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은 귤이라 하지만 색은 초록색에 향은 마치 유자향도 같은 것이 귤 같지가 않았다. 내가 그랬다. 온전히 나인 듯하면서 내가 아니었다. 무엇을 따라가기도, 어떤 것에 물들기도 했다. 내가 무언가를 해보니 어떤 누구와 비슷한 모습으로, 혹은 그것을 따라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싫었다. 그저 나는 나일 뿐인데 나에게서 다른 누군가의 모습이 보이는 것이 마치 나를 누군가에게 빼앗긴 기분이었다.
사실 청귤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을 때는 이것이 다 익지 않은 귤일까. 아니면 초등학교 담장 옆에서 가시 속에서 자란 낑깡(금귤)일까. 그 정도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것을 또 먹어보니 향도, 맛도 귤은 아닌 것 같았다. 맛은 오히려 유자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따듯하게 먹으니 딱 유자차였다. 청귤은 도대체 무엇일까. 이름만 귤이라고 해놓고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 무엇을 흉내 내고 따라 하는 것 같아서 괜히 미운 생각이 들었다.
괜히 미운 생각이 든 것만은 아니었다. 그냥 그 모습이 나 같아서 그랬다. 내가 자꾸 어느 것에 물들어 따라 하는 것 같고 이 모습이 온전히 나 같지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 나도 하는 것 같고 그것에 휩쓸려 다니니 진짜 나의 모습을 나 자신도 나를 알지 못했다.
조금 떨어져서 그것을 바라보니 그저 청귤도 귤이었다. 딱 그 모습이었다. 초록 껍질 속에는 영락없는 귤의 모습이 자리하고 있었다. 아마 그 안에서 내 모습을 본 것 같다. 나도 어딘가에 휩쓸리고 무언가를 따라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어쩌면 그렇게 조금씩 변해가는 나의 모습도 결국 나였고, 내가 따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안에는 나 자신의 해석이 투영된 모습으로 나를 변화시키고 있었다.
초록색의 작고 못생긴 그 청귤이 마치 내 모습 같아서 그 향기가 더 진하게 나를 감싸 안아주고 있었다. 아마 나는 청귤을 닮아 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