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밥 묵았나?

어머니의 '밥'은 사랑의 또 다른 표현과 같은 듯...ㅎㅎㅎ

by 관돌

글을 한 편 쓰고 잠깐 쉬는 동안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어머니와는 하루 한 번은 꼭 통화를 하는 편이다.

(주변 사람들한테 이런 말을 하면 거의 기겁을 하던데...ㅋㅋㅋ)

"하루에 한 번 한다구요?"

"그렇게 할 말이 많아요?"

그리고 또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 중 하나가...

"전 누나랑 형이랑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통화하는데..."

"진짜요???... 대단하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나 많을까?"

이게 이상한 건가? ㅋㅋㅋ

여기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에 대해 나 또한 여전히 의문을 가짐과 동시에 미스터리다.ㅋㅋㅋ


오늘 어머니와의 통화 중에 내용 절반은 '밥'에 관한 것이었다.

손녀 학원 바래다주시고, 식사 준비하시느라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밥 잡쐈어요?"

"나야 뭐... 막내 공주가 할머니 힘들다고 소맥(?) 한 잔 준비해 줘서 비밀(?)로 하고 한 잔 했지!"

(분명 비밀이라고 했는데... 여기서 밝히고 말았네.ㅎㅎㅎ)

"니는 밥 묵았나?"

"난 그냥... 안 먹었다!"

"왜! 머라도 먹어야지!"

"아.. 그냥 초코파이 하나 먹었어요. 괜찮다. 별로 배 안 고파서..."

"그래도 묵아야 된다. 오늘 묵는 거 놓치면 내일 못 묵는 거고. 다 묵을 수 있을 때 묵어야지!"

"하루 한 끼가 얼마나 중요한데... 내일은 묵고 싶어도 못 묵는데이..."

"놓치지 말고 잘 좀 챙겨 묵아라. 혼자 있다고 그냥 넘기지 말고!"

"ㅋㅋㅋ 알겠어요. 내 잘 챙겨 먹는다."

"에휴... 참..."


이렇게 밥 얘기는 끝이 나고 다른 일상의 얘기를 하며 통화를 마쳤다.

밥...

그냥 배고프면 먹고, 아니면 별생각 없이 넘기는...

나에겐 아직 그다지 중요... 아니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어머니께서 이렇게 강조하실 만큼까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런데 통화를 하면서 어머니께서 얘기하시는 말씀은 단순히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의식주에서 나오는

단순한 그 '밥'의 의미로 느껴지지 않았다.


아들을 가까이에서 챙겨주지 못하시는 그 아쉬움과 사랑의 표현으로 느껴졌다.

"밥 많이 묵아래이!" 라는 말이 "우리 아들 정말 사랑한데이!" 처럼 들렸다.

'사랑'이라는 단어도 정말 달콤하고 따뜻한 단어지만...


오늘 만큼은 이상하게 들릴진 모르겠지만...

어머니 입에서 나온 '밥'이라는 말이 평소 알고 있는 '사랑'이라는 단어보다

열 배, 아니 백 배, 천 배, 억만 배로 더 다정하고 아름다운 단어로 들리고 느껴졌다.


"어머니도 밥 많이 드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친구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