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 보면 별의별 일과 사건과 상황을 만나게 된다. 어쩌면 그것이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상황도 간혹 발생해 당황스럽게 만든다. 한 주전 아내의 지인이라는 A를 만났다. 친환경 농사로 귀농 닥터와 귀농 귀촌 멘토를 진행 중인 사람에게 멘티 권유를 위해서였다. 나와 아내는 이미 행복 멘티로 상담받은 상태라 아내가 신규 농업인 교육에서 만난 A를 추천하기로 했다.
“혹시 서류 작성하시다 문제가 있으시면 저에게 전화 주세요” 하며 명함을 주었다.
“어머 대단하시네요.”
“뭘요. 시간이 많아 이것저것 활동하고 강의도 하고 있습니다.”
“저의 남편도 정년 후 쉬고 있는데 함께 하면 안 될까요?”
“안 될 거야 없죠? 엔지니어시면 경기도에서 하는 기술 닥터 제도가 있습니다.”
“선생님께 추천한 제도는 초보 농부에게 선배 농부가 농사일에 관한 멘토로서 알려주는 제도이고 엔지니어는 기술적인 문제를 신생기업이나 후배들에게 멘토 하는 제도입니다.”
“어머 그래요? 그럼 시간 괜찮으시면 남편하고 다음 주 한번 만날 수 있을까요?”
아내와 연관된 일이고 추천한 일에 답도 듣고 싶어 만나기로 약속했다.
아내는 요양보호사 시험 준비 열심이다. 그래도 약속을 한 것이니 어쩔 수 없이 따라나섰다. 장소는 일 주전 A가 사전에 가보라고 권했던 카페다.
“여보 미리 가서 주변을 둘러보고 머리도 식힐 겸 차 한잔하고 옵시다.”아내와 들뜬 청춘처럼 소개해 준 장소로 차를 몰았다.
휴일이라 손님이 많았다. 조경된 곳을 가족이 즐길 수 있게 화로 형태로 만들어 장작을 사용해 고기를 구울 수 있었고 텐트 안에서 데이트 즐기며 차 마실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는 주차장에서부터 기가 죽었다. 차를 마땅히 주차할 곳이 없어 포장되지 않는 밭에 임시 주차했다. 신발에 흙이 묻지 않게 조심조심하며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손님이 마치 장날 장터에서 만난 사람 모양 줄지어 먹을 걸 고르고 들고선 모습이 낯설었다. 겨우 음료 두 잔 비싼 값을 치르고 들고나와 기분 내려니 자리가 없었다. 우왕좌왕 거리다 안내자의 배려로 한자리 텐트를 차지하고 손님이 오기 전 분위기 잡기를 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우리가 먼저 온 건 맞지만 최소한 어디 계시냐고 물을 시간인데 조용하다. 아내는 핸드폰 진동도 풀고 얼음을 녹이며 긴장된 모습이다. 기다려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
“전화해 볼까요 ”
“아니야 그냥 문자나 보내봐”
“뭐라 보내지 ”
“그냥 어디세요?”라고 보내라고 했다. 혹시 지난주 만났던 장소로 오해하고 그쪽에서 기다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나온 상대를 배려한 문구였다. 약속 시간이 훌쩍 지나고 아무런 소식이 없다.
“문자도 안 보는데요?”
“전화해 볼까요?”
“아냐 이건 문제가 생긴 거야 잊어버리고 다른 일을 하고 있든지 아니면 그것보다 중요한 상황이 생긴 거야”
“뭐 이런 사람이 있어. 본인이 먼저 만나자고 하고 선”
“그래도 당신도 함께 들었으니 망정이지 누가 믿겠어요”
“우리 좋은 시간 가지라고 그랬나 보지 뭐” 목을 축이고 자리를 뜨려는데 문자가 왔다.
“미안해요. 어제 제주도 여행 갔다 와서 잠을 너무 잤네요.”더 황당했다. 미안하다는 건 약속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인데 전화도 없이 잠잤다고만 하면 무엇을 어쩌자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약속을 한 사람이 미안하다 잠잤다. 이게 끝이라니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커서 전화 못 하나 하고 좋은 마음으로 집으로 왔다.
다음날 지루한 하루였다. 아내가 요양보호사 학원에서 오는 시간이 기다려졌다. 단지 하나 A가 사과 전화했었나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여보 전화 왔었어?”
“아니요. 그 사람과 인연은 여기서 끝이에요. 연락이 와도 이제 끝이에요.” 아내는 화가 난 표정이다.
상식을 벗어난 일을 당하게 되면 가끔 오히려 우리는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기도 한다.
‘내가 잘못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