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니 Sep 16. 2021

대한민국 엄마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태양은 어둠 속에서 빛을 내지만 결코 어둠에 의해 빛을 잃지 않는다”

                                   -디오게네스-


어리고 철없던 이십 대에  사랑을 하고 결혼을 했다.

결혼 후 첫 임신의 어려움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시댁 옆에 전세를 얻어 살았다.  대출금을 갚기 위해 일을 놓을 순 없었고, 육아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과외를 시작했다. 그러다 아이와 같이 출근하는 원을 운영하고, 아이의 성장 속도에 따라 학원으로 바뀌어갔다.

20년 동안 많은 주부와 직장인 엄마들을 만나면서 숱한 어려움을 공감하며 문제를 같이 공유했다. 그러면서 어리숙하고 여렸던 마음은 다져지고 단단해지면서 문제 해결에 좀 더 적극적이고 같이 해결해 나가는 지혜로움을 모색하기도 했었다. 가정과, 직장, 육아, 시댁의 문제들.

다양한 명함을 갖고 사는 대한민국의 엄마는 며느리, 아내, 직장인, 부모로서 고된 명함을 안고 사는 것 같다.  다른 어려움은 그렇다 하더라도 최종적 육아문제는 엄마로서의 책임감과 함께 벗어날 수 없는 짐을 안고 있다.

그러면서 생각되는 것이 대한민국 엄마로서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한때 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심취하던 때가 있었다. 아동발달을 공부하면서 에릭슨의 심리학을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했던 기억이 난다.


에릭슨은 첫 생애 발달 심리학자로 인간의 기본적 성숙을 여덟 개의 발달단계로 고전적 발달단계 이론을 세운 학자이다. 그는 개인이 심리 사회적 단계의 진행을 위해 해결해야 하는, 일정한 위기에서의 갈등 해결의 개념과 역할을 프로이트보다 더 발달시켰다. 성숙적 과정이 발달 단계의 시작에 자극을 줄 뿐 아니라, 임신에서 죽음까지 매우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는 사회적 요구라고 믿었다. 가끔 나는 에릭슨의 발달단계에 맞게 잘 사는지  현재 시기의 문제와 과제들은 잘 수행하고 있는지 틈틈이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성인기인 내게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한 젊은 아들 딸과 간담회처럼 대화를 시작해보려 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생산적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얘들아 대한민국 엄마로서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큰아이는 “음.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는 줏대? 굳이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자존심 아닐까요?”라고 말한다.

“엄마, 아일 양육하고 리드해 가는 입장인데 줏대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휩쓸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 그렇지! 공감하는 말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생각을 막힘없이 얘기하는 딸을 쳐다보았다. 한편 내가 줏대가 있나 없나 생각하며 자식이 평가하는 엄마의 모습은 몇 점이나 될는지 돌아보며  생각해 본다.

“아이와 소통하며 자기의 색깔을 낼 수 있도록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해요. 자신이 생각하는 줏대와 자존심은 일맥상통해요. 자존심은 자기에 대해 일반화된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거든요!” 진지한 딸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래 자존심 중요하지! 오우 딸. 줏대 있는데?ㅎㅎ”

“줏대를 가지고 움직일 때 자신의 철학이랄까 어쨌든 자신의 개념을 유지하고 고양시키려는 태도가 나오거든요!. 이 말은 들은 아들 녀석이 눈꼬리를 올려 웃으며 끼어든다.


“엄마 전 대한민국 엄마로서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돈이요!”라며 우스개 소리를 한다.

순간 ‘이 녀석이 왜 이렇게 돈을 밝히지? 요즘 코로나라고 용돈을 줄여서 그런가!’라는 생각에 “경제학과 티 내냐? 웬 돈타령이야?”라고 묻자

“자본주의 사회가 팽배한 이때 돈만큼 엄마들의 위력을 대변하는 게 있을까요?”라며 긍정해 달라는 눈빛을 보낸다.

“얘기 못 들으셨어요? ‘아빠의 경제력, 엄마의 정보력, 아이의 실력’! 경제력이 제일 먼저예요.”나는 아들의 대답에 너털웃음이 나왔다.

“진짜 그렇게 생각해? 아들. 대학 가더니 물질에 눈멀고 타락했네!”

“요즘처럼 맞벌이 시대에 아빠나 엄마가 능력이 없으면 공부하는 것도 어려운 세상이잖아요. 제 꿈이 재벌 2세인데 엄마 아빠가 아쉽게도 안 따라주잖아요!” 하며 농담을 건넨다.      '뭐래!,  죽도록 일해 잠 안 자고 먹이고 재우고 입히고 가르치고  고생해서 키워놓으니 싹수없는 농담을'속으로 생각하며 아들을 어이없게 쳐다보았다.

“엄마. 누나 말대로 가정에서 애들에게 영향력 있는 사람이 물론 아빠지만 최종적인 책임을 물을 때는 엄마잖아요.”하며 나를 쳐다본다.

“아니지, 엄마 혼잔 아니지, 아빠랑 같은 책임이지?” 나는 아니라고 반박하며 손을 내젓자

“나나 막내가 학교에서 뭔 일 나면 제일 먼저 뛰어오는 사람 누구예요? 엄마잖아요? 그리고 최종 결정하는 것의 책임도 엄마였고요!, 오늘 왜 하루 종일 서서 다리 아픈데, 밥 차리고 일했는데요? 왜 그래요?”

