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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돌 Apr 03. 2024

엄마! 병간호 하루만 할 수 있게 허락해줘요!

이렇게라도 엄마를 다시 마주할 수 있다니... 슬프지만 정말 좋네!

한참을 자고 눈을 뜬 영애 씨... 과연 이번에는 어떤 광경이 펼쳐지게 될까?

이제는 눈을 뜬 순간부터 불안하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호기심이 들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펴보았다.

역시나 낯선 공간이었다. 아니,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여긴 어디지? 분명 알고 있는 곳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순간 밖에서 분주한 소리가 들려왔다.

"언니야! 일어나야지! 어제 늦게까지 잠 못 잤나 보네. 병원 가는 날인데..."

둘째 동생의 목소리였다. 그렇다. 다시 영애 씨의 과거 시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 그래. 우리 집이었구나!' 그러나 분위기는 다른 집이었다.

어릴 적 으리으리한 큰 대문이 있거나, 넓은 마당이 있거나, 일을 도와주는 사람들의 방까지 내주던 그런

큰 집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가세가 기울게 되어 이사를 한 후의 집이었다.

이곳이 어딘지 그제야 기억이 났다. 그런데 동생이 한 말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병원 가는 날? 누가 또 아픈 건가? 왜 만날 꿈이건 현실이건 병원 가는 일이 많은 건지...'

'병원은 정말 싫은데... 짜증 나네...'


그렇게 동생의 말을 듣고 뭔가 급하게 움직여야 될 상황이라 생각이 들어 후다닥 이불을 정리한 후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이 시간이면 한창 아침을 준비하시던 엄마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다.

'어! 엄마 어디 갔지? 화장실 가셨나?'

"영자야! 엄마가 안 보이노? 어디 가셨나?"

순간 둘째 동생 영자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니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이 순간적으로 느껴졌다.

"언니야! 뭔 소리하노? 아직 잠 덜 깼나? 왜 그러노..."

'뭐지?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영애 씨는 답답해졌다. 더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언니야! 빨리 준비나 해라! 시간 없다! 버스 시간 맞춰서 나가야 시간 맞춰서 도착할 수 있다!"

'어디를 간다고 이렇게 급하게 서두르지? 아... 맞다! 병원 간다고 했지...'

'누가 검사를 받나? 병문안 가는 건가?'

주변 동생들이 너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어 이런 궁금증을 해소할 일말의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영애 씨도 그 상황에 맞춰 나갈 채비를 잽싸게 서둘렀다.


영애 씨와 둘째, 셋째 동생이 병원으로 향했다.

다행히 재빠르게 준비를 한 탓에 버스는 놓치지 않았다. 마을버스라 그런지 이른 시간임에도 붐볐다.

이 시기에는 자가용이 없었다. 지하철은 두말하면 잔소리일 테고...

병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읍내로 나가야 했다. 영애 씨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영자야! 그런데 병원에는 무슨 일이지? 내가 요즘 정신이 좀 없어서..."

"아이고! 언니야도 참! 정신없을게 따로 있지 그걸 까먹으면 어쩌노? 아버지 듣기라도 했으면 난리도

 아니었겠네!"

"아버지? 왜 아버지 입원하셨나?"

"자꾸 뭔 소리하노? 아버지는 지금 공장 때문에 술독에 빠져계시고... 지금 엄마 때문에 가잖아!"

"아... 그래. 내가 깜빡했네..."

영애 씨는 더 이상 물어볼 수 없었다. 아니 묻기 싫었다.

지난번 꿈에서 아니... 그것도 현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꿈이라고 믿고 싶었다.

어쨌든 지난번 꿈에서 그토록 그립고 보고 싶었던 엄마와의 만남이었는데... 그리고 좀 더 시간을 같이 보내며

하고 싶었던 얘기도 충분히 할 수 없었는데... 병원에 입원해 계신다고 했기에 그 뒷말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러 물어보지 않았다. 아니 불안한 상상이 현실이 같은 불길함과 이런 헛된 상상이

커져만 가는 자체가 싫었던 영애 씨였다.

'아닐 거야. 보통 내 짐작은 잘 맞지 않는 편이니깐... 이번에도 아닐 거야!'

'하긴... 만날 아침마다 식사 준비에... 이 집안에 제사가 좀 많았나? 일 년 365일을 거의 제사 준비를 해야

 되다 보니 엄마 몸이 성할 날이 있었겠나? 그저 몸살이겠지... 에휴~'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을 해야 영애 씨의 마음도 편안해질 것만 같아서...

