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추위에 양파를 심었다

속달동 이야기

by 지현옥


날이 많이 차다.

계절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어릴 땐, 봄이 오고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는 일들이 아주 오래오래 기다려야 하는 일이었다. 추운 겨울은 왜 그리 길던지. 한 계절을 일 년처럼 보내며 살았다.


​초고속 인터넷 시대엔 계절도 메가급으로 바뀌는 걸까. 숨 돌릴 틈도 없이 오는가 하면 가고, 갔는가 하면 다시 새로운 계절이 와있다. 누가 계절을 돌리는 것인지 그에 맞추어 사는 삶도 무언가에 쫓기듯 덩달아 바쁘다.


밤사이 기온이 뚝 떨어졌다. 가을은 쫓기듯 달아나고 겨울이 서둘러 오고 있다. 급강하한 기온에 마음은 급해지고 손길이 바빠진다. 마당과 텃밭에서 한 계절을 살아낸 것들을 거두고, 다음 계절을 준비해야 한다.


​고춧대를 뽑고 땅콩을 거둔 자리에 양파를 심었다. 모든 것이 말라가고 쓸쓸해지는 계절에 새 희망을 심었다. 처음 텃밭농사를 지을 때, 실낱같이 가늘고 여린 양파 모종을 심으며 벌판에 갓난아이를 홀로 내놓는 것처럼 마음이 쓰였었다.


​이젠 염려하지 않는다. 양파는 보란 듯이 뿌리를 내려 겨울을 이겨낼 것을 안다. 새 초록으로 싹을 피워 새봄을 열고 제 몸을 단단히 키워낼 것을 믿는다. 양지바른 곳, 건강한 흙에 정성껏 심으면 별 손이 가지 않아도 알아서 잘 자란다. 양파와 마늘이 몸에 좋은 이유가 추운 겨울을 견뎌낸 것과 무관하지 않음을 키워보면 알게 된다.


​사람을 키우는 일도 양파 같아서 추운 겨울을 지나 봐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하우스에서 자란 식물이나 지나친 보호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작은 시련에도 견디지 못한다는 걸 잘 알면서도 막상 내 아이들에겐 쉽지 않은 거 같다.


​사람 사는 일이 자연의 섭리대로만 따라도 무탈하다는 것을 흙을 만지며 확인하곤 한다. 온갖 생명들의 수런거림이 가득한 마당에서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삶의 지혜를 얻기도 한다.


​이제 마당에는 바스락거리는 것들로 가득하다. 벚나무 낙엽들, 호박덩굴, 봉숭아 꽃대, 백일홍 꽃잎들이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고 있다.

바람에 우수수 몰려다니는 낙엽들을 보며 조금은 몸도 마음도 시린 날이다.


​찬바람이 불면 김장 무에 단맛이 들기 시작한다. 무 하나 뽑아서 시원한 어묵탕을 끓이고 무청 지짐을 해야겠다.

내일은 마늘도 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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