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날현 Aug 21. 2024

남편을 이단 날려 차기

스트레스 푸는데 ‘이단 날려 차기’만큼
효과적인게 있을까?


난 가끔 상상을 한다.

소파와 한 몸이 된 남편을 이단 날려 차기로

옆구리를 가격하는 상상을.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실제로 해볼까 고민한 적도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에 무릎 꿇었다.

내가 남편보다 모든 것이 다~~~ 나은 것 같은데

돈 버는 것만 못한다.

아니 돈 쓰는 것만 잘한다.

나의 날려 차기로 남편이 다치면?

돈을 내가 벌어야 한다.

이 가슴 아픈 현실에.. 난 냅다 정신줄을 잡는다.

‘아~ 정말 언젠가는 똥 궁뎅이라도 뻑~! 차 주리라..’

다짐하며.. 두 주먹 굳게 쥐고.. 참는다. ㅠ


소파와 한 몸이 된 남편이 주로 보는 프로그램은

골프이다.

아주 주야장천 본다.

그 정도 보면 정말 외우겠다~ 싶다.

심지어 눈을 감고도 본다.

아이들을 재우고 남편방에 가보면

남편은 TV를 틀어놓고 잠들어 있다.

그래서 TV를 끄면,

“냅둬~ 나 지금 보는 거야. ”

눈 감고 대답한다.

‘뭐? 방금 코 골아 놓고 보고 있는 거라고?’

정말 어이 상실이다.

이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도대체 눈 감고 TV 보는 능력은 어디서 배우는 것일까?

분명 한국전력 일 게다.

전기세 낭비를 부추기기 위한?



한 번은 남편이 친구들과 라운딩을 다녀온 날,

웃으며 비아냥 질문을 날렸다.

“오늘은 몇 타나 치셨나요? “

“묻지 마~”

오호~ 느낌이 왔다.

놓칠세라~

“뭐야? 오빠 그간 그렇게 집중 레슨을 보고도

아직도 백돌이라면.. 오빠 정말 소질이 없는 거야.

때려쳐!!!”

남편이 말이 없었다.

속으로 ‘예쓰! 예쓰! 예쓰!’

수백 번 외쳤던 것 같다.

나의 소심한 복수가 성공한 것이다.




나는 일주일에 두 번은

강의를 하기 위해 학교에 간다.

어느 날은 강의를 하고 운전하고 돌아오는데

차가 너~무 막혔다.

사직터널에서 성산대교까지만

한 시간이 걸렸다.

정말 차를 버리고 가고 싶었다.

집에 가니 다리가 짝짝 인 듯했다.

한쪽 다리만 늘어난 건지.. 다리에 쥐도 났다.


실은 짜증의 주범은 교통체증이 아니었다.

MZ세대들의 사고방식이었다.

난 전임교수도 아니고 나름 젊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기가 막힌 일이 있었다.

무슨 날이었나 싶을 정도로..

스테이플러로 집어둔 프린트물을 풀어서

나눠주려고 했었다.  

그런데 엊그제 손톱이 부러져 없어진

내 손을 보고 금방 포기하고는

앞에 학생에게 주며 이렇게 말했다.

”이것 좀 풀어서 한 장씩 나눠 줄래요? “라는 내게

앞에 학생이 대답했다.

”제가요? “라고 말했지만

놀란 표정에는 이렇게 나와 있었다.

‘내가? 내가 왜 해야 해?’

당황한 나는 얼른 받아 들어

없는 손톱으로 찔려가며 빼서 직접 나눠주었다.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마음으로

세 시간 수업을 하고 나가려는데..

한 학생이 다가왔다.

”교수님. 레포트요..“

”응. 안 냈니? “

”아니요. 교수님. 제가 정말 했거든요.

그런데요..(쭈뼛하는 표정)”

”응. 괜찮아. 말해도 돼~ 무슨 일 있니? “

너무 심각한 표정을 한 학생은 소심해 보였다.

그래서 편하게 얘기해도 된다는 뜻을 담아

한껏 미소를 보여주기도 했다.

“저희 집에 고양이를 키우는데요..

제가 레포트를 식탁 위에 놨는데요..

고양이가 거기 올라가서 쉬를 싼 건지..

떨어져서 젖은 건지..”

“아~ 그래서 못 가지고 왔다는 거구나?”

길어지는 대화를 자르고 싶었다.

그러나 학생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요..

그래서 제가 그걸 말리려고 올려놔서

말리기는 했거든요..”

“그런데?”

“그런데요.. 엄마가 열쇠를 가지고 나가서..

