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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Feb 16. 2022

13. 오수완 /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

한권의 책에도 운명이 있다. 우리의 삶처럼

책을 읽으면서 가상의 도시에서 가상의 도시에 가상의 도서관이 있고 많은 장서들이 소장되어 있다는 상상의 세계가 실제 있는 것처럼 느껴져 허구임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글 검색창을 뒤지게 했다. 사서인 에드워드 머레이의 서른 두권의 요약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니면 '그냥 뭐  비슷한 책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면서 말이다.  특히 일인칭 시점으로 쓴 것이다 보니 허구는 더욱 실제적 사실이 된것 처럼 독자인  나를 혼란으로 빠드려 가독성을 증폭시켰다.  <도서관이  곧 식당으로 개조될 호펜타운의 반디멘 재단 도서관의 사서 에드워드 머레이가 빈센트 쿠프만 컬렉션을 중심으로 도서관의 사람들조차 목록적으로 정리한 실록이 이 작품의 몸통이다. 말하자면 이 소설은 한편의 긴 농담이라는 말>에 적극 공감한다.  하지만 이책의 가치는 유한한  우리의 삶도 책에도 운명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은 사람도 책이고 책도 사람이다라는 개연성을 보여주려고 하는 긴 농담인 것이다.

책은 어떤 작가에 의해 어떻게 태어나고 읽혀지고 버려지는가와  책 처럼 사람의 운명도 각자의 운명속에서 버티다가  어떤 모습으로 사라지는 과정을 보여주기에 가치가 더해졌다.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고 그 책이 도서관에 보관되는 일은 작가를 꿈꾸는 수많은 사람중 일부에게만 허락된 좁은 문이다.  따라서 직접 쓰고 그리고 제본하여 만든 희귀본 즉 세상에 없는 책을 소개하는 이 카탈로그는 현대 출판 시스템이 책이라 부르지 않는 수많은 꿈들의 목록이다.  탈락한 꿈들의 목록은 도서관을 벗어난 지성이고 시스템이 누락한 감성이며 승자보다 빛나는 패자들이다.  이토록 화려한 패자부활전을 관전하지 않는자, 누구라도 후회의 맛을 보게 될 것이다. (박혜진문평가)


레나 문(Lena Moon)에 대해 2

조금 식상한 은유지만 사람은 우주다.  사람은 책이다.  한사람의 깊이는 우주의 깊이와 같다.  그 깊이를 헤아리기 위해서는 그를 오래도록 읽고 또 읽어야 한다.  그는 새롭게 계속 쓰여지며 끝나지 않는 책이다.  그리고 어떤 책은 시간이 흐르며 더욱 새롭고 흥미롭고 신비로워진다.  그런 책을 읽어 나가는 건 기쁨과 흥분을 주는 모험이다.  내겐 그녀을 읽어 나가는 일이 그렇다.  달리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88p)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독서 습관을 망친다.  빌린 책에는 내 마음대로 줄을 긋거나 메모를 해둘 수 없다.  줄을 긋고 싶지만 그을 수 없을때  나는 방금 읽은 구절이 날아갈까봐 전전긍긍하고 잊힐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잊혀질 것이 분명하므로 그 책을 미워한다.  새뮤얼 존슨이 말했듯 지식에는 두가지가 있다.  무언가를 아는 거소가 무언가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아는것.  이것을 각각 직접지와 간전비자라고 하자.  어떤 지식은 바로 직접지의 자격을 얻지만 대개의 지식은 간접지에서 반복과 체화를 거쳐 직접지에 이른다.  그리고  도것가 제공하는 건 어쩔 수 없이 간접지이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이 간접지를 더욱 간접적으로 만든다.  (130-131p)


노인이 어디에서 오는지는 알지만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모른다.  그들은 책을 읽으며 자신의 삶을 읽지만 자신이 무엇을 읽었는지는 알려주지 않고 떠난다.  그들에게는 그것을 말할 시간이 없다.   그들이 말없이 읽은 것은 그들의 정신과 육체와 마찬가지로 모래와 먼지로 돌아간다.  LM은 나와는 조금 생각이 달랐다.  그녀는 삶은 언제까지나 충실한 순간의 연속이고 우리 안에 아직 아이가 있듯 노인의 안에도 여전히 젊음이 있다고 말했다.  나도 그 말에 동의하지만 그러면 그들이 읽은건 모두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더니 그년느 읽은 게 꼭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며  그러다 어떤 것들은 자기도 모르게 저절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그 일에 대해 생각하는 동안 조명이 어두워지며 무대가 밝아지더니 낯익은 얼굴이 조명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179p)


