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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돌 Mar 24. 2024

영애씨! 숙제는 2주 후 제출입니다!

의사 선생님과의 알 수 없는 대화... 그 숙제는 무얼까?

의사 선생님의 알 수 없는 말에 당황한 영애씨... 빨리 그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었다.

"선생님! 염려라말씀하신 의미가 뭐에요?"

"그리고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건 또... 전 지금까지도 꿈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희 아들, 딸이 결혼을 했고, 처음 본 손자, 손녀도 생겼어요. 이렇게 갑자기... 그런데 이게 어떻게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거에요?

영애 씨는 흥분한 듯이 재촉하듯... 아니 의사 선생님에게 추궁하듯 쏘아붙였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은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예상이라도 한 듯이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말을 꺼냈다.


"영애씨! 혹시 처음 진료 온 날을 기억하세요?"

"네? 처음 진료 온 날이요?"

'내가 처음 여기 찾아온 날을 물어보는 건가? 난 지금이 처음인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당황스러웠다. 도무지 이 의사는 알 수 없는 말만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솔직히 전 기억나지 않아요. 아까도 얘기했듯이 전 이게 현실이라고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여기 온 적이 있었다고는 생각을 못했죠. 그런데 제가 언제 어떻게 처음 이곳에 온 거죠?"

"음... 영애 씨가 처음으로 이 병원에 오신 건 열흘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열흘 전이라고?'

"그때 영애 씨는 많이 피곤하셨는지 기력이 많이 저하된 상태였어요. 그때도 따님이 함께 오셨죠."

영애 씨는 그 말을 듣고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열 흘 전 이 병원에 방문했다고?'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 우리 애들... 남편 퇴근 시간에 맞춰서 저녁 준비를 하다가 잠든 기억이 거의

전부인 것 같아요. 그러고 나서 지금까지 알 수 없는 꿈같은 세상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의사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럴 수 있습니다. 영애 씨가 현실에서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어하셨으니깐..."

'이 사람은 왜 자꾸 알 수 없는 말로 나를 시험하는 거지?'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더 복잡해져만 갔다.

그런 영애 씨의 반응을 캐치한 것인지 의사 선생님은 재빨리 다음 대답을 이어갔다.

"영애씨! 지금은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꿈이라고 착각하는 것 또한, 영애씨에게는 꿈이 아닌 현실입니다."

"네? 지금도 현실이고... 과거 가족들을 만난 것도 현실이라고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꿈이 아니었고,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냥 현실이고 했다.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설명을 드리자면, 그때 영애 씨가 처음 방문을 하셨을 때 저와 상담을 했었습니다."

"많이 힘들다는 표현을 하셨죠. 최근 들어 과거의 사람들이 많이 그리워진다고..."

"잠이 부족하고, 입 맛이 떨어지는 것 같다는 말씀도 하셨죠.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과 어머니에 대한

그림움이 커지는 것 같다고..."

이제 조금씩 기억이 떠올랐다. 최근 들어 우울한 기분이 드는 시간이 많았었다.

부쩍 체력이 약해진 것을 느꼈었고, 무기력감이 느껴졌다. 그럴 때마다 '옆에 누군가 있었더라면 어떘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만약 내 옆에 엄마가 있었더라면 지금 나에게 어떤 말을 해주었을까? 나이가 들었어도 엄마는 항상 자식을

어린애처럼 봐주시니... 나에게도 필요한 조언을 해주시지 않았을까 하는...'

그리고 남편...

며칠 전, 제사를 지냈다는 것을 떠올려보았다. 그렇다. 이미 세상을 떠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게 사실이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기에 이제는 혼자서 잘해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혼자서 가족을 이끌어가기에는 여전히 버거움이 크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 버거움을 채워 줄 수 있는 존재는 남편이 유일했다.

'만약 남편이 아직 옆에 있었더라면... 지금과 같이 지내고 있었을까?'

라는 공허하지만, 아쉬운 생각이 최근 들어 자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들과 꿈이랑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인지? 진료는 또 뭐고...'


한창 생각에 잠겨있는 듯한 영애씨를 의사 선생님은 잠자코 지켜보고 있었다.

"선생님! 그런데 이게 제가 꾼 꿈이랑 무슨 상관인 거죠? 이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생각을 마친 영애씨의 질문에...

"맞습니다. 누구나 그런 생각은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선택의 차이일 뿐이죠!"

"선택의 차이? 그건 또 무슨 말인가요? 제가 어떤 선택을 했다는 건가요?"

"네. 영애씨의 선택에 따라 현재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겁니다."

'어떤 선택을 했다는 거지?'

답답해하는 영애씨에게 의사 선생님이 먼저 말을 꺼냈다.

