선생님, 어린 달팽이들은 억센 채소보다는 부드러운 것을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부드러운 채소에는 뭐가 있어요?”


또한, 알맞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을 배우기 위해 평상시 더럽다고 만지지 않던 흙을 손으로 쥐어 만져보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다소 생소한 ‘칼슘’이라는 단어도 접해보며, 달팽이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것이 채소뿐만 아니라, 달걀 껍데기가 꼭 필요한 것을 책으로 학습하는 것이 아닌 실물을 보며 배워나간다.      

미친 몰입감으로 50분의 활동을 마친 아이들은 이제야 생각이 난 듯,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선생님, 엄마가 ‘썬더’키운다고 하면 싫어할 텐데, 키우지 말라고 할 것 같아요”

라고 걱정스럽게 말하면 나는 윙크하며 말해준다.

“걱정하지 마, 선생님만 믿어”


아이는 이내 ‘썬더’의 사육장을 들고 어머니에게 기분 좋게 뛰어간다. 아이는 행복한 얼굴로 미주알고주알 어머니께 많은 말들을 전달한다. 어머니는 대왕 달팽이와 아이가 꾸민 그림을 보며 입꼬리가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신다. 그리고 나와 함께 연습한 대사를 읊조리신다.

“우. 와. 이. 게. 뭐.야? 귀. 옆. 다. 하·하·하”     


물론, 이러한 자연물 활동을 하기 전에 부모님께 미리 공지를 드린다. 단, 공지만 미리 드릴뿐 부모님의 거절은 정중히 거절하며, 자연물 활동을 강행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자연물 활동과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활동은 일절 양보할 수 없는 이기적인 선생님이다. 초반, 학을 떼며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이던 부모님들도 이제는 체념한 듯 두 손으로 애벌레를 받아 드신다.     


대왕달팽이

올챙이, 구피 물고기, 장수풍뎅이, 대왕 달팽이, 배추흰나비, 흰 점박이 꽃무지 애벌레, 새우,  소라게, 고슴도치, 육지 거북이, 햄스터, 선인장, 잔디, 다육식물, 관엽식물, 수생식물, 밀가루, 쿠키 반죽, 떡 반죽, 소금, 쌀, 낙엽, 나뭇가지 등이 내가 사랑하는 미술 활동의 주인공들이다.      


나는 생물뿐만 아니라 식물도 무척 사랑하는 ‘식집사’ 이다. 자연물을 사랑하는 나의 사계절은 매우 바쁘다. 봄은 자연물 활동의 절정기이다. 우선 연못에서 막 부화한 올챙이들을 데려와야 한다. 올챙이들이 뒷다리부터 앞다리까지 자라고, 꼬리가 짧아지며, 아가미에서 허파로 호흡하는 멋진 성장 과정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은 으뜸가는 관찰기록 활동이다. 여름은 애벌레 활동에 알맞다.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를 직접 채집하는 것도 좋지만, 애벌레부터 번데기기의 부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더 좋다. 가을은 대왕 달팽이 활동이 적합하다. 열대지방에 사는 대왕 달팽이는 여름을 좋아한다. 이 때문에 몇 년 전 여름에 달팽이 활동을 진행해 보았으나, 생존율이 낮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유는 날씨가 너무 더워 미생물의 증식이 빨라지고 흙이 쉽게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달팽이를 키우던 나는 여름철 흙 관리를 철저히 했지만, 아동들에게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시행착오 끝에 대왕 달팽이 활동은 가을이 알맞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겨울은 주로 초록 식물들이 등장하는 시기이다. 화분을 꾸미고 직접 흙에 식물을 심어보기도 하며, 톱밥과 스타킹을 이용해 잔디를 심어보기도 한다.     


