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의 불타는 승부욕으로 고민 상담을 하는 부모님이 늘어나고 있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오빠 둘을 둔 8살 여자아이도 이러한 승부욕 때문에 학교에서 또래와의 갈등이 잦아 걱정이 컷다.
"선생님, 오늘은 저랑 팔씨름 한 번 해요. 우리 집에서 제가 팔 힘이 가장 세요!"
"오호! 선생님도 제법 팔 힘이 센데 대결 한 번 해볼까?"
8살 여자아이는 머리에 핏대를 세우며 나를 이기기 위해 온 힘을 다 쏟는다. 물론, 나조차도 아이 둘 있는 아줌마 아니던가, 끙 한 번이면 아이의 손등을 가볍게 책상에 닿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럴 수는 없다. 너무 쉽게 져주면 아이들이 시시해 하고, 일부러 져준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그래서 엎치락뒤치락 밀고 당기기를 하며 져주기도 하고, 때로는 패배를 경험하게도 한다. 오늘도 8살 꼬마 아이에게 3판 중 한 번은 이기게 해줄 요량으로 계획을 잘 짜두었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펼친 끝에 아이의 손등을 책상에 닿게 하며 내가 이겼다.
“우와 선생님 정말 힘겹게 이겼다. 말도 안 돼, 네가 이렇게 힘이 센 줄은 몰랐어!”
라고 이야기하며 ‘비록 네가 졌지만, 너 정말 힘이 세더라’라는 메시지를 주며 아이의 동태를 살폈다. 그때 벼락같은 괴성이 온 방을 뒤흔들었다.
“아악! 내가 지다니! 말도 안 돼! 다시 해!”
물론, 게임에서 패배를 경험하면 아이마다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첫째, 눈과 코가 빨개지는 유형이다. 속상함에 말투는 애써 담담하게 “괜찮아요”라고 말하지만, 눈물이 핑 도는 것이다. 둘째, 속상함에 우기는 유형이다. “아 뭐야! 방금 판은 제가 실수한 것 같아요. 다시 다시!”를 외치며 아이답게 적당히 떼를 쓰는 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반응 정도는 적절하다고 본다. 어른도 패배를 경험하면 눈물이 핑 돌 때도 있고, 치사하고 부당하다며 토라지기도 한다. 하물며 어린 아동은 어떻겠는가.
그러나 8살 여자아이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일단 패배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자신에게 패배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왜곡된 믿음이 강하게 자리 잡은 듯 보였다. 그렇게 아이는 온방의 물건을 집어 던지며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시끄러운 소리가 방에서 들리자 거실에 있던 부모님이 오셨고, 나는 사건의 자초지종을 말씀드렸다.
“선생님, 우리 아이는 단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어요….”
아이는 나이 터울이 많은 오빠가 둘 있었다. 늦둥이로 태어난 아이가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처음에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동생을 울리기 싫어 모든 게임을 오빠들이 져주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막무가내인 동생의 떼를 듣기 싫어 모든 게임을 오빠들이 져줬다. 부모님 또한 막내딸의 승부욕을 당차고 야무진 모습으로 왜곡되게 바라보게 되며, 아이는 8년 동안 모든 게임에서 패배를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중 태어나서 처음으로 타인에게 져본 것이다.
“다시 해! 다시 해야 해!”라며 아이는 오랫동안 울부짖었다. 부모님은 아이의 이러한 고집이 낯설지 않은지,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며 아이의 기분을 풀어주려 노력했다. 그러면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려 나를 바라보았다.
“아가야, 나는 너랑 오늘은 게임 안 할 거야. 이건 내 마음이거든, 그리고 넌 똑똑한 아이니까, 시계 보이지? 긴 바늘이 6에 갈 때까지 울음을 멈추지 않으면 선생님은 갈 거야.”
게임에서 패배한 자신을 달래주기는커녕, 통제권을 쥐고 흔드는 선생님이 아이는 못마땅했는지, 더 큰 소리로 악을 쓰고 울었다. 그러나 나는 30분이 되자 아이와 부모님께 인사하고 집을 나섰다. 현관문 너머로 들리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마음이 아팠지만,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는 단호박 김 선생님이 되어야 할 때였다.
내 아이가 게임에서 패배하면 인정하지 못하고 뒤집히며 행패를 부리는 심리는 무엇일까? 심리학적으로 살펴보자면, 이는 욕구와 자아존중감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승부욕이 강한 사람은 인정 욕구와 성취 욕구가 높으며, 이러한 욕구들의 충족감이 자아존중감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아존중감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가정과 집이라는 작은 범위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우리 아이가 일상생활을 살아가다 보면 패배를 경험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내 아이가 승리라는 꽃길만 걷게 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공감할 수 있지만, 가정이 아닌, 학교와 사회에서조차 꽃길만 걷게 해줄 수는 없다. 많은 부모님이 어차피 사회에서 패배를 경험하며 쓰라린 아픔을 겪을 텐데, 가정에서는 잘 품어주고 승리를 경험해주고 싶다고 말씀하신다. 물론, 이러한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상담과정에서 아이의 성향과 호소문제를 고려하여 패배의 경험보다는 승리의 경험을 반복시키며 자아효능감과 자아존중감을 향상해주는 때도 있지만, 모든 상황에 이러한 방법이 적절한 것은 아니다.
