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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권 Jun 12. 2024

17화. 사는 대로 생각한다는 건 정말 싫은데


도준국 사회에  더 적응이 될수록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듯했다.  

문득, 24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려 했던 자신이 떠올랐다.


'나는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까'

'가장 나다운 인생이란 어떤 걸까'


한국에서라면 쉽게 던지지 못했던 질문들이었다.

아니, 관심 자체가 허용되지 않았다. 그저 살아가는 대로 생각하면서 평생을 묻어뒀을지도 모를 귀한 질문들이었다. 도준의 인생에는 어느새 질문하고 깊숙이 고민하며 답을 해봤던 그때 기억이 '인'처럼 박혀있었다.


생계와 꿈을 접목한다는 나름 전략적 선택으로 직장을 잡았다고 스스로 안심시켰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내 이곳에서도 쉽게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며 하나의 부속품처럼

살아간다는 느낌은 내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 달마다 들어오는

달콤한 급여는 잠시나마 숨통을 트여주는 심적 진통제 같았다.


이런 내적인 방황을 언제까지 해야 되지라는 생각에 도준은 한숨이 나왔다. 그러다 정신 차리길 수차례. 밀려든 일처리를 하기 바쁜 여느 날을 보낼 때, 24살의 질문을 다시 소환하게 한 건 바로 김길상 대표와의 상담이었다. 과연 그의 생각대로 배달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도준은

배달시장 자체에 전혀 지식도 없었다. 심지어 배달음식 한번 앱으로 시켜본 적 없는 그였다.

처음부터 김대표의 말을 넋 놓고 따라간 본인을 탓하다가도,


'아니야, 그 시장에 대해선 공부를 하면 얼마든지 따라붙을 수 있을 거야. 그동안 다른 산업은 케이스가 많아서 습득이 쉬웠던 거지, 업종이나 산업 분석하는건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였. 중요한 건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 세계에 유일해 보이는 이 아이템을 어떻게 시장에 론칭시킬까야. 생각하면서 공부해 보자. 음.. 그러려면, 국내외 법적 인허가 상황을 체크해야 고, 자본력이 부족한 김대표에겐 소량이나마 시장테스트 결과를 축적시킬 방안이 있어야 되겠고, 그 결과치가 나오면 시장수요찾아 마케팅을 해봐야 되지 않을까.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 동시에..'


도준은 잠시 자신이 김대표와 동업자가 된 듯한 표정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아이코.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퇴근길.

오늘은 집까지 걸어가 보자.

그는 걸으면서 디박스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고 싶졌다.


해 질 녘 천변길

불현듯 스랑랑카에서 민식이와 나누던 대화가 떠올랐다.


"식아,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 주는 일을 좋아해.

나를 움직이는 건 세상을 누비는 비즈니스 맨으로 살고 싶다는 거야.

경영을 해본다는 건 나를 흥분시키는 것 같아"


스리랑카에서 던진 스스로의 질문과 답을 내보았던 그 순간, 도준은 알 수 없는 희열이 올라오고 있었다. 세계를 누비는 비즈니스 맨이 되고 싶다는 꿈을,

혹시라도 김대표가 그리는 세상에 함께 할 수 있다면 가능할 수 도 있지 않을까..


'아니다.. 아서라.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니...   '


마치, 악마의 속삭임이라도 된 것처럼 마음속 손사래를 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휴... 이래저래 자신이 한심하게도 보였는지 도준은 집으로 가는 길을 재촉했다.


'지금 삶에 만족해 도준. 이것도 감사한 삶이야. 왜 그리 뻘 생각을 많이 하니..  휴.'


집에서 샤워하고서 하루의 루틴처럼 메일을 검색하던 중 도준은 깜짝 놀랐다.

생면부지인 어느 학생이 도준에게 보낸 이메일 한통을 발견한 것이다.


'이도준 작가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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