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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권 Jun 26. 2024

26화. 한국행을 결심한 이유

"내가 먼저 물어볼게. 산지. 넌 어떤 사람 같아?"

"아, 저요? 음... 그런 질문을 해본 적은 없는데,. 물어보시니까, 잠깐 고민해 보면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 하는 거 좋아했고, 좀 크니까 프로그램 만드는 것도 좋아하게 되고,

너무 엔지니어만 하기엔 세상이 좀 넓은 거 같아서, 비즈니스 강의도 많이 듣고 음, 말하다 보니

저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음, 내가 보기엔 넌 컴퓨터 공학자이자 경영하기를 좋아하는 공학도 경영자 느낌인데? 너도 알다시피 지금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CEO들이 그 부류잖아. 우와, 산지! 너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이 형님 모른 척하면 안 된다."

"에이, 농담하지 마세요. 그런데 듣고 보니, 그런 류의 사람들 들으면 싫지는 않네요."

"그래, 우선 방금 질문처럼, 나 자신을 제대로 알고 그다음 행동으로 넘어가야 된다는 걸 간접적으로

내가 보여준 거야"

 

그렇게 수다 쓰는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하기 전 예행연습처럼 산지에게 질문을 던졌다.

무엇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않고, 단순히 남들이 선망한다고 해서 덥석 잡는 건 위험하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다.


"너도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무척 가난한 나라야. 그곳에서 내가 꽃을 피울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고민했어. 나는. 집안 형편이나 주변 환경이 녹록지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돈을 버는 일이라면 좋아했었고, 그 돈을 간직하기보단 내가 사는 세상과 함께 잘 살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어렴풋한 생각도 했었지. 산지 니 나이 때쯤 내가 생각한 건, 작고 가난한 나라에서 돈을 많이 벌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답은 스리랑카에 갇혀 자본 없이 무엇을 하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였어. "


"아.. 그래서요?"


"한국행이었지. 한국은 전쟁 이후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였음에도 수십 년 만에 전 세계 탑이라 말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잖아. 물론 대부분 우리와 같은 근로자는 3D업종에 종사해야만 했지만, 그건 나에겐  중요하지 않았어. 일을 마치고 남는 시간을 최대한 이용해 보자는 마음가짐이 있었지. 그 시간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한국에서 성행하는 사업 아이템을 끊임없이 배워서 우리나라로 가지고 오자가 그때 나의 신념이자 목표였지."

"와... 역시 남다른 열정이 있으셨군요. 그런데, 그게 절대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었을 거 같은데요"


산지의 호응하는 듯한 말에 잠시, 수다쓰는 그때의 힘든 상황들이 스치듯 지나갔다.


"한국 속담에 그런 게 있어.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고. 그게 딱 내 상황에 맞는 말이었지. 가구공장, 금속공장 등 몇 군데 공장일을 돌면서 생명을 위협할 사고들도 있었지. 하지만, 다행히 주변사람들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지나칠 수 있었고, 일이 손에 익은 뒤부터는 시간관리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어. 마치 아침에 일어나 퇴근, 그리고 부업으로 여러 일들을 해나가는 루틴이 잡힌 거야."

"대단하세요... 형.. 지치지는 않으셨나요?"

"왜 없었겠어. 수 도 없이 유혹은 찾아왔고, 정말 힘들 때면 다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었지. 그런데 10년이라는 시간을 이겨내고 버텨낸 건, 내가 무엇을 위해 여기에 왔고 앞으로 어떤 인생을 내가 살아야 할 것인지,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 지를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었던 거야. 그때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내려고 무던히 노력도 했어.

지금도 그 답들을 완벽하게 찾아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시간들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지. 루틴처럼 살면서 그 시절을 이겨 낸 건 아마도 내가 목적이 있는 삶을 살아가려고 하는 열정 때문이었을 거야. 그렇게 내적갈등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버티고 지내다 보니 어느새 즐기고 있는 내가 보이더라고."

"와,. 정말,. 그게 가능한 이야기구나..."

"주변인을 한번 돌아봐봐. 네가 좀 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부모님이 지원해 준 유학이다 보니, 부모의 뜻을 거역하기 어려운 건 나도 이해돼. 하지만, 돈을 지원받냐 아니냐, 요새 한국식으로 말하면 금수저냐 흑수 저냐라고 하는 건데, 그건 부차적인 것 같다는 게 내 개인적 의견이야. 결국 목적 있는 삶을 깊게 고민해 봤느냐로 귀결된다고 생각해. 그 과정에서 자신을 알아차리고 사랑하는 법까지 알게 된다면, 버티는 게 아니라, 약간 과장한다면, 즐기게 된다는 거지."


아,. 산지는 바로 앞 수다쓰를 보며 큰 충격을 먹고 있었다. 아니, 몸은 호리호리한 사람이었지만, 그가 걸어온 인생길,, 그리고 그 곳곳에서 찾아낸 삶의 진리는 그에겐 큰 산처럼 다가왔다. 어쩌면 정말 듣고 싶었던 이야기였기에, 그의 메시지가 울림이 더 컸다.


"수다쓰 형님! 저 형님을 인생의 멘토로 모시겠습니다!"

"산지 동생, 나는 그저 작은 사람이고, 세상엔 네가 그동안 만나보지 못한 대단한 사람들이 많아. 두바이에 나와 있는 이상, 세상을 배워보려고 하소. 물론 왜 세상을 배우고 무언가를 해야 되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어보는 건 당연히 기본이겠지. 그 질문을 절대 간과하지 마. 많은 청년들이 현재 처한 상황 때문에 그 질문들을 잊고 사는 게 나는 참 안타까운데, 산지는 절대 그 질문들을 회피하지 말고 직면해 봐. 너에겐 여태껏 보이지 않았던 보물들이 바글바글 하다는 걸 알아차릴 테니까. 응원한다 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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