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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Dec 10. 2021

3.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렌 니어링의 사랑과 죽음을 대하는 자세


<사랑과 죽음을 대하는 자세>


저 가을 산을 어떻게 혼자 넘나

우리 둘이서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중국, 7세기-


톨스토이와 자기 포기

소크라테스와 이성의 법칙

소로와 간소한 생활

마르크스 엥겔스와 착취에 대한 저항

간디와 비폭력

부처와 무애

빅토르 위고와 인도주의

예수와 사회봉사

공자와 중도

리 처그 버크와 우주 의식

윌트 휘트먼과 자연주의

에드워드 베라미와 유토피아

올리브 쉬라이너와 풍자

< 스코트가 쓴 글에 위 위인들을 모범으로 들고 있는 예>


어떤 것이 아름다운 삶이고, 사랑일까? 그리고 인생의 마무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헬렌은 얘기한다. “반세기 넘게 함께 하고자 애써온, 최선의 삶을 살고 그 삶을 사랑하며 스코트와 겪은 여러 가지 출발과 떠남에 관한 책”이라고. 그중에서도 사랑에 대해 기록되어 있다. 육체적 정신적 공동작업, 농장 생활, 식생활, 정원 가꾸기 또는 집 짓기에 관한 보고서가 아닌 최선의 삶에 들어 있는 그 특유의 변할 수 없는 사랑의 요소에 대해 쓴 것이다

사랑.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절절하게 소중한 단어이며 아름다운 단어이다. 

스물여섯이 되었을 때 헬렌은 스코트 니어링을 만났다. 무려 스물한 살이나 차이가 난다. 좋은 지식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재능 있는 바이올린 연주자로서의 삶을 접고 스코트를 존경하는 동반자로 선택해 반세기 동안 살았다. 둘이 평생에 걸쳐 추구하고 실천한 삶의 철학은 <적게 갖되 충만하게 살고, 욕구를 최대한 줄이는 데서 진정한 자유를 찾는 것>이라는 것이다. 둘은 서로에 대한 깊은 감사와 존경을 바탕으로 육체노동과 자급자족을 하고 책을 읽고 강연을 한 삶이 자연스러운 삶 속에서 녹아 있다. 부부로서 사랑과 존경을 가지고 있지만 독립된 개체로서의 삶을 존중하고 살았다. 

존중과 사랑이 넘치는 부부에게 재산을 따로 관리한 부분은 독특하게 다가왔다. 각자 자기 통장을 가지고 있고, 꿔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며 일 년에 몇 번씩 서로 정산도 하였다. 헬렌이 쓴 글이지만 흔들림 없는 선함, 지식, 지혜, 친절함과 사려 깊음이 나이를 따지지 않고 서로를 받아들였음이 보여지는 책이다. 둘은 평생을 사랑했고 스코트를 통해 죽음까지 자연스럽게 이끌어가는 장면들이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특히 문명을 거부하고 자연이 되어 살다가 준비해온 죽음을 맞아들이는 과정. 그것은 인간으로서 신념을 넘어 진정 아름답고 원숙한 삶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것 같다.


우리는 죽음이란 종말이 아니라 옮겨감이라고 느꼈다. 그것은 삶의 두 영역 사이에 있는 출입구였다.  “당신과 함께 있어서 좋았소, 여보, 당신은 매우 훌륭한 동료였고. 매우 사랑스러운, 정말 만족스러운 삶이었소. 이보다 더 나을 수는 없을 거요. 좋고, 또 좋았고... 당신과 함께 있어서 좋았소. 어느 날 밤 잠결에 스코트는 골똘히 생각하는 것처럼 말을 했다. (225p)

생을 마감하는 자리에서 자기 아내를 보고 이렇게 깊은 사랑이 묻어나는 고백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떠나는 자나 남는 자에게 정말 멋진 일이다.  스코트가 말한 30개쯤의 인용구를 대충 정리하자면, 병원이 아닌 집에서 단식을 하고, 마시기도 끊고, 진통, 마취제도 필요 없고, 죽음은 광대한 경험의 영역으로 맞이하며 죽음은 옮겨감이나 깨어남이니 모든 삶의 국면에서처럼 어느 경우든 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죽은 뒤 되도록 빨리 상자 안에 뉘어 조용히 화장하길 바라며, 나무 아래 뿌려주기 바란다는 것이다.


삶에서 가장 커다란 수수께끼는 삶 그 자체가 아니라 죽음이다. 죽음은 삶의 절정이자 마지막에 피는 가장 아름 다운 꽃이다. 죽음에서 전체로서의 삶은 응축된다. 죽음에서 당신은 도달한다. 삶은 죽음을 향한 순례이다. 시작 그 순간부터 죽음이 오고 있다. 탄생의 순간부터 죽음은 당신을 향한 출발을 시작했다.... 삶은 다만 죽음을 향한 순례이기 때문에 죽음은 삶보다 더 신비로운 것이다.(216p)


100세 생일 한 달 전 “나는 더 이상 먹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리고는 다시는 딱딱한 음식을 먹지 않았다. 스코트가 백 번째 생일을 맞던 날 이웃 사람들이 깃발을 들고 왔는데 그 깃발 하나에 이렇게 쓰여 있었다고 한다. “스코트 니어링이 백 년 동안 살아서 이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되었다.” 이 책 속에서 헬렌은 스코트와 함께 보낸 반세기에 걸친 삶과 평온하고도 위엄을 간직한 죽음을 통해 사랑과 삶, 죽음이 하나임을 보여준다.(228p)


죽음은 하나의 문을 통과하는 과정임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어쩌면 스코트는 고지식하고 팍팍하고 세상과 쉽게 타협하지 않아 융통성이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헬렌은 그 삶을 받아들이고 서로를 존중하며 행복감을 성취하는 지혜를 발휘한 것 같다. 스코트가 있어서 세상이 더 좋아졌다는데 내 삶은 내가 이곳에 살아서 더 좋은 곳이 되었는가 조용히 물어본다. 모든 것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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