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가 보인다
나는 부지런하고 똑같은 루틴으로 인해,
미래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지만
여왕의 그 결정과
현재 내 상황을 보면
예언이나 미래 예측은
터무니없는 사실로 여겨질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갑자기 나의 허리춤을 다리로 감싸고,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나는 당황하였으나 38세의 나이동안
난 닭고 닭은 몸
내 입술 따위는
여왕님이 원하시면 언제든지 내어드릴 수 있다.
그녀의 입술은 달콤했다.
……..
꿈같은 시간이 끝나고, 우리는 그녀와 헤어져 내 숙소로 향했다.
나와 44세의 뮤지컬 배우는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녀를 다른 방식으로 사모하는 둘이었지만, 왠지
마음은 비슷했다. 그리고 둘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와 며칠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신기했던 일은 내가 매일 아침 적어놓은 브런치글을 저녁이 되면 그 형이 그 주제에 대해 언급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었다.
한두 번쯤은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매일매일 그런 일들이 일어나니 신기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여왕님이 베를린으로 돌아가시는 날이 다되가서서, 우리는 두 시간 정도 호텔 수영장에서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우린 수다를 떨다가 각자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나는 시선은 계속 여왕님께 고정한 채 담배를
한대 피고 있었다.
그녀는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해맑은 미소만이 가득했던 얼굴에 걱정이
가득하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조울증 전 남자친구는 잘 지내냐고
그녀는 깜짝 놀라 나에게
답했다.
마침 전 남자친구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았냐는 것이다.
나는 사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하면 그녀에 마음에
들 수 있는지
공주로 태어난 자들에게 해야 하는
기본적인 법도를
알고 있었다.
난 정확하게 6년 전 돌로 런스와 같은
운명을 가진 여인을 만났다.
그녀의 이름은 린
내가 아는 수많은 린 중에서
가장 빛나고 소중한 보석이다.
난 공주들의 행동패턴과 습관 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빼앗는 것도 식은 죽먹기
그러나 여왕님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랐다.
복종이 전제가 된 관계.
억압되어 보이지만, 사실 훨씬 자유로운 관계
훨씬 더 솔직한 관계
이 안에서 예술이 탄생한다.
공주와 왕자의 서사는 보통 비극으로 끝나지만,
왕과 왕비의 서사는 그들이 정한다.
난
그녀가
키스할 것을 알고 있었다.
난 예전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린과 사귀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린의 친구와 셋이서 같이 술을 마시는 자리가 생겼다.
나는 당연히 한남 유교보이답게
처음 본 여자친구의 친구를 잘 챙겨줬고
그게 여자친구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녀는 술을 마시다 나가버렸고
친구는 한번 나가보라고 했다.
나는 무슨 일이 지하고 그녀 앞에 섰다.
그녀는 다짜고짜 나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그렇다
난 가만히 있어도 공주들의 키스욕망을
이끌어내는 알파 남이었던 것이다.
난 지독히 순진하고, 기독교 집안에 얌전이라 그 욕망을 감당하기 힘들었고, 알파 남이니 베타 남이니 구분하기 이전이라 난 그저 처음 겪어보는 황홀감에 취해있었다.
나는 그때 당시 여성들을 상대하는
방법은 잘 알고 있었으나
공주로 태어난 자들의 행동패턴은
알지 못했다.
난 그녀를 통해
우리의
운명을 깨달았다.
우리는 우리의 생명이 파멸할 때까지
후대를 위해 무언가를 남들 존재들이었다.
그녀는 나를 왕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사랑을 쏟았다.
나의 알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나의 트라우마와 불안, 걱정들이 조금씩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생각대로 움직이던 세상 시즌 1이 끝나고
그녀는 떠났다.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선
영광스러운 미래의 현실만이
필요할 뿐이었다.
내가 미래를
알 수 있었던 이유는 내 안에 신적인 능력이 있거나,
누군가 영접하여 가능한 것이 아니라
지독한 관찰과 주의력의 결과일 뿐이었다.
관찰의 레벨이 올라가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미래를 본다는
개념은 그런 것이다.
현상과 사건을 주의력 있게 관찰하다 보면,
그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
힘과 운동의 세계.
그 작용 안에서 1초에도 수조 번씩 운명이 뒤바뀐다.
우린 결국 아무것도 알 수 없기에 끈질기게
삶은 진실을 담은 단서 하나하나를 모아
그림자를 완성시킨다.
완성된 그림은 우리가 상상하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
우리는 우주에서 내려온 존재이거나
신의 자식이 틀림없는데
우린 특출 난 아무런 능력이 없다.
번개를 만들 수도 없고 비를 내릴 수도 없다.
우리는 번개와 비를 만드는 존재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마치 신의 장난처럼 보이는 자연현상들은
수의 법칙에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치우침 없이 항상 조화를 유지했다.
치우침은 인간세계의
일이었다.
인간은 관찰을 거듭한 결과
신의 세계를 관찰했고,
입자의 세계를 관찰했다.
세상의 비밀이 다 밝혀져버렸다.
우린 그림들만 쫒다 보니
갑자기 마주한 실제 세상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상상 속의 존재였던
신들은
실제로 존재했었고,
세상은 인간의 이성이 아닌
수와 영성으로 역사되어 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눈부신 과학발전 앞에
우리는 수와 영성을 멀리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