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5년에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은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 사건이었습니다. 1천 명 이상의 한국 청년들이 취업사기, 납치, 감금되어서 캄보디아에서 불법 보이스피싱 일을 한다는 뉴스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무섭고 화나고 불안하고 도대체 어떻게 소화시켜야 할지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한 두 명도 아니고 1천 명이 넘는 청년들이 어떻게 모두 사기당하고 납치되고 감금되었을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들 대부분 사기와 납치당해서 억지로 끌려간 것이 아니라, 보이스피싱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자발적으로 캄보디아로 갔던 것입니다. 천 명이 납치될 수 있을지에 대한 추측은 맞았지만, 마음은 더 불편하고 괴로웠습니다. 왜 수천 명의 청년들이 불법을 알고도 캄보디아에 갔을까요?
결국에는 돈 때문이었습니다. 취업 사기이던지, 온라인 광고이던지, 아니면 지인의 권유이던지, 캄보디아행을 결정한 이들은 거의 모두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믿고 캄보디아로 갔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좋고 필요해도 그렇지 타국에 가서 불법 보이스피싱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캄보디아에 간다는 점이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돈은 남녀노소 다 필요한데, 유독 20-30대 남자 청년이 많은 점도 이상했습니다. 무슨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만 했습니다. 그러다 20-30대 남자 청년들이 많은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도박 빚 때문이었습니다. 도박 빚으로 급하게 돈이 필요한 절박한 청년들이 큰돈을 준다는 이야기에 앞뒤 보지 않고 캄보디아로 간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 기사를 검색해 보니, 청소년 도박이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쉽게 불법 도박사이트에 가입할 수 있었고, 마치 게임을 하듯이 죄책감 없이 도박을 했습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돈을 빌려주고 빌리고 이자를 받았습니다. 영화나 웹툰에서나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실제 우리나라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었습니다.
걱정을 넘어서 미안함 마음이 들었습니다. 청소년, 청년의 개인적 탈선이라고 하기에는 그 숫자가 너무 많습니다. 어른들이 만든 사회가 건강하고 안전하지 못한 탓입니다. 돈이 최고인 사회를 만들었기에, 아이들이 돈을 최고로 여기는 것은 당연한 결과 아닐까요? 과정을 칭찬하기보다 결과를 칭찬했기에, 정직과 도덕의 가치보다 이윤과 효율의 가치가 더 높은 사회를 만들었기에, 아이들이 과정의 중요성을 놓치고, 불법에 대해서도 경각심이 약한 것은 아닐까요? 안전과 절차보다 빠르고 편리한 일상을 만들었기에, 자신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것은 아닐까요? 물론 도박을 하지 않는 청소년이 더 많고,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성실한 청년들이 더 많습니다. 다 사회 탓일 수도 없고, 개인적인 문제도 많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수 천명의 청년이 캄보디아나 다른 곳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 떠날 것이고, 도박이라는 도파민에 중독되는 청소년들이 생길 것입니다.
따라서 당장 노력해야 합니다. 관련기관이나 전문가들은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인식과 일상도 변해야 합니다. 돈이면 다 되는 것이 아니라 돈보다 더 중요한 목적과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합니다. 조금 불편하고 느려도 안전과 절차를 지키는 일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야겠습니다. 2026년 새해 목표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결과가 아닌 과정에 대한 목표를 두고, 나 혼자 좋은 일보다 함께 좋은 일을 목표로 두고,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가치에 대한 목표를 만들어 봅시다. 이렇게 우리가 조금씩 변하면, 사회도 조금씩 변하고, 사회가 변하면 아이들도 조금 더 안전해집니다. 아이들을 비난하는 일은 쉽지만, 효과는 없습니다. 반면에 우리가 변하는 일은 불편하고 어렵겠지만, 효과는 큽니다. 미안한 마음으로 우리 먼저 변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