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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녀사 Aug 05. 2024

대박, 사이다!

:내 아이의 스트레스 상태와 대처방안을 살펴보는 미술 활동

대박사이다!

:내 아이의 스트레스 상태와 대처방안을 살펴보는 미술 활동


“선생님,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도시가 잠겼어요”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 그림에 빗방울이 가득하다.      


“비는 며칠째 계속 오고 있고요. 굵은 장대비는 앞으로도 계속 올 거예요.”     

아이의 그림에는 여백이 거의 없었다. 

종이의 하단 부분은 물에 잠긴 도시로 빼곡히 채워졌고, 상단 부분은 거센 빗줄기로 가득했다.     

그리고 아이는 물에 잠긴 자동차 위에서 우산 없이 위태롭게 서 있는 인물이 자신이라고 설명했다.     


"선생님, 얘는 구조가 어려울 것 같아요. 비는 계속 오고 있고, 자동차는 곧 잠길 것이며, 우산도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않나요? 이 상황에서는 포기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모든 그림의 여백을 거센 빗방울로 표현한 이 아이는 높은 불안과 스트레스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나는 초기 만남에서 아이의 스트레스 반응을 평가하기 위해 척도와 그림 검사를 준비했고, 그 결과 아이가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리는 거센 장대비를 우산 없이 온몸으로 맞고 있는 아이가 안쓰러웠다. 자신이 어떤 노력을 해도 이 상황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단념을 통해 아이의 무기력감과 우울감도 살펴볼 수 있어 더욱 안타까웠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이토록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가 무엇일지 의문이 들었다. 그 또래 친구들이 고민하는 또래 관계의 문제인지, 과도한 학업의 문제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의외의 답이 아이의 입에서 나왔다.     


“동생이 진짜 싫어요”     


아이는 곧 동생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나에게 쏟아냈다.     


왜 자신이 동생에게 무조건 양보해야 하는지,

왜 동생의 생떼를 잠재우기 위해 자신이 희생해야 하는지,

왜 동생의 양육에 자신이 참여해야 하는지,

왜 규칙이 자신에게만 엄격한지,

왜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동생이 훼손해도 부모님은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것인지, 

    

아이는 씩씩거리며 처음 만난 나에게 동생으로 인한 자신의 억울한 감정을 토로했다.

나는 그저 서러운 감정을 쏟아내는 아이의 어깨를 토닥이며, 억울한 마음을 무던히 헤아려주었다.


그때, 동생이 언니의 방문을 노크도 없이 벌컥 열었다. 동생은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서 문을 열어본 눈치였다. 언니는 무례한 동생의 행동에 화가 나 꾸짖으려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동생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은 언니가 미술 수업 중이야. 궁금해도 문을 열지 말아 줄래? 언니가 방해받아.”     


라고 말하며 방문을 닫고, 문을 잠갔다. 닫힌 문 밖에서 동생의 칭얼거리는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인간 단호박이 되어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아이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이렇게 말했다.     

“대박, 사이다” 



@빗속의 사람 그림 활동 영상

https://www.instagram.com/reel/C-EPCxPtmqI/?igsh=MTgzb3lkNmxoN2I2OA==


우리 집도 그렇지만, 다른 집들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바로 형님과 동생 간의 생활사건들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생활사건'이라고 깔끔하게 정의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다. 이른 아침, 눈을 뜨고 화장실 전등 스위치를 누르는 것부터가 전쟁의 시작이다. 형님이 먼저 스위치를 누르면, 잠에서 덜 깬 동생의 생트집이 시작된다.     

"으앙! 내가 누르려고 했는데! 다시 꺼!”     


아이들의 등원준비로 바쁜 엄마는 시계를 재촉하며 큰아이의 억울한 마음을 이해하기보단 둘째의 불만을 신속히 잠재우기 위해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 짓는다.     


“엄마가 다시 껐으니까, 동생이 다시 켜보자, 알겠지?”     


어떤 날은 큰아이가 단념하듯 한숨을 쉬고 일이 마무리되기도 하지만, 또 어떤 날은 큰아이의 분노가 폭발하기도 한다.     


“왜! 내가 켠 것을 다시 꺼야 하는데! 왜! 동생이 하자는 대로 해야 해! 동생 미워!”라고 소리치며 동생을 한 대 쥐어박기라고 하면 대환상파티가 시작되는 것이다.     


