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뭐든 그 사장이 아빠라면?
축사운영에 대해서 배워가고 있는 요즘
어제 사건이 하나 터졌다.
평소에 우리와 함께 잘 상의를 해가던 아빠가 불쑥
"TMR 원료가 들어왔는데, 과자 부스러기야."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자세히 들어보니 축사 고물자제들을 갖고가는 고물상 아저씨가 다른 동네에서는 저런 원료들을 사료와 배합해서 한우를 키우고 있는데 한우가 잘 큰다며 소개해줬다는 것이다.
말도안돼...기름에 튀긴 과자 부스러기를 그것도 이렇게 뜨거워 죽겠는 한여름에 산패됐을지도 모르는 과자부스러기를!!!!! 1,000kg 넘는 양을!!!! 35만원이나 주고 샀다니...
당연히 벙졌다. 과자를 주는것도 그렇고, 상의도 없이...
(소들한테 사료를 배합해서 줄 때, 함부로 원료나 배합비율을 바꾸면 소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다. 또한 송아지, 번식우, 비육우 등 같은 소라고 해서 똑같은 TMR을 줘서도 안된다.)
여차여차 잘 이야기해서
"그러면 여하튼 갖고오고 구매한거니까 이번만 먹이고 다음부터는 받지마세요. 한과는 더더욱 구매하지 마시고"라고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그러던 어제,
저녁 소밥을 주고온 남편의 얼굴이 별로다. 왜냐고 물어보니 한과를 10만원치 샀다고 했다. 아빠가!!
심지어 사료 전공인 남편한테 고물상 아저씨가 훈계를 하고 갔단다.
"우리가 왜 귀농했는지 오늘은 정말 모르겠네, 이렇게 상의한마디 없이 아버지 혼자 결정하시고...속상하다 정말" 라고 말하는 남편의 모습에 나 역시..비슷한 감정이었다. (가끔 아빠가 혼자 결정하는 일들이 있었기때문에 폭발을 하긴 했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아빠이기전에 같은 동업자의 개념으로 말을 해야겠다 싶었다. 상의만이라도 해달라고.
그런데 웬걸,
이 사실을 안 엄마가 오히려 노발대발
아빠가 오자마자 버럭 소리를 치며 혼자 그렇게 결정을 내버리면 어쩌냐는 둥, 더운날 애들 고생하고 있는데 왜 더 고생시키냐는둥,
일촉즉발, 협상불가, 콩닥콩닥
엄마덕에 기회를 놓쳐 내일 아침에 이야기해야겠다 싶어 먼저 1층으로 내려왔다. (부모님은 2층에 사시고, 저녁을 함께 먹는다) 그렇게 한동안 큰소리가 나는데도 아빠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는 후문이..
그렇게 다음날
축사에서 아빠가 남편한테 한 말은
"자신도 잘해보려고 그랬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순간 판단력이 흐려졌나보다. 어제는 자신도 왜그랬는지 모르겠다. 나이가 더 들기전에 축사일을 어느정도 마무리해야겠다. 한과랑 과자는 환불하기로 했다. 라고
하...뭘까 이 감정
차라리 못되게 말하는 아빠가 나았던걸까?
짠함과 동시에 웃프다 라는 표현이 생각나는 아빠의 자조적 말이 마음을 아프게했다.
귀농하기전 아빠이기전에 사장과 일을 한다고 생각하며 지내왔는데 오늘은 그게 되지 않는다. 나이들어간다는 아빠를 인정하지 못한채 불효녀로 남을뻔했다.
하...사장님...캐릭터 좀 통일해주시면 안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