“뭔 질문이 이렇게 많다니? 왜냐고? 공부해서 인간 만들려고 하는 거지!”

“엄마 사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라는 거 아녜요? 좋은 대학 나와야 좋은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고 나아가 사회 경제적 특권도 누리고, 돈이 많아야 대접도 잘 받고, 지금 스카이 대학서 고소득층 입학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 엄마도 아시지요?” 이미 알고 있기에 나는 응 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올해부터는 학생부 종합 전형도 축소되고 정시가 확대되었잖아요. 변하지 않을 거예요. 이 불균형을 맞추려면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할 거예요.”

“대안? 그나저나 주제에서 너무 어긋나는 거 같은데?  아무튼  대안은 정책 하는 사람들도 문제를 몰라서 그러냐? 쉽지 않아서 그러지! 너는 뭔 수라도 있냐?” 나는 질문했다.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주제에서 좀 벗어난다 생각할 수 있지만  경제력의 문제가 또 입시의 문제를 안고 가서요! 대학이 점점 의미는 없어져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

“엄마가 얼마 전 <공정하다는 착각> 책을 읽어서 드는 생각인데 유명 학교를 다 없앴으면 좋겠다. 아니면 카투사 시험제도처럼 일정 제도만 선을 긋고 제비뽑기를 하던지!”

“글쎄요.... 정말 특권의식이 있으면 안 되는데... 모두 감사와  겸손이 필요한데요... 저도 돈이 제일 필요하다는 어리석은 대답이 나오질 않길 바라지만 쉽진 않을 듯한데요!”

“헐. 일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것 같다.” 농담 속에 뼈가 있는 얘기였다.   

보편적 얘기로 쉽게 의견을 얘기하지만. 엄마는 줏대도 돈도  모두 필요하다는 얘기라고 생각하니 쇳덩어리가 가슴 위에 얹어진 것 같았다.


“자. 막내는 대한민국 엄마로서 뭐가 제일 중요할 것 같아?”

“사실 전 잘 모르겠어요.” 막내는 소파에 드러누워 다리 하나를 올려놓고 얘기한다.

“응 엄만, 엄마가 자꾸 낀세대라고 말씀하시는데.... 누난 제트 세대, 형과 난 불쌍한 코로나 세대예요.  굳이 말한다면  도덕과 양심 뭐 이런 게 대한민국 엄마로서 가장 중요한 거 아닐까요?”

“무슨 얘길 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얘기해주면 좋겠는데?

“응! 엄만 베이비 붐 세대지요?”

나를 비롯한 수험생 엄마들은 베이비붐 세대라는 것을 설명한 적이 있었다. 낀 세대는 대부분의 유년시절에 대가족 내에서 사회화 과정을 겪으며 자라났다. 핵가족 제도의 선두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고, 전통과 혁신이라는 양면적인 가치관을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기본이고 힘이 없어진 노후에는 당연히 봉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나마저도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고 경제적 자립을 통해 부부끼리만 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노년에 취미나 경제력, 생활대책 등 노후 설계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같이 물가는 올라가고 집값은 떨어질 줄 모르는 변화무쌍한 사회에서, 부모 부양의 의무를 고수하고 있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신이 노년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첫 세대가 바로 세대인 것이다.


“그니까 엄마는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거죠 ㅎㅎ. 엄만 낀 세대니 선택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지만, 안 하면 해왔던 것이 있어서 양심에 걸리고, 하자니 너무 힘들고 뭐 이런 거? 그러니 양심과 도덕의 기준에 맞추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 아들 양심과 도덕? ㅎㅎ 그렇게 깊은 뜻이!”


이래저래 세 아이에게 대한민국에서 엄마로 사는 법에 대해 간담회 형식으로 얘길 마쳤다.   

대한민국 엄마로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 생각이 뭐냐고?

애들이 내 생각을 묻는다.

요즘 나는 언택트 시대에 맞추어 취미로 독서모임이나 글쓰기 모임을 아침, 저녁에 줌으로 하고 있다.

가장 최우선을 셋째 아이 수험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잘 먹이는 것은 물론이고 때론 조용히 집안의 분위기를 봐가며 수업을 하게 된다.


이런 나를 보며 “공부는 지가 하는 것이지, 손을 놓으세요!”라고 젊은 벗들은 충고한다.

맞는 얘기다 ‘공부를 지가 하지 무슨 엄마가 하나?’ ‘지일도 있으면 내일도 있는 거지!’

하지만 맘이 편치 못해 무엇을 해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스스로 엄마로서의 역할에 부족한 것은 아닌가 하는 죄의식에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거기다 남편은 한 술 더 뜬다. “애가 고3인데 무슨 취미야! 내년에 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인데...” 정작 애는 개의치 않는데 말도 안 되는 프레임으로 ‘엄마는 아이 앞에서 죽도록 헌신하다 죽는 것’, 특히 ‘아이가 자랄 때는 더더욱 신경 써야 된다’는 생각으로 아내를 보고 평가하고 지적할 때가 있다.

싸우고 싶지만, 시끄러운 것도 싫고, 의견 차이를 좁히는 것도 어려울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애 감정이 다칠까 봐 다시 한번 가슴을 누르며 참게 된다. 이게 바로 대한민국 수험생 엄마의 현실이다. 대한민국 엄마로서 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내 생각이 뭐냐고? 내 생각은 바로 이거다.


"제기랄! 내일 하루는 시켜먹자! 남이 해준 맛있는 밥 먹고 싶다."

















태그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흥얼거리는 노래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