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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Jul 06. 2024

오늘이  지금까지 최고의 생일이야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수다가 시작되었다. 6학년 남자아이의  입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얼마나 자랑하고 싶은 게  많은 것인지  대꾸하기도 바빴다.


"엄마! 엄마  나  진짜  오늘 선물 많이 받았어!!!."

작은 학교의 생일파티는  아이의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내주었다.  

"무슨 선물을 누구한테 받았는데???"

"야구공 2개, 4 ×4 큐브, 물방울 만들기, 손바닥만 한 인형, 그리고 이거 이거!"

피아노 위에  받은 선물들을 주욱 늘어뜨렸다. 피아노 선반이  다 채워지는 것 같다며  기뻐하는 아들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물방울 만드는 키트는 받았다고 저렇게  좋아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이  고심해서  골라주신  찰리 닮은  인형까지.

오늘은  작년에 졸업한  누나들도  시험이 끝나서 놀러 왔다고 했다.  마침  아이의 생일이라  누나들이 작은 인형선물도 함께 받았다며  눈에 행복이 가득 찼다.


아침 출근길에  사 오셨을까.  1교시를 생일파티로 시작했다. 읍내  유일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들 생일날  케이크를 사 오셨다.  케이크와 함께  준비해 주시는 선생님의 인형선물이 있다.  4명의 아이들 생김새와 비슷한 인형을 하나씩  선물로 주신다.  캐릭터 인형을 받은 친구, 곰인형을 받은 친구, 그리고 우리 아들까지.

며칠 전부터  선생님이  나는 어떤 동물을 닮았다고 생각하실까? 하며  엄마는  내가 어떤 동물을 닮았냐고  수차례 물어왔다. 강아지정도 아닐까 싶었다.

두구두구를 왜 치며 방에  몰래 숨겨두었던  코알라 인형을 가져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닮긴 닮았네 ㅎㅎㅎ."

"어디서 사주신 줄 알아?"

"어디서 사주셨는데???"

"다이소!!!"

"다이소에  너네 닮은 동물이  다 있는 게  더 신기하다!"

"어떻게 나랑 딱 닮은 인형을 사주셨지?!"

'5천 원짜리  인형에  좋아하는  6학년 남자아이라니 '



1교시부터  생일 축하파티를 끝내고, 오후가 되었을 때  졸업생 누나들이 사 온  닭강정 2마리. 친구들이랑  선생님이랑 누나들까지  순식간에  2마리를 다 먹었다며 그것 또한  신이 났다.

'닭강정 2마리에  저리 신나다니'


생일선물은 다른 거  필요 없고  자기가 원하는 저녁메뉴에  오락시간을 늘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원하는  메뉴를 듣고  웃음이 나왔지만  본인이 먹고 싶다는데  어쩔까 싶었다.  육회가 먹고 싶다는 말에  기분을 더 내봤다.  평소  아이가 좋아하던 염통꼬치까지. 육회와 염통꼬치를 포장해서 저녁을 먹었다.

학교에서도  생일파티하고, 엄마아빠와도 하고  선물에 자기가 원하는  메뉴 저녁까지.  학교에서 돌아온 이후  밥을 먹으면서도  수다가 계속 됐다.


"엄마, 나 오늘이 지금까지  최고의 생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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