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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얀 Mar 05. 2024

마음만은 42.195

밤 9시가 넘은 시간. 

카톡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  찰리 친구 엄마들 단톡방에서 시작되었다.  내일 뛸 마라톤이 문제였다. 나만 불안한 마음은 아니었나 보다.


리: 경보한다 생각하고.... 발목 삐지 말아야지 

하: 나는... 너무 떨린다. 내가 애보다 더 못 뛸까 봐 걱정이야. 

리: 뭐가 떨려. 

하: 이렇게 추운데 옷은 뭐 입어야 하지?

진: 경품 추천은 언제 하는 거지?

하: 맞다! 경품추천 때문에 마라톤 신청했던 거지! 

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 개막식 때 경품추천 하는 거야? 끝나고 하려나?

하: 완주해야 참여할 수 있다고 했어.

은: 지난번에는 시작 전에 했어. 

진: 열심히 달려야겠어요. 

하: 완주하면 도장 찍어준다고 들었어. 

진: 모두 하나씩 집에 들고 갈 수 있기를!!!

은: 현진이는 운동화도 샀어. 

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 지난번에 반스신고 뛰어서 제대로 못 뛰었다고 이번에 제대로 뛰어본데. 

리: 반스 신고도 제일 잘 뛰었는데ㅋㅋ

은: 이번에 시간 더 줄일 거래. 찰리가 더 잘 뛰어 같은데. 

하: 찰리는 뛰어본 적이 없어서 어느 정도인지 몰라. 

리: 애 둘이 들어오고 한참 있어야 우리 들어갈 거야. 안 봐도 비디오지. 

진: 아... 갑자기 걱정되네요. 심장마비 걸리는 건 아니겠죠?

하: 걸을 거면서 심장마비를 왜 걱정해. 

리: 나 작년에 10초 뛰었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 

은: 난 마라톤하면 무릎 나갈 거 같아. 

진: 언니! 작년에 얼마나 걸리셨어요? 

리: 나 40분대였던 거 같아. 

하: 그나저나 낼 잠바 입고 뛰어야 할까?

진: 뭘 입어야 할지 감이 안 와요.

은: 바람막이 정도 입으면 되지 않을까?

진: 아이들 야구 플리스는 더울까요?

은: 그건 더울 것 같아. 

하: 잠바는 많이 덥고 뛰는 동안에 무거울 것 같아. 

리: 작년에도 다들 겉옷은 벗고 하더라고. 처음에는 추운가 싶었는데 나중에 너무너무 더웠어. 

리: 준비운동 하라는 거 다 따라 해야 해. 그래야 관절 안나가. 

은: 끝나고 나서도 20~30분 몸 풀어줘야 한데. 

하: 얘들아. ㅋㅋㅋㅋㅋㅋㅋ 우리 꼭 42.195 준비하는 사람들 같아. 

리: ㅋㅋㅋㅋㅋㅋㅋㅋ

은: 아우... 우리 침대에 누워서 이러고 있는 거지? 

리: 다들 누워서 손가락으로 42.195 뛰는 느낌이다. 

은: 진짜 마라톤 풀코스 뛰는 줄 알겠어. 

진: ㅋㅋㅋ 머릿속은 뛰고 있는데 꼼짝을 못 하겠어요. 

하: 끝나고 경품 받고 맥주각이다. 

리: 아싸! 최고다. 맥주도 나눠주면 좋겠다. 


시작은 걱정이다 무섭다로 시작해서 다음 날 마라톤이 끝나고 맥주 한잔 마시면 좋겠다는 결론이 났다. 카톡에서 한바탕 42.195 준비를 끝내놓고 이제 빨리 자라고 아이들한테 이야기를 했다. 


"내일 뛰려면 빨리 자야해. 늦었다. 빨리 자자."


잘 준비와 동시에 신랑과 아이들이 내일 어떤 것을 입고 뛰냐며 묻기 시작했다. 평소에 옷에는 관심도 없던 사람인데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양말을 신을지 미리 고르고 있었다. 아이들도 아빠를 따라서 내일 입고 뛸 옷들을 챙기느라 잠자리 시간이 늦어지고 있었다. 5km지만 마음만은 풀코스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그렇게 내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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