그리고 불길한 생각을 더 키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또 하나, 아버지의 사업 실패... 영애 씨가 고등학교 진학 무렵 즈음이었다.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두부공장'이 예전만큼 잘 운영이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아! 그럼 지금이 그때구나... 아! 그러면 안 되는데....'

영애 씨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아니 뭔가 옥죄어 오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버스가 마침내 목적지인 병원에 도착했다.

솔직히 하차하기 싫었지만, 동생들이 손을 잡고 끄집어 내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

"언니 오늘 와이러노? 정신줄 놓은 사람처럼 이상하네... 엄마 볼 수 있겠나?"

"아... 아니다. 어제 잠을 잘 못 자서 피곤했나 보다."

그렇다. 지금 이 시기 엄마의 상태가 이제야 생각이 났다.


병원 3층으로 올라갔다. 동생들은 익숙한 듯 병실을 쉽게 찾아 들어갔다.

동생들처럼 쉽게 병실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아니 그런 용기가 나질 않았다.

순간의 상상이 현실로 마주치게 될 까봐 겁이 났다.

'아니겠지? 그냥 몸살이겠지? 아님 아버지 사업이 좀 안 좋아지시니 신경을 많이 쓰신 거겠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언니야! 뭐하노! 엄마 기다리신다! 빨리 들어온나!"

잠시라고 생각했지만, 혼자서 5분 정도밖에 머물러있었던 영애 씨를 보고 셋째 동생이 소리를 질렀다.

"그래.."


마음을 굳게 먹고 병실 안으로 들어간 영애 씨... 또 한 번 놀랐다.

"영애 왔나? 그냥 피곤할 텐데 좀 쉬지. 내 없으니깐 니가 고생이 많제? 애들도 챙기고 이것저것 할게 많제?"

생각보다 엄마의 목소리와 표정이 밝아 보였다. 영애 씨가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제야 영애 씨도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엄마! 좀 괜찮나? 나야 뭐... 당연히 해야 되는 일인데, 여기서까지 집안일 걱정하노?"

"몸은 좀 어떤데? 의사 선생님이 뭐라고 하시던데? 심각한 건 아니제? 언제 퇴원하는데?"

영애 씨는 자신도 모르게 폭풍 질문을 내질렀다. 마침 요즘 가수의 랩처럼...

그러나 영애 씨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니하지 못했다. 순간 정적이 흘렸다.

그리고 잠시 후, 엄마가

"그래... 나야 뭐 이제 늙어서 그렇지 괜찮다. 영애니가 힘들겠지... 아이고..."

그리고 눈물을 흘리셨다. 옆에 있던 동생들도 당황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흘겨보았다.

'뭐지? 이 반응은?'

"언니야! 오늘 좀 너무하네! 계속 병원에 왜 가는지, 누가 입원해 있는지 묻고! 지금 엄마 상태 진짜 모르나?"

"엄마 많이 아프잖아! 너무 많이 아프셔서 못 일어나잖아! 꼭 이렇게 말해야 되나?"

그렇게 말을 마친 둘째 동생은 병실을 뛰쳐나갔고, 셋째도 둘째 언니를 위로하기 위해 같이 나갔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엄마의 상태가 어떤지...

처음 상상했던 그 일이 지금의 영애 씨에게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아.. 그 시기만은 아닐 거라 빌고 또 빌었는데... 하필 왜 지금...'


영애 씨의 어머니는 영애 씨가 고등학교 진학하기 전 지병으로 돌아가셨었다. 지금이 바로 돌아가시기 직전의

시기인 셈이다. 영애 씨는 자신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엄마... 엄마..."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영애 씨를 엄마가 불렀다.

"영애야! 이리 가까이 좀 와봐라. 엄마가 지금 힘이 없어서 너한테 갈 수가 없네. 니가 여기로 와봐라"

힘없는 엄마의 말에 영애 씨는 엄마가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가 옆에 앉았다.

아무 말 없이 영애 씨를 꼬옥 껴안아 준 후, 다시 손을 꽉 잡으셨다.

"영애야! 엄마는 이제 몸이 다 된 것 같다. 미안하데이. 너한테 너무 큰 짐만 주고 가는 것 같네."