이렇게 나는 자연물 활동 준비를 위해 사계절을 바쁘게 보내고 있지만, 자연물 활동은 그만큼 큰 매력을 지니고 있다. 우선 자연물 활동은 아이들과 성인 모두에게 적용 가능하며, 창의력 증진, 오감 발달, 집중력 향상, 신체 활동, 사회적 상호작용,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장점을 가지고있다. 예를 들면, 신체 활동은 대왕 달팽이를 관리하기 위해 흙을 갈고, 채소를 하루에 한 번씩 챙겨주며 똥을 치우는 과정을 의미한다. 사회적 상호작용은 대왕 달팽이의 알을 친구들과 나누며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경험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렇듯 다양한 매력을 가진 자연물 활동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중에 유독 내가 자연물을 사랑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내 아이의 잠재적 내공을 쌓아주는데 으뜸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은 지극히 문과적인 성향이 강하다. 인물 책을 읽으면 사건의 흐름이나 역사에 대해 궁금해하기보다는 인물의 감정선과 서사에 관심이 많다. 즉, 안중근의 업적보다 그의 태명과 어린 시절 불리던 별명들, 부모님과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딸아이가 8살 때 학교에서 작성해온 활동지를 보고 남편과 한참을 배를 잡고 웃었던 적이 있었다. '바닷물을 가열하면 무엇이 되는가?'라는 질문이었고, '소금'이라는 답을 쓸 수 있도록 작은 괄호가 표시돼있었다. 그러나 문과적 성향이 뛰어난 나의 딸은 그 작은 괄호를 무시한 채 긴 답을 적었다.


‘파닥파닥 소금이 나에게 튈 것만 같아’                         


이러한 성향은 타고난 기질뿐만 아니라 양육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주 양육자인 나조차도 문과 성향이 강했다. 주말 나들이를 계획할 때, 내 성향을 반영하여 과학체험관보다는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선호했다. 집에 구비된 책들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인물 전집, 감성 동화 전집, 역사 전집이 많았고, 흔한 수학 전집은 우리 집에는 없었다.

그러나, 나는 자연물을 사랑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자연물을 집에 들이며, 아이들과 함께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을 즐겼다. 우리 집에는 무수히 많은 개구리와 장수풍뎅이가 한 해를 보냈고, 누군가 운동장에 버린 어린 고슴도치가 무지개 다리를 건널 때까지 4년간 함께했으며, 뷔페 한쪽 구석에 있던 식용달팽이가 아닌 식구로서 대왕 달팽이와 2년을 함께했다. 비록 나와 아이들이 전혀 이과적인 성향은 아니었지만, 자연물과 함께할 때만큼은 연구원 못지않게 관찰하며 기록하는 몰입을 경험했다.     


역시나 문과적인 성향이 강했던 딸아이는 중학생이 되며 국어와 역사와 같은 과목을 좋아했고 성적도 좋았다. 반면, 과학과 수학은 마지못해 꾸역꾸역 공부하는 정도였고, 점수도 50점대를 웃돌며 문과로 진로가 거의 확정되어갔다. 그리고 딸은 해외로 고등학교를 진학했다. 딸아이는 자신의 문과적 성향을 살려 캐나다에서 에세이를 마음껏 썼다. 어설픈 영작 실력이지만, 에세이를 쓰는 데는 진심이었다. 남편과 나는 아이의 이러한 장점을 살려 캐나다의 작은 소도시의 대학에 진학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소망을 품어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아이는 의사가 되겠다며 영국으로 전학을 원했다. 유학생들에게도 의사의 꿈이 실현될 수 있는 곳이 영국이라는 나라였다. 살인적인 물가와 학비를 고려하여 남편과 나는 경제적인 고민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과연 문과의 DNA가 가득하여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취미이자 특기였던 딸이 갑자기 왜 의사를 도전할까 하는 궁금증이 더 컸다.