원래 엄마가 집 앞 화분 밑에 두는 데요..

제가 전화를 해도 안 받아서요.. “

와~ 정말 인내심의 끝에 와 있었다.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 다음 시간에 가져와. “

“네~감사합니다.”

“응~ 잘 가~”


순간! 난 표정관리를 했어야 했다.

학생은 교수에게 고객이다.

그 순간만큼은 교육자가 아닌

강의평가를 신경 써야 하는

‘을’의 입장이 되어 있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소심한 학생은.. 그래.. 1학년이니까.. 이해하자..

음.. 그래.. 되바라진 학생보다야..

그 얼마나 순수하면..

그래..

그럴 수 있을까?..


아놔~ 연타였다.

연타를 맞고 집에 가는데 차까지 막혀주시고..

이건 뭐 영락없는 머피였다.

머피의 법칙에 주인공이 된 나는 기분을 풀 곳이 없었다.

같은 일을 하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요즘 학생들의 뒷담화를 했다.

그리고 결론은 MZ세대들의 무서움으로 결론짓고

끝이 났다.

그런데도 나의 짜증은 풀리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와인을 벌컥벌컥 마시며

남편에게 얘기를 했다.

차 막힌 얘기며, 학생들에게 쌓인 감정들을..

“아~ 힘들어.. 요즘 애들 왜 이래?

오빠, 나 오늘 수업 시간에..(어쩌고저쩌고)

그러고 오는데 차가 막혀서 나 대전 가는 줄..”

속의 얘기를 털어놓으며 풀고 싶었다.

줄줄 나오는 얘기에 마무리할 때쯤,

남편은 바로 대답해 주었다.

정말 듣자마자 바로~

“때려쳐!”

나는 기~일~게 말했는데 남편은 단 한 마디!


오호~~~

요것도 참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마음 같아서는 주먹을 날리고 싶었으나..

바로 반격했다.

“그럼 한 달에 200씩 더 가져와!

일 끝나고 집에 오지 말고

대리기사라도 뛰시던가!”


내가 그렇게 가르쳤건만..

제창만 해도.. 이 집에서 밥은 먹을 수 있다고.

누차 얘기했건만..

‘그렇구나, 그랬어?’ 이게 힘들면 ‘아~아~~’

이게 그렇게 힘들단 말인가!


그런데 남편이 웃는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도 안다.

고액연봉자에게 할 말은 아니라는 것쯤은..


아~~~ 답답 까깝~~~


이렇게 한마디로 날 종결시켜 버리는

남편의 재주는 가끔 날 미치게 만든다.


a형인 나는 돌려주는 재주를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중딩 학습법 중 ‘바꿔서 생각해보기’가

안 된다면.. 내가 상황을 만들어 주기로~

그래서 가끔 소심한 복수를 감행한다.


나도 인간이다.

스트레스는 풀어야 한다.

아무리 내성적인 성향이라지만..

외향적으로 풀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서 난 남편 기분 좋을 때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등짝에 사정없이 날린다.

고맙게도 남편은 그걸 참아준다.

이 사람도 이렇게 때우는 게 편하리라~ 생각하며

이제는 속 시원히 등짝에 손바닥 자국이 날 정도로

스매싱을 날리기도 한다.

그러면 “아야! 아파!”라고 하지만

미동도 없이 참아준다.

그도 그게 편하리라..




신기한 건,

내가 잘 사는 편도 아닌데

주변에서 나에게 상담하는 지인들이 많다.

내가 더 부자도 아니고,

내가 덜 싸우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에게

대단한 이해와 포용 따위는 없다.

단지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

아직 지천명도 되지 않았지만

난 그리 생각한다.

‘내가 살고 싶은데로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걸

난 마흔이 되기 전 암과 만나면서 알아버렸다.


https://brunch.co.kr/@052005602ea6480/25​​


그래서 난 최선을 다하는 노력 따위는 하지 말라고

감히 조언한다.

그러면 반드시 보상심리가 생긴다고.

그냥 하라고.

뭐든지 그냥 하는 게 좋은 거라고.

보상심리가 생기는 순간!

의미를 잃게 된다고.


가끔 주변에서 남편 때문에 힘들다는

고민상담을 하곤 한다.

그럴 때 친한 지인들에게 하는 말.

“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 싸는 소리 하고 있네~

어떻게..  내가 울 중딩 좀 빌려주까?” 하면

“아이고~ 아녀유~

지가 정신 바짝! 차릴께유~”


그녀들도 안다.

내 것이 좋은 것이라는 걸~^^





이전 09화 남편에게 그림 파는 여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