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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Feb 15. 2022

10. 홍은전 /그냥, 사람

<시선을 넘어 사유를 넘어 나를 나타낼 수 있는 말>

홍은전 작가는 노들 장애인 야학에서 13년간 활동했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해 기록을 모아둔 것을 책을 냈다.  <그냥, 사람>.

그냥, 사람은  김지혜 씨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책의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보고 구체적이고 살아있는 현장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읽으면서 <그냥, 사람>이 얼마나 되기가 힘든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냥,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묻는 것 같다.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 광화문 광장, 강제철거지역, 청도 대남병원 폐쇄병동, 도살장 앞에서, 차별받고 고통받는 존재들의 이야기 등이 기록되어 있다.

모욕 무시, 가난 차별의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순간마다 깊은 슬픔과 아픔이 동반되어 있고  그것들을 함묵하지 말고 저항하고 싸워야 한다고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고 고단하다.



나의 이야기는 타인의 것이다.  나의 것이 아니므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무언가 하고 싶어지는 일렁임은 공감에서 시작된다.  공감은 감정의 전염이나 이입과는 다르다.  누군가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흔들리기란 차라리 쉽다.  흔들리는 마음을 단속할 더 쉬운 이유들이 많을 뿐이다.  타인의 곤란함은 대체로 사소한 것이거나, 조금 심각하지만 스스로 불러온 것이거나 어쩔 수 없었더라도 내게는 닥치지 않을 일이다.  사회에서 흔히 소수가로 불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더욱 그렇다.  섣부른 감정 이입은 소수자의 이야기를 고통의 체험학습 교재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공감에는 복잡한 능력이 필요하다.  


나는 공감 어린 사람인가?

이데와의 세계와 현실세계의 비유를 동굴로 비유했던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가 생각났다.

이런 책을 볼 때마다 두 세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믿고 싶은 않은 죄수의 눈으로 나는 세상을 바라보았던 것은 아닌지... 죄수들이 벽면을 향해 묶인 채 보았던 동굴의 그림자들의 세계가 실재라고 느꼈던 것처럼.  자신이 여태까지 실재라고 여겼던 벽에 비친 그림자들이 자신이 지금 보고 있는 사물들에 비해 얼마나 불완전한 것이었던가를 깨닫게 되는 순간처럼.   이데아에 비해 불완전하고 혼돈된 것인가를 깨닫는 것처럼... 동굴로 돌아가 죄수들에게 그들의 세계가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가를 말하는 죄수가  아무것도 믿으려 하지 않고 믿고 싶은 않은 죄수에게 말하게 되는 현실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시선을 넘어 사유를 넘어 나를 나타내고 표현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한 시작.  나부터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어야 된다는 것을 깨닫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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