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풀로 남은 후회
명절마다 들르는 조상의 묘에 폈던 할미꽃이 문뜩 생각난다. 싱겁고 못난 꽃. 나름 꽃이라고 피운 송이를 내놓긴 부끄러운지, 하염없이 고개를 떨구고 서있다. 이름도 '할미'꽃. 흙에서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그 풀엔 세월이 보이는 듯하다. 떨군 고개 밑엔 이슬 대신 눈물이 고여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 멀지 않은 조상이 피어있는 것일까. 길었던 인생을 돌아보며, 그 자리에 피어있는 것일까. 할미꽃으로. 그 못나고 슬픈 풀으로. 부끄러운 것은 잎이 아니라 자신이었을까. 그들의 못난 세월이 꽃이 되어, 할미꽃, 그 어린 생명에 주름을 남긴다.
나도 내 묘 위에 할미꽃으로 남아, 감히 하늘을 들여다보지 못할 것이다. 반복되던 회한과 싱거운 세월을 잎에 새기고 향기 없는 꿀을 머금은 채, 내가 뚫고 나온 한 줌의 흙만 바라본다. 내가 묻힌 흙만 바라본다.
비애가 누그러지고 행복마저 흩어지면, 그제야 홀연히 떠날 수 있을까.
그들은 떠날 수 있을까.
나는 떠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