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지속하지 않으면 오히려 몸에 해가 될 수 있다.’
60년 이상 마음에 두고 있던 구호다. 운동하지 않으면서 위로의 변명을 그럴듯하게 세웠다. 운동은 제대로 하는 게 없으니 자신감이 없었다. 어려서 환경이 산언저리에 살아 구기종목은 할 수 있는 여건이 못되었다. 가족과 함께 무엇인가 운동을 즐기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돈 주고 운동용품을 마음대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주변 형들이 권투를 하며 몇 번 기회를 주었지만 맞는 것이 싫어 그만두었다. 운동에 관심이 없어도 초등학교의 체육 시간은 즐거웠다. 학교가 개교하면서 입학한 처지라 운동장이 제대로 울타리가 없었다. 우리 학교는 야구부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야구는 부자가 하는 종목인데 왜 야구를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체육 시간은 야구부가 운동하면 우리는 운동장 밖으로 굴어가거나 날아간 야구공을 찾는 게 임무였다. 마치 보물찾기 하듯 풀숲에서 하나씩 찾아내는 게 재미있었다. 책상에 앉아 수업하는 것보다 놀면서 한 시간 보내는 것이 은근히 행복했다.
운동이 무엇인지 모르고 젊음이 갔다. 결혼 후 직업은 한보 탄광 통보광업소에서 시작했다. 광산은 출근부터 걸어서 산비탈을 올라간다. 근무도 갱도 안에서 작업자들이 작업하는 공간마다 순찰하려면 걸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삶이 걸어야 밥을 먹는 나그네가 되었다. 걷는 것에 이력은 청소년 시절부터다. 사춘기 방황하던 시절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함께 간 곳이 교회다. 교회를 다니게 된 계기는 간단하다. 집에서 시내를 통과해 구석진 곳이고 제일 먼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집이 싫어 시내를 배회하는 게 취미였고 무작정 걸어 다니며 시간 보내야 하는 내겐 그곳이 명당이었다. 이런 이력 때문인지 광산에서 현장을 걷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나 거부감은 없었다. 장화를 신고 걸어야 하므로 천천히 걸어야 했다. 또 안전 수칙상 광산에서는 뛰는 게 금지되어 있었다. 이곳저곳 갱도 구석을 안전 순찰하며 작업자를 만나고 작업지시를 하는 일이 쉬지는 않았지만 즐거웠다. 광부들과 두더지처럼 땅속에서 땀을 흘리며 가족을 위해 함께 동고동락했던 시간이 행복했었다. 걸어서 그들이 안전한가를 확인하며 난 걸어야 했고 건강해졌기 때문이다.
직장을 서울로 옮기면서 직업이 바뀌었다. 업은 광업에서 토목업으로 현장은 탄광에서 지하철로 변화가 생겼다.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같은 지하 작업장이다. 전생에 무슨 사건이 있었기에 땅속을 헤매었는지 모르겠다. 하늘을 두 개 둔 직업이니 보통 사람이 누릴 수 없는 특혜라고 혼자 자부한다. 지하에서 탄을 캐던 현장에서 돌과 흙을 캐는 작업이었다. 마찬가지로 걸어서 현장을 다닌다. 장화 대신 안전화로 바뀌어 걷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웠다. 1980~90년에는 걷는 것에 국민적 관심이 없었고 디지털 기기 문명도 아니었으니 걸음 수로 돈을 주는 문화도 당연히 없었다. 그래도 생업이고 걸어야 현장을 살펴볼 수 있으니 다리가 쥐가 나도록 걸었다. 지하에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은 정말 싫었지만 모든 일이 익숙해지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몸에 배듯 걸어서 현장점검도 시간이 지나며 습관화되었다.
현업에서 물러나고 노인이 되어 일자리로 걸어서 현장 점검하는 활동이 있었다. 남들은 힘들다고 선뜻 나서지 않았지만 걷는 기회다 싶어 손을 들었다. 인간이란 억지로라도 숙제가 주어져야 그 일을 힘들어도 하는 존재다. 걷는 습관도 일을 벗어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멈추었었다. 내 몸에 습관을 깨우는 일에 활동을 마다할 필요는 없었다. 억지로 몸에 족쇄를 채우고 싶었다. 선택은 탁월했다. 몸은 금방 걷는 것에 익숙함을 보였고 마음도 편하고 좋았다. 세월이 변해 디지털 기기도 발달해 걸으면 돈도 되었다. 지금은 다른 활동으로 열심히 걷고 있지만 운동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제껏 내가 한 활동이 운동이었다. 격렬한 축구나 배구, 야구, 농구처럼 몸을 쓰지 않아도 운동이라는 걸 70이 되어가며 알아가고 있다.
운동은 지속으로 하지 못할 바에 몸이 적응하는데 해가 될 수 있다고 회피했었는데 뒤돌아보니 걷는 것에 지속적이었다. 우연히 걸어야 식솔을 책임질 수 있는 직업이 걷게 했고 그것이 건강을 지켜온 방법이었다. 나의 그동안 지켜온 지론은 우물에서 물을 먹으며 물이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는 사람과 같았다는 생각에 웃음이 난다. 하지만 엉뚱한 지론을 보충하기 위해 식습관을 바르게 하겠노라 공언했었다. 자연에서 재료를 찾으려 노력하고 집밥을 먹으려 노력한 것 역시 우연이겠지만 또 다른 건강지킴이였음을 알 것 같다. 오늘도 건강 프로그램 애시청자인 아내는 속삭인다.
“ 아무리 명의나 생로병사를 보아도 건강은 먹는 것과 운동 외 없는 것 같아요”
“그럼 운동은 걷는 것이 기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