"영애씨, 지난번에 제가 드린 약은 현재 잘 복용하고 계신 건가요?"

'약? 그 딸이 주던 혈압약을 말하는 건가?'

"네. 혈압약이라면 딸이 챙겨주니깐 잘 먹고 있어요. 제가 생각했던 꿈 속에서는 말이죠."

"그 약 성분에 대해서 제가 드렸던 말씀도 기억을 못 하시겠군요?"

의사 선생님은 당황한 영애씨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찬찬히 설명을 이어갔다.

왜 꿈과 현실의 분간이 되지 않는 건지... 그리고 마치 현실 같은 꿈은 왜 이렇게 오래가는 건지...

의사 선생님이 설명을 마치자 영애씨는 말문이 막혔다. 아니 더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는 감정을 겨우 참고 억눌렀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던 중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 똑! 똑!"

문이 열리고, 딸이 고개를 내밀었다.

"저기 선생님... 혹시 어머니한테 무슨 문제가 있으신가요? 말씀이 길어지시는 것 같아서... 일이 있는 건

아닌가 해서 한 번 들어와 봤습니다."

"아! 아닙니다. 생각 보다 시간이 꽤 길어진 것 같네요. 어머님이 약을 어떻게 복용하고 계신지...

시간 체크라던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좀 더 꼼꼼하게 일려 드린다는 게 이렇게 시간을 끌어버렸네요."

"기다리는걸 제가 잠시 깜빡했었네요. 영애씨! 이제 아시겠죠?"

의사 선생님의 물음에 영애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이제 조심해야겠네요."

"그럼 어머니 모시고 2주 주에 오시면 될 것 같네요. 시간 넉넉하니깐 약도 잘 챙겨드시고, 그때까지 숙제도 잘해오시면 좋겠네요."

"숙제요?" 딸이 놀라서 물었다.

"아! 제가 어머님께 혈압 관리 잘하시라고 내드린 특별 숙제가 있어요! 어머니 잘 아실 거예요!"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숙제 잘하고 오겠습니다!"

딸은 중간에서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기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지만, 크게 신경은 쓰지

않았다. 숙제라고 해봤자,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 딸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어머니! 괜찮나? 근데 뭐라고 하던데? 숙제가 뭔데요?

"그냥 얘기하는 거지. 숙제가 따로 있을게 뭐가 있겠노?"

"그런데 무슨 얘기를 그렇게 길게 하노? 난 또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밖에서 조마조마했네! 별일 없는 거 맞제?"

"그래! 일은 무슨 일...니네 엄마가 너무 건강해서 일인거지! 아무 일 없다!"

"다행이네! 우리 어머니 건강하다고 하니깐 진짜 기분 좋네! 점심 우리끼리 밖에서 먹고 들어가까?"

그렇게 딸과 근교의 맛집을 찾아 둘만의 데이트를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할머니!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꼬맹이들... 아니 손녀들이 들어오는 나에게 안겨 붙으며 애교를 떨어주었다.

"장모님! 오셨어요! 많이 늦으셨네요? 몸은 괜찮으세요?"

'그래. 이제 기억이 난다. 이건 꿈이 아니라는 것도 알겠다.'

사위와 손녀들의 모습을 봤을 때, 이제는 꿈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하게 느껴졌다.

벽에 걸려 있는 가족사진을 다시 보니, 익숙함이 느껴졌다.

딸의 결혼식... 큰 아들의 결혼식...

잠시 꿈이라고 착각했을 뿐, 실제 영애씨가 겪은 현실이란 걸 직감했다. 아니 또렷이 기억이 났다.

헛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또 다른 한 편으로는 기대감도 느껴졌다.

'지금까지 겪은 일들이 꿈이 아니었단 말이지?'

'이 모든 게 내 선택이라고 했지?'

'그래!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살아가는 이치니깐...'

'기왕 시작하게 된 숙제... 마무리하는 것도 내 선택이겠지?'

의사 선생님과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영애씨의 기분은 한층 나아진 듯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샤워를 하고 침대로 향했다.

'이제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겠다. 어떤 상황을 겪게 되더라도 이해가 가능하기에...'

'물론 이 역시도 꿈같은 일이긴 하지만... 현실이라고 하니...'


뭔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한결 편안해진 영애씨는 이 전과 달리 쉽게 잠이 들 수 있었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눈을 떴다.

이번에는 전처럼 당황하지 않았다. 예측가능하기에...


그럼 영애씨가 눈을 뜬 이곳은 과연....


다음 회에 계속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에필로그

꿈과 현실에서 혼란스러움을 겪어 온 영애씨...

의사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 무언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더 이상의 혼란스러움은 없어진 듯했다.

오히려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는 영애씨으 모습.

과연 의사 선생님과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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