썩은난초: 로맨스 소설에는 뚜렷한 공식이 있는 것 같다.   주인공 여성은 독자-이장르의 주된 독자는 젊은 여성이다-가 충분히 감정 이입할 수 잇도록 평범해야 하며 동시에 앞으로 일어날 로맨스에 개연성을 부여할 수 잇을 정도로 충분히 매력적이어야 한다.  상대편의 남성은 대개 여성보다 사회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데 지적으로는 뛰어나지만 성격은 오만하고 어리석기 그지 없는게 보통이다.  변화는 대개 남성의 몫인데  그는 여성의 고결함과 매력에 눈뜨면서 개과천선하거나 여성의 도움을 받아 마음의 벽을 허물면서 마침내 여성의 사랑을 얻어내는 데 성공한다. 이 공식에서 여성은 내면적 가치의 신봉자로서 도덕적으로 더 우월하며 남성은 겉으로 드러난 것과는 달리 내면은 유아적이어서 교화의 대상이 도니다. 이렇듯 로맨스 소설의 플롯은 역설과 이율배반으로 넘쳐 난다.  BP는 로맨스 소설은 두 성의 전통적인 상호교환, 즉 재화와 성의 거래를 둘러싼 챵측의 첨예한 전략적 대립을 여성의 입장에서 미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로맨스 소설이 여성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판타지를 형사화 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냉정하거나 속물적으로 보일 수 잇다는 것도 로맨스 소설을 읽은 제대로 된 방법이 아리라는 것도 인정한다.  그러나 로맨스 소설이 남녀 사이의 전생을 여성 중심으로 개작한 판타지라는 주장을 철회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내 생각을 말해보자면, 나역시 로맨스 소설이 일종의 판타지라고 믿는다.  슈퍼히어로가 악당의 위협으로부터 세계를 구원하고 영웅이 위기에 빠진 왕국을 구해내듯 연애과 사랑은 외로움에 지친 남여 주인공을 구원한다.  연애담은 영웅담에 버금갈 정도로 유서깊은 장르가 아닌가.  영웅이 결국 승리를 쟁취하고 선을 이룩하든 연인은 사랑을 통해 인싱의 의미를 되찾는다.  비록 그것이 판타지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인간에게는 그런 환상이 필요하다.  (187-188p)


책은 한 아이와 친구가 되지만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길을 떠나서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책의 빈 종이에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그들은 누군가 먼저 쓴 글을 지우고 다른 글로 고치고 책장을 찢어서 훔치고 심지어는 책을 불태우려 한다.  망가져서 표지밖에 남지 않은 책은 노인이 된 아이를 다시 만난다.  노인은 표지 안쪽의 빈 곳에 자신의 삶을 몇줄로 적는다. (242p)


작가의 말중: 가상의 책들의 카탈로그라는 아이디어는 보르헤스에게서 나온것이다.  도서관이라는 배경은 브라우티건의 임신중절에서 빌렸다.  구체적인 상상이 필요할 땐 구글에서 찾은 홉킨스빌 카네기 도서관을 떠올렸다.  뚜렷한 주제도 교훈도 메시지도 없다.  있는 거라라고는 그저 책과 도서관에 대한 백일몽에 가까운 공상뿐이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가 당신에게 뭔가 속삭이는 기분이 든다면 그건 아마 이런 말일 것이다.  당신이 어떤 책을 찾고 있는데 그 책이 세상에 없다면 그 책을 써야하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라는것.(254p)


책과 도서관 이용자들을 둘러싸고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인간에 대한 편견을 들춰내 결국 삶의 다양성과 존엄성에 대해 질문하낟.  책은 어떻게 태어나며 무성을 말하는가. 어떻게 독자와 조우하며 또 버림받고 잊혀서 죽음을 맞는가, 그리고 책의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것은 왜 삶에 대한 연가가 되는가.  모든 책에는 각자의 운명이 있다.  아니 모든 인간들은 저마다의 운명을 지니며 소멸 속에서 연대한다(은희경소설가)


기발한 확장과 펼침의 백과전서적 상상이 우리 내부의 이야기로 이미 접히고 연결되는 문턱을 즐겁게 만나게 된다(정홍수 문평가)


가상의 도시에 가상의 도서관이 있고 가상의 도서관에는 가상의 장서가 소장되어 있다.  독자들이 소설 속 가상의 공간과 인물들을 어색해하지 않고 우리가 그 진위를 궁금해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소설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색하기는 커녕 이보다 더욱 견고하고 실제적인 것을 보지 못한 느낌이다.  소설속 도서관의 장서들에 대한 느낌은 이르 뛰어넘는데 이 장서들이 현실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도 들었기 때문이다.  사서인 에드워드 머레이는 도ㅓㅅ관의 장서 서른 두권을 요약해 기록으로 남긴다.  작가그이 다재다능함을 보여주는 이 글럴듯한 기록을 보고 있자면 도서관의 장서들이 정말로 어딘가에 있을것 같은 생각이 들다가도 단지 소설속 이야길일 뿐이라고 정신을 다잡에 되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  (하성란소설가)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고 그 책이 도서관에 보관되는 일은 작가를 꿈꾸는 수많은 사람중 일부에게만 허락된 좁은 문이다.  따라서 직접 쓰고 그리고 제본하여 만든 희귀본 즉 세상에 없는 책을 소개하는 이 카탈로그는 현대 출판 시스템이 책이라 부르지 않는 수많은 꿈들의 목록이다.  탈락한 꿈들의 목록은 도서관을 벗어난 지성이고 시스템이 누락한 감성이며 승자보다 빛나는 패자들이다.  이토록 화려한 패자부활전을 관전하지 않는자, 누구라도 후회의 맛을 보게 될 것이다. (박혜진문평가)

나도 한번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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