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푸는데 ‘이단 날려 차기’만큼
효과적인게 있을까?
난 가끔 상상을 한다.
소파와 한 몸이 된 남편을 이단 날려 차기로
옆구리를 가격하는 상상을.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실제로 해볼까 고민한 적도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에 무릎 꿇었다.
내가 남편보다 모든 것이 다~~~ 나은 것 같은데
돈 버는 것만 못한다.
아니 돈 쓰는 것만 잘한다.
나의 날려 차기로 남편이 다치면?
돈을 내가 벌어야 한다.
이 가슴 아픈 현실에.. 난 냅다 정신줄을 잡는다.
‘아~ 정말 언젠가는 똥 궁뎅이라도 뻑~! 차 주리라..’
다짐하며.. 두 주먹 굳게 쥐고.. 참는다. ㅠ
소파와 한 몸이 된 남편이 주로 보는 프로그램은
골프이다.
아주 주야장천 본다.
그 정도 보면 정말 외우겠다~ 싶다.
심지어 눈을 감고도 본다.
아이들을 재우고 남편방에 가보면
남편은 TV를 틀어놓고 잠들어 있다.
그래서 TV를 끄면,
“냅둬~ 나 지금 보는 거야. ”
눈 감고 대답한다.
‘뭐? 방금 코 골아 놓고 보고 있는 거라고?’
정말 어이 상실이다.
이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도대체 눈 감고 TV 보는 능력은 어디서 배우는 것일까?
분명 한국전력 일 게다.
전기세 낭비를 부추기기 위한?
한 번은 남편이 친구들과 라운딩을 다녀온 날,
웃으며 비아냥 질문을 날렸다.
“오늘은 몇 타나 치셨나요? “
“묻지 마~”
오호~ 느낌이 왔다.
놓칠세라~
“뭐야? 오빠 그간 그렇게 집중 레슨을 보고도
아직도 백돌이라면.. 오빠 정말 소질이 없는 거야.
때려쳐!!!”
남편이 말이 없었다.
속으로 ‘예쓰! 예쓰! 예쓰!’
수백 번 외쳤던 것 같다.
나의 소심한 복수가 성공한 것이다.
나는 일주일에 두 번은
강의를 하기 위해 학교에 간다.
어느 날은 강의를 하고 운전하고 돌아오는데
차가 너~무 막혔다.
사직터널에서 성산대교까지만
한 시간이 걸렸다.
정말 차를 버리고 가고 싶었다.
집에 가니 다리가 짝짝 인 듯했다.
한쪽 다리만 늘어난 건지.. 다리에 쥐도 났다.
실은 짜증의 주범은 교통체증이 아니었다.
MZ세대들의 사고방식이었다.
난 전임교수도 아니고 나름 젊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기가 막힌 일이 있었다.
무슨 날이었나 싶을 정도로..
스테이플러로 집어둔 프린트물을 풀어서
나눠주려고 했었다.
그런데 엊그제 손톱이 부러져 없어진
내 손을 보고 금방 포기하고는
앞에 학생에게 주며 이렇게 말했다.
”이것 좀 풀어서 한 장씩 나눠 줄래요? “라는 내게
앞에 학생이 대답했다.
”제가요? “라고 말했지만
놀란 표정에는 이렇게 나와 있었다.
‘내가? 내가 왜 해야 해?’
당황한 나는 얼른 받아 들어
없는 손톱으로 찔려가며 빼서 직접 나눠주었다.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마음으로
세 시간 수업을 하고 나가려는데..
한 학생이 다가왔다.
”교수님. 레포트요..“
”응. 안 냈니? “
”아니요. 교수님. 제가 정말 했거든요.
그런데요..(쭈뼛하는 표정)”
”응. 괜찮아. 말해도 돼~ 무슨 일 있니? “
너무 심각한 표정을 한 학생은 소심해 보였다.
그래서 편하게 얘기해도 된다는 뜻을 담아
한껏 미소를 보여주기도 했다.
“저희 집에 고양이를 키우는데요..
제가 레포트를 식탁 위에 놨는데요..
고양이가 거기 올라가서 쉬를 싼 건지..
떨어져서 젖은 건지..”
“아~ 그래서 못 가지고 왔다는 거구나?”
길어지는 대화를 자르고 싶었다.
그러나 학생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요..
그래서 제가 그걸 말리려고 올려놔서
말리기는 했거든요..”
“그런데?”
“그런데요.. 엄마가 열쇠를 가지고 나가서..
원래 엄마가 집 앞 화분 밑에 두는 데요..