“엄마, 의사를 도전하기 위해서 수학도 잘해야 하고, 과학도 잘해야 해서 짜증 나긴 하는데, 의술을 익히고 배우는 것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     


그런 딸을 바라보니, 과거 한 강연에서 최재천 교수님이 언급하신 내용이 떠오른다. 최재천 교수님은 글쓰기를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분으로, '개미와 곤충 박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어린 시절 글쓰기 대회에서 큰 상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만약 그때 자신이 글을 잘 쓰기 때문에 문학적 재능을 살려 작가의 길을 걸었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회상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최 교수님은 글 쓰는 재능을 선택하기보다는 자연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따라 많은 공부를 했다. 그 결과, 이과를 전공한 다른 분들과 달리 그는 문과적 성향을 무기로 삼아 수많은 책을 세상에 내놓으셨다.

   

자연물 활동의 가장 큰 장점은 문과적 DNA로 가득했던 아이의 잠재적 이과 능력을 다져준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연물을 관찰하고 기록할 때 보이는 미친 집중력은 과학 전집이나 수학 전집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경험이다. 자연물을 오감으로 느끼고, 집중력 있게 관찰하며 기록하는 과정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   


이러한 자연물 미술 활동은 창의력을 촉진하고 이과적 내공을 다지며, 미친 집중력을 키워준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와 함께 도전해보자.          

활동 1. 생물 편:대왕 달팽이 활동이다. 생물 편에는 대왕 달팽이뿐만 아니라 올챙이, 구피 물고기, 장수풍뎅이, 배추흰나비, 흰 점박이 꽃무지 애벌레, 새우, 소라게, 고슴도치, 육지 거북이, 햄스터 등이 포함된다. 이 활동은 생명의 이해와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자연과의 교감과 관찰 및 기록 능력 향상, 책임감 증대, 실습을 통한 학습, 창의적 사고 계발의 장점을 갖고 있다.

활동방법으로는 대왕 달팽이에 대한 정보를 책 또는 인터넷으로 함께 찾아본다. 대왕 달팽이의 특징과 주의사항을 도화지에 글과 그림으로 표현해본다. 다음으로는 아동이 책임감을 기를 수 있도록 하루에 해야 할 목록을 함께 작성해본다. 예를 들어, 습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면 분무질을 꼭 해주며 부드러운 채소를 소량으로 채집통에 넣어둔다. 미생물증식, 발레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취침 전에 남긴 채소와 배설물을 버린다. 와 같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 크기를 제보며, 성장을 점검해 기록하고 사진으로 남겨둔다. 도화지에 기록표를 만들어보며 실천해본다.      

@인스타그램 애벌레 활동과정

https://www.instagram.com/reel/C8LvTFkRL6k/?igsh=MWtpOXN0aWM4ZzJpaw==

@인스타그램 대왕달팽이 영상

https://www.instagram.com/reel/C52BIlQP__4/?igsh=YXJnMDk2eWEzcGxh

대왕달팽이활동

활동 2. 식물 편/잔디 심기 활동이다. 식물 편에는 잔디 심기 활동뿐만 아니라 선인장, 다육식물, 관엽식물, 수생식물 등이 포함된다. 씨앗을 심고 식물을 돌봄으로써 책임감과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으며 식물의 녹색은 시각적으로 편함을 주어 정신 건강과 실내 환경을 긍정적으로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활동방법으로는 식물을 심을 화분을 꾸며보는 것이다. 초벌 된 화분에 매직을 활용하여 다채롭게 꾸며본다. 나는 주로 화분에 식물의 이름과 긍정적인 멘트를 적어 꾸며보는 것을 선호한다. 다음으로는 식물을 식재하거나, 씨앗을 심어본다. 잔디 심기 활동일 경우 톱밥과 스타킹을 활용하여 씨앗을 심어본다. 흙에 심은 씨앗 보다는 발화가 빨리 되며, 잘 죽지 않는 이점이 있어,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생물 편과 같이 책임감과 관찰 및 기록의 힘을 키울 수 있도록 활동 표와 목록을 만들어본다.

@인스타그램 잔디심기 활동과정

https://www.instagram.com/reel/C4zUefOxXGP/?igsh=MXJhcHl6azlnanowcg==

잔디심고 정원꾸미기활동
소망다육이화분만들기
구피물고기와 수중생물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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