앞선 사례와 같이 부정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8살 아동이 지나친 승부욕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며 의뢰되었던 상황은 아니었다. 아이는 학교생활에서 또래들과 교사와의 갈등으로 나를 만났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어린이집과 다르게 모둠과 함께 활동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많았다. 아이는 유독 이러한 모둠 활동에서 또래들과 갈등이 많았다. 자신이 속한 모둠이 한 모둠원의 실수로 실패하게 되면, 그 분노를 참지 못했다. ‘너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눈물과 비난의 말을 쏟아냈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으면 토라져 교실을 이탈하거나 집에 가겠다며 선생님을 난처하게 한 경우도 많았다. 부모님은 그저 아이가 자기주장이 강해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여 상담을 의뢰한 것이지만, 사회성 부족에 이면에는 잘못 형성된 승부욕에 대한 믿음 있었다.
가정에서 게임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 게임의 카테고리 안에는 보드게임, 미디어 게임, 승패가 구별되는 모든 행위의 것이 포함된다. 우선,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게임의 승패에 너무 깊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한다.
“네가 이기면 현질 시켜준다!”
“네가 이기면 오늘 핸드폰게임 무제한이다!”
등과 같이 중요한 의미를 두는 게임은 아이에게 부담감을 줄 수 있다. 아이로서는 이번 한판에 너무도 중요한 조건이 걸려있다. 혹시나 패배한다면 큰일이다. 그러기 때문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로 인해 아이는 경쟁적 성향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또는, 흔히 형제들이 있는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로 서로 경쟁을 부추기는 경우이다.
“지는 사람 오늘 화장실 청소하기”
“지는 사람 놀이방 청소하기”
등과 같이 게임의 과정을 즐기는 것이 아닌, 승패에 따라 부정적 강화물이 등장했을 때이다. 이러면 무조건 이겨야만 하는 강한 동기가 생긴다. 동생과 형과 함께 장난치며 놀던 수많은 놀잇감이 누군가가 혼자 청소를 해야만 하는 다소 억울한 상황이 펼쳐진다. 이와 더불어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제의 경우가 그렇다. 앞선 사례와 같이 정당한 게임을 하면 형님이 이길 확률이 높다. 형님은 당연한 결과에 만족하지만, 동생은 세상 억울하고 부당한 결과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부모님은 동생에게 유리한 이점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형님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부모님은 웃고 즐기고자 제시했던 게임이 너 죽고 나 죽자고 끝나며 대환장파티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여기에서 핵심은, 내 아이의 넘치는 승부욕과 패배감으로 인한 꼬장이 가정에서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 분명, 이 문제는 학교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가정에서의 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내 아이의 학교생활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는 승부욕과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는 문제행동을 어떻게 가정에서 개선할 수 있을까?
첫째, 게임의 승패에 너무 깊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이다. 어차피 치킨을 시킬 건데 이왕 게임에서 이긴 사람이 치킨브랜드와 메뉴를 선택하기와 같은 가벼운 목표로 설정해보는 것이다. 또는 어차피 핸드폰게임 1시간 할 수 있도록 약속을 정해두었다면, 더욱 즐겁게 핸드폰을 할 수 있도록 아이스크림 사오기 등과 같이 즐거운 목표로 설정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굳이 중요한 조건을 내걸어 아이의 경쟁적 성향을 부추길 필요는 없다.
핵심은 이 경쟁에서 패배했지만, 과정이 즐거웠고, 언제든지 이 경쟁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만큼 타격감이 없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둘째, 공평함이다. 경쟁의 과정에서 공정한 규칙에 따라 공평하게 결과를 받는 것이다. 형님이기에 양보하고, 동생이기에 양보를 받아야 만 하는 구조는 공평하지 못하다. 이런 경우 만약 형님이라면, 유독 학교에서 경쟁상황을 주면 거칠고 과격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또한, 동생이라면, 경쟁상황에서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며 친구를 비난하거나 쉽게 토라지기 일쑤이다.
패배를 받아들이는 중요한 요인은, 바로 부모의 공평함이라는 것이다. 이런 부모와의 신뢰로운 믿음 관계가 바탕이 되는 것이 핵심이다.
게임을 즐기고 결과에 승복하도록 돕는 미술 활동은 다음과 같다.
활동 1. 형제들도 공평하게 즐길 수 있는 포켓몬스터 카드 게임활동이다. 이 활동은 말 그대로 무작위 게임이다. 스킬이 좋아서 이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므로 형제간에 경쟁을 부추겨 부정적인 상황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활동방법으로는 포켓몬스터 카드 15장~20장과 5판의 점수를 적을 수 있는 종이를 준비한다.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하고 순서에 맞게 뒤집힌 카드를 열어보며 점수를 확인해본다. 각자 자신의 점수를 적고 〈 입 큰 수 부호를 활용하여 승패를 체크해본다. 이 게임에서의 중요한 점은 총점을 적어 승패를 나누는 것이 아닌 판 마다 승패를 입 큰 수로 체크해보는 것이다. 이는 총점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고 각 판 마다의 과정을 즐길 수 있다.
활동 2. 게임판 만들기 활동이다. 이 활동은 자신이 직접 게임판을 제작하고 게임판을 대여 봄으로써 자기 효능감과 자기 조절감을 경험하는 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활동과정으로는 도화지에 주사위게임판을 구상하고 만들어보는 것이다. 칸마다 벌칙과 보상을 적어보며 자신의 게임을 이용하는 친구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고민해본다. 이 게임에서의 중요한 점은 바로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초반 이 게임을 하는 친구들이 골탕먹고 힘들어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작한다. 그래서 골인을 향해 거의 다다랐을 때 벌칙 칸에 ‘처음으로 가시오’라는 글귀를 적기도 한다. 그러나 나와 함께 예시로 게임을 진행하며 자신이 만든 게임이 누군가에게 속상한 마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수정하며 게임판을 만들어 나간다. 이러한 성찰의 과정은 부모님과 선생님이 잔소리로 타이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겪어보고 느껴야 깨달을 수 있는 것으로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