제가 전화를 해도 안 받아서요.. “
와~ 정말 인내심의 끝에 와 있었다.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 다음 시간에 가져와. “
“네~감사합니다.”
“응~ 잘 가~”
순간! 난 표정관리를 했어야 했다.
학생은 교수에게 고객이다.
그 순간만큼은 교육자가 아닌
강의평가를 신경 써야 하는
‘을’의 입장이 되어 있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소심한 학생은.. 그래.. 1학년이니까.. 이해하자..
음.. 그래.. 되바라진 학생보다야..
그 얼마나 순수하면..
그래..
그럴 수 있을까?..
아놔~ 연타였다.
연타를 맞고 집에 가는데 차까지 막혀주시고..
이건 뭐 영락없는 머피였다.
머피의 법칙에 주인공이 된 나는 기분을 풀 곳이 없었다.
같은 일을 하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요즘 학생들의 뒷담화를 했다.
그리고 결론은 MZ세대들의 무서움으로 결론짓고
끝이 났다.
그런데도 나의 짜증은 풀리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와인을 벌컥벌컥 마시며
남편에게 얘기를 했다.
차 막힌 얘기며, 학생들에게 쌓인 감정들을..
“아~ 힘들어.. 요즘 애들 왜 이래?
오빠, 나 오늘 수업 시간에..(어쩌고저쩌고)
그러고 오는데 차가 막혀서 나 대전 가는 줄..”
속의 얘기를 털어놓으며 풀고 싶었다.
줄줄 나오는 얘기에 마무리할 때쯤,
남편은 바로 대답해 주었다.
정말 듣자마자 바로~
“때려쳐!”
나는 기~일~게 말했는데 남편은 단 한 마디!
오호~~~
요것도 참을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마음 같아서는 주먹을 날리고 싶었으나..
바로 반격했다.
“그럼 한 달에 200씩 더 가져와!
일 끝나고 집에 오지 말고
대리기사라도 뛰시던가!”
내가 그렇게 가르쳤건만..
제창만 해도.. 이 집에서 밥은 먹을 수 있다고.
누차 얘기했건만..
‘그렇구나, 그랬어?’ 이게 힘들면 ‘아~아~~’
이게 그렇게 힘들단 말인가!
그런데 남편이 웃는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도 안다.
고액연봉자에게 할 말은 아니라는 것쯤은..
아~~~ 답답 까깝~~~
이렇게 한마디로 날 종결시켜 버리는
남편의 재주는 가끔 날 미치게 만든다.
a형인 나는 돌려주는 재주를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중딩 학습법 중 ‘바꿔서 생각해보기’가
안 된다면.. 내가 상황을 만들어 주기로~
그래서 가끔 소심한 복수를 감행한다.
나도 인간이다.
스트레스는 풀어야 한다.
아무리 내성적인 성향이라지만..
외향적으로 풀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서 난 남편 기분 좋을 때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등짝에 사정없이 날린다.
고맙게도 남편은 그걸 참아준다.
이 사람도 이렇게 때우는 게 편하리라~ 생각하며
이제는 속 시원히 등짝에 손바닥 자국이 날 정도로
스매싱을 날리기도 한다.
그러면 “아야! 아파!”라고 하지만
미동도 없이 참아준다.
그도 그게 편하리라..
신기한 건,
내가 잘 사는 편도 아닌데
주변에서 나에게 상담하는 지인들이 많다.
내가 더 부자도 아니고,
내가 덜 싸우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에게
대단한 이해와 포용 따위는 없다.
단지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
아직 지천명도 되지 않았지만
난 그리 생각한다.
‘내가 살고 싶은데로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인생에 정답이 없다는 걸
난 마흔이 되기 전 암과 만나면서 알아버렸다.
https://brunch.co.kr/@052005602ea6480/25
그래서 난 최선을 다하는 노력 따위는 하지 말라고
감히 조언한다.
그러면 반드시 보상심리가 생긴다고.
그냥 하라고.
뭐든지 그냥 하는 게 좋은 거라고.
보상심리가 생기는 순간!
의미를 잃게 된다고.
가끔 주변에서 남편 때문에 힘들다는
고민상담을 하곤 한다.
그럴 때 친한 지인들에게 하는 말.
“호강에 겨워 요강에 똥 싸는 소리 하고 있네~
어떻게.. 내가 울 중딩 좀 빌려주까?” 하면
“아이고~ 아녀유~
지가 정신 바짝! 차릴께유~”
그녀들도 안다.
내 것이 좋은 것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