"아니다! 엄마. 힘들다. 계속 말하지 마라! 아직 약도 드시고, 치료받고 하면 나을 수 있으니깐 그런 소리

 더 이상 하지마래이! 내 화낼꺼데이!"


영애 씨는 이런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아니 인정해야 되는 상황인 것을 알면서도 인정하기 싫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엄마! 기운 좀 내라! 이제부터 내가 만날 옆에서 밥도 챙겨주고 할 거니깐 괜찮을 거다!"

"야는 참... 니가 여기 있으면 어쩌노? 니 아버지랑 동생들은 누가 챙겨주노?"

"나야 여기 있으면 간호사들도 있고 하니깐 괜찮다. 이런 거 안 보여주려고 병원 오지 말라 한 건데..."

"이제 얼굴 봤으니깐 됐다! 빨리 동생들 데리고 집에 가라! 엄마 좀 쉴게."

영애 씨 어머니는 미안한 마음에 딸들을 집으로 보내려 했다. 특히 맏이인 영애 씨에게 큰 짐을 맡겨야

된다는 생각에 더 이상 얼굴을 볼 면목이 없었던 것 같았다.


영애 씨는 알았다. 분명 이 순간... 아니 이 상황이 자신에게는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이것 역시도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영애 씨였다.

'그래! 분명 그때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어.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상황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고...'

'앞으로 2주간의 시간이 있다고 하셨으니..."


다시 한번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병실 밖으로 잠시 나가서 동생들을 찾았다.

"영자야! 언니가 오늘 참 못난 모습 보여서 많이 속상했제? 미안한데이..."

"그리고 부탁 하나만 하자! 오늘 너희들 먼저 집으로 가면 안 될까? 언니야가 오늘 하루는 엄마 옆에서 간호도

 좀 해드리면서 밥도 챙겨드리고, 엄마한테 할 얘기도 있고 해서... 영자 니가 하루만 동생들이랑 아버지 식사

 좀 챙겨드릴 수 있겠나? 언니가 부탁 좀 하자..."

그제야 동생들도 표정이 밝아졌다. 언니의 모습이 좀 전의 모습과는 달라졌음을 느꼈기에.

"알겠다. 언니야! 언니야가 엄마 옆에 있으면 우리도 좀 안심되지! 내가 애들이랑 아버지 밥 잘 챙길 테니깐

  언니야도 여기서 엄마 잘 봐래이!"

둘째 동생이 흔쾌히 부탁을 들어줘서 고마웠다.


그리고 다행이었다. 이런 시간을 만들 수 있어서.

처음이었다. 엄마와 이렇게 여유 있게 단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

항상 쉴 새 없이 바쁘고 분주한 엄마였기에... 이렇게나마 엄마와 둘 만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는 거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기도 했지만 이런 시간마저도 없었다면 더 화가

났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렇게 동생들을 먼저 집으로 돌려보내고 나서야 병실로 돌아왔다.

"엄마! 영자랑 숙이 먼저 집으로 보냈다. 오늘은 내가 하루종일 엄마 옆에 좀 있을라고!"

"야는! 뭔 소리하노? 니도 빨리 집에 가라!"

"됐거든! 오늘은 엄마가 뭐라고 잔소리해도 내가 있을 거거든! 힘도 없으면서 잔소리 좀 그만해라!"

영애 씨 어머니도 이런 상황이 싫지만은 않으신 듯, 못 이기는 척 가만히 있으셨다.

영애 씨는 여기저기 안마를 해드리며, 엄마 옆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다.

다시없을 소중한 시간임을 직각했기에...


그리고 지금까지 엄마에게 못 다했던 얘기를 해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에...

이 상황은 현재 영애 씨만이 알고 있는 것이다. 엄마와 그 가족들은 아무도 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더 슬프기도 하지만, 어쨌든 영애 씨는 일 분, 일 초가 중요한 순간이었다.

후회 없이 잘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엄마!...있잖아..."


다음 회차에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에필로그

다시 과거로 돌아온 영애 씨.

이건 분명 꿈이 아닌 현실의 순간이지만, 현실로 받아들이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마주하기 싫은 순간일 수도 있지만,

한 번은 마주해보고 싶은 그 순간으로 돌아오게 된 영애 씨.

엄마와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막막한 영애 씨.

예상치 못한 상황에 준비는 할 수 없었지만,

그동안에 엄마에 대한 그립고 사무쳤던 순간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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