과정과 결과를 살펴보면, 형님으로서는 참 억울할 수밖에 없다. 동생이 태어나면서 부모님의 사랑도 양보해야 하고, 소중한 장난감과 먹을 것을 동생의 생떼에 조건 없이 내줘야 할 때가 많다. 이뿐만 아니라, 일상에서의 소소한 문제를 결정할 때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 형님의 양보가 필수적이다.     


물론 동생으로서 억울한 일이 많을 수도 있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보면, 형이 동생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경우가 많고, 특히 나이 차이가 크거나 성격이 상반된 경우에 이 스트레스가 더욱 두드러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내가 마주하는 아이들의 중 90%가 형제자매 중 첫째인 것을 고려할 때, 이러한 연구 결과를 더욱 뒷받침할 수 있다.     


양보와 스트레스는 정신 건강과 밀접하게 관련된 중요한 주제이다. 양보란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여 요구와 의견을 수용하며 자신의 견해를 일부 양보하는 행동을 말한다. 그러나 과도한 양보와 불균형 관계에서는 부정적인 양보의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항상 동생에게 양보하는 경우, 형은 자신의 욕구나 의견이 무시당한다고 느끼면서 스트레스가 증가할 수 있다.     


앞선 사례와 같이 많은 부모님은 아이의 문제행동의 원인으로 동생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예상하신다. 동생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림 검사를 통해 큰아이가 이토록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신기하게도 210mm×297mm의 작은 A4 용지 안에 아이의 스트레스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 그림을 통해 아이의 무의식적인 부분을 탐색할 수 있으며, 특히 스트레스와 관련된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평가하는 데 효과적이다.


상담 현장에서 이 그림을 평가할 때는 여러 항목을 기반으로 채점한다. 예를 들어, 내리는 빗방울의 표현과 인물의 표현 등 세부적인 사항을 점수로 매겨 스트레스 요인과 스트레스 대처 방안을 객관적인 점수로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이들의 미술 활동 과정에서 아이의 스트레스 요인을 살펴보는 것을 목표로 하므로 이런 구조화된 채점방식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 앞선 사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이의 그림과 대화만으로도 아이의 높은 스트레스와 정서적 불안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을 기억해보자.     


우리가 이번 장에서 살펴볼 것은 그림을 통해 내 아이의 스트레스와 관련된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아이는 비록 나이가 어리지만, 자신만의 기준으로 삶을 살아가며 일상 속에서 다양한 생활 사건으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이 그림을 아이와 함께 활동하며, 부모는 아이가 느끼는 스트레스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이끌어가기를 권장한다. 스트레스의 대상이 가족이든, 친구든, 부모는 판단 없이 아이의 스트레스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무던하게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은 그림을 통해 아이와 스트레스라는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만약 아이가 동생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크게 느끼고 있다면, 부모는 자신의 양육 태도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공평함을 애정으로 느낀다. 예를 들어, "내가 켠 불을 다시 꺼버리고, 동생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을 보니, 부모님이 나보다 동생을 더 사랑하는 것 같다"는 식의 왜곡된 사고는 아이의 자아존중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형제자매 간의 불필요한 다툼을 유발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그림을 통해 애써 표현한 자신의 솔직한 스트레스 감정을 무심코 지나치지 않고 잘 읽어주는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네가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구나. 맘고생 많았겠다.”


라는 부모의 따뜻한 말 한마디면, 내 아이의 마음은 마치 내려치는 굵은 빗방울이 멈추고 아름다운 무지개와 햇님 가득한 날씨로 바뀌는 것처럼 변할 것이다.     


활동 1. 빗속의 사람 그림 활동이다. 기존 빗속의 사람 그림 검사에서는 A4용지에 연필, 지우개로 작업하는 것이지만, 이번 활동에서는 도화지와 채색 도구를 사용하여 자유롭게 완성해도 무관하다.

빗속에 사람을 그려줄 것을 지시할 뿐 어떤 말도 언급하지 않으며 대상자는 자유롭게 자신의 느낌에 따라 그림을 그려본다. 그림이 완성되면, 작품의 제목과 그림의 내용을 부모 또는 치료사와 함께 이야기해 본다. 그림의 주인공이 거센 비를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맞고 있다면, 주인공의 힘듦을 함께 공감해주고 부모 또는 치료사가 우산을 추가로 그려주며 긍정적 지지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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