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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얀 Feb 27. 2024

할머니의 대답

"할머니,  할머니 내가 더 이뻐? 고모가 더 이뻐?"

8살쯤 된 여자아이의 물음에 할머니는 그저 미소만 보이고 있었다. 아이는 계속해서 할머니에게 조르듯이 물었다. 

"할머니 대답을 해줘야지~~ 누가 더 이뻐?"

"엄마! 내가 더 이쁘지????"

여자아이와 14살 밖에 차이가 없는 어린 고모가 자신의 엄마한테  조르듯이  물었다.

웃기만 하던  할머니는  

"둘 다 이쁘지! 둘 다  내 새끼인데."

"아니 ~~ 그러니까  누가 더 이쁘냐고~~~~"

"고모는  딸이니까  이쁘고  너는 손녀니까 이쁘지"

"당연히 내가 이쁘지~~~~ 내가 고모보다  더 어리잖아~~~."

"야!!  어리다고  이쁘냐."

성인이라고 하지만 아직 어리기만 한  고모도  질 수 없다는 듯이  자기가  더 이쁘다고  우기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누구 편도  들 수 없으셨는지 웃기만 하시고  손녀딸과 자신의 딸이  징징거리면  그때마다  둘 다 이쁘다고만 하셨다.


그리고  성인이 되었을 무렵  어렸을 때 그 질문이  또  생각이  났었다.

" 할머니 그때 왜 대답을 안아줬어? 그냥 내가 어리니까  이쁘다고 해줘도 되잖아~."

"그래~~ 네가  더 이쁘다. 근데 둘 다 이쁜데  어쩌냐"

결국 그날의 대답도 명쾌히 내가 이쁘다고 듣지는 못한 셈이었다.


나이가 먹고도 가끔  그날의 할머니 웃음과  듣지 못한 답이  궁금하기도 했다.  

'왜 할머니는  그냥 나라고 해줘도 됐을 텐데.... 끝까지 우리 강아지가 이쁘다고 안 하신 걸까?'

배움도 짧고  한글도  80이 넘어서야  배우신  우리 할머니는 배움과는 다르게  참  센스 있고 현명하신 분이었다.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나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언젠가는  다시 물어봐야지 생각하며 지나간 날도 있었다. 어쩌면  나이가 들면서 고모랑 함께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없어서  물어보지 못했던 것 같았다.


드디어  고모와  함께  할머니를  만나는 날이 왔다.


"자 가족분들  모두  입관실로  들어와 주세요."

"손주들은 할머니 발 밑으로  서주시고요. 자녀분들은  양 옆으로 서 주시면 됩니다."

하얗고 작은  체구의 할머니가  차가운  곳에  누워계시는 게 보였다.  

'할머니...... 할머니....... 나왔어.'

입관절차에  맞춰 할머니를  관에 모시는 동안  속으로  할머니를 얼마나 불렀는지 모르겠었다.

마지막으로  자식, 손주, 손녀 나와서  한 마디  하라고 하셨다.  자식들 중에는  막내고모만이  앞으로 나와 울면서 할머니 얼굴을 쓰다듬었다.

"엄마.... 사랑해."

그 말을 듣는데  예전에  할머니한테 물었던 "누가 더 이뻐?"가 생각났다.

'할머니... 할머니  고모랑 나랑 누가 더 이뻐?'

마지막까지 듣지 못한  할머니의  대답이었지만 고모의 마지막  한마디로  답이  된 것 같았다.  둘 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과 손녀인데  할머니의 그 웃음에 사실  답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할머니......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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