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녀사네 장미 친구 수육이 이야기

by 김녀사


<김녀사네 장미 친구 수육이 이야기>


"내 이는 작지만, 식욕은 커요!"

:하나씩 아픈 곳이 늘어가는 시간 앞에서


다들 처음에 어떤 계기로 반려동물을 맞이하나요?

김녀사네는 친구 부부가 키우던 반려견을 보며 “우리도 한번 키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답니다. 사실 저는 자타공인 ‘개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었어요. 아무리 작은 강아지라도 그저 무섭기만 했거든요.


그런 저에게 친구네 반려견은 그 공포를 처음으로 허물어준 존재였습니다. 처음 만난 저에게 사납게 짖지도, 경계하지도 않고, 그저 “내 배 좀 긁어봐라” 하는 듯 배를 뒤집고 드러누워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얼마나 신기하고 사랑스럽던지요.


그 순간 깨달았어요.
‘아, 내가 그동안 알던 강아지와는 다르구나.’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라면… 나도 한번 도전해볼 수 있겠다.’


김녀사네 아이들에게도 그 강아지는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지금은 저보다 훌쩍 커버린 중학생 아들이 말도 제대로 못 하던 어린 시절부터, 그 강아지는 늘 곁에 있던 친구였거든요.


아들은 강아지를 방석에 태워 온 거실을 끌고 다니기도 하고, 아지트를 만들어준다며 온갖 물건을 모아 성처럼 둘러싸기도 했습니다. 그 안에서 둘은 참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우리 가족이 반려견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을 때, 우리는 장미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식사를 하던 중 아들의 한마디에 온 가족이 코끝이 찡해졌던 순간이 있었어요.
제가 무심코 “장미가 아마 우리 첫 반려견이자 마지막 반려견일 것 같아”라고 말하자, 아들이 단호하게 말하더군요.


“엄마, 우리 첫 강아지는 수육이야. 수육이가 첫 반려견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맞습니다. 아들의 말처럼, 말도 서툴던 꼬꼬마 시절부터 함께 놀며 자란 이모네 강아지 수육이가 우리 가족에게는 이미 ‘첫 반려견’이었던 것입니다.


이렇듯 우리 가족이 반려견을 맞이하게 된 데에는 큰 역할을 해준,
이는 작지만 식욕만은 커다랗고 왕성한 사랑스러운 열두 살의 으르신 동생, 수육이의 이야기를 이제 시작해보려 합니다.




수육이 보호자님, 수육이와 처음 만났던 순간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결혼을 하고 나서 강아지를 키워볼까 하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주고받았던 적이 있었어요. 그러다 시간이 흐르고, 저희 부부가 슬픔과 아픔을 겪고 있을 때 남편이 먼저 “강아지 키워볼까?” 하고 말을 꺼냈습니다. 저를 위로해주고 싶었던 마음이었겠지요.


그렇게 짧은 고민 끝에 분양샵을 찾게 되었어요. 유리장 안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은 못생기고, 통통한 몸에 어딘가 어설퍼 보이던 아이가 있었어요. 약간 사시가 있고, 혀를 살짝 내밀고 있었던 그 아이는, 아련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어요. 마치 “나를 데려가 달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그렇게 수육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작은 유리장 안에서도 배변을 가릴 줄 알 만큼 똑똑한 아이였고, 집에 데려온 후에도 비교적 수월하게 적응해 주었어요. 그래서 처음 반려견을 키우는 저도 큰 어려움 없이 수육이와의 삶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수육이가 나이를 먹고 있다는 걸 언제 처음 실감하셨나요?


남편은 수육이가 여덟 살쯤 되었을 때 산책을 하며 처음 느꼈다고 해요. 예전처럼 힘차게 걷기보다 조금은 지친 듯한 모습, 그리고 호기심이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또 예전에는 아무리 늦게 퇴근해도 꼬리를 흔들며 마중을 나왔던 아이가, 요즘은 자고 있다가 일어나지 않는 날도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수육이가 열 살 때 심장판막질환 진단을 받은 이후에야 ‘아, 이제 나이가 들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산책 중에 “나이가 들어 보이네요”라는 말을 들어도 속으로는 ‘무슨 소리야’ 하며 넘겼거든요.
(고슴도치 엄마의 마음이 이런 걸까요?)


지금도 수육이는 밥을 정말 잘 먹어요. 그 모습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게 되는 것 같아요.


노령견으로서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희 부부의 가장 큰 바람은, 수육이가 마지막까지 덜 아프고, 고통스럽지 않게 나이를 먹어가는 것입니다.

수육이는 올해 가을이면 열두 살이 됩니다.

이미 심장판막질환, 폐수종, 만성 방광염 등 여러 질환을 안고 있어요. 앞으로 또 어떤 증상이 나타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가장 걱정됩니다. 그래서 요즘은 그저 수육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잘 놀고, 편안하게 우리 곁에 머물러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노령견 수육이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마음 같아서는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주고 싶어요. 하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적절한 조절이 필요하니까, 그 마음을 꾹 참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육이가 얼마나 인지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다양한 곳을 다니고 싶어요.
수육이와 세 번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중 마당이 있는 숙소에서 지냈던 시간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흙을 밟으며 시간을 보내던 모습이 참 좋았거든요.

그런 시간을 더 많이 만들어주고 싶은데, 이게 혹시 제 욕심은 아닐까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노령견 수육이를 바라보며 보호자의 마음에는 어떤 감정이 자리하고 있나요?


수육이는 평생 심장약을 먹어야 합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약을 먹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커요.
그런데도 밥을 제때 찾아주고, 밥 달라고, 간식 달라고 짖어주는 모습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20~30분의 짧은 산책이지만, 발걸음이 가볍고 잠깐이라도 뛰는 모습을 보면 제 마음도 함께 뛰어요.
그 순간들이 참 소중하고, 참 고맙습니다.


혹시 수육이와의 이별을 대비해 미리 준비하고 계신 것이 있을까요?


수육이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사람 나이로 치면 이미 70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으로는 늘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가능하다면, 우리가 집에 있을 때, 우리의 곁에서 외롭지 않게 마지막을 맞이하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가끔은 그 순간을 상상하며 스스로 시뮬레이션을 해보기도 합니다. 근처 애견 장례식장을 찾아보기도 하고, 수육이를 기억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막연히 떠올려보기도 합니다.


전문가에게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은 무엇인가요?


슬기롭게 이별을 준비하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요?

수육이의 남은 시간 동안, 아이가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우리는 무엇을 해주는 게 좋을까요?


얼마 전 지인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는데, 숨이 멎은 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화장을 진행했다고 들었습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남편과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어요.

이별의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 필요한지, 아니면 현실적인 선택이 더 중요한지…
각자의 생각이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이별을 맞이하는 ‘적절한 시간과 방법’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수육이는 내 동생이자, 우리 아이들의 첫 반려견이자, 우리 장미의 영원한 베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