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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Mar 27. 2022

21.  모리사와 아키오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

< 상식 반대로 가슴에 품은  것>

사랑에 속아 모든 것을 잃은 에밀리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해변 마을에 사는 할아버지 집으로 도망쳐 떠나온다.  온갖 상처로 마음이 삭막해진 에밀리는 매일 부엌칼을 갈면서 할아버지와 함께 요리를 준비하고 맛보면서 조금씩 변화해간다.  여유롭고 담담하게,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온 할아버지와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 그들 틈에서 인생의 가치를 깨닫고 삶의 의지를 되찾은 에밀리는 다시 힘을 내 도시로 향한다.

묵묵히 기다려주고 지지해주는 할아버지와 있는 그대로의 에밀리를 받아준 마을 사람들이 에밀리의 상처를 치유해 줬다면  할아버지와의 거리를 좁혀주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것은 음식이다.  할아버지 음식은 소박하지만 깊이가 있다.  할아버지만의 철학이 담겨있다.  손에 익은 부엌칼그과 할아버지에게 배운 귀중한 레시피들은 앞으로 펼쳐질 에밀리의 삶에 작은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알라딘)


그러고 보니 난 무슨 소원을 빌고 싶은 걸까, "글쎄 행복해지는 거?"

"그러냐?"

:할아버지는? 뭐 빌고 싶은 소원 있어?"

"특별히 없구나, 단지."

"단지?"

"행복해지는 것보다는 만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응? 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세상이 갑자기 새카매졌다.  (130p)


애당초 상식이란 누군가가 멋대로 만들어낸 상상 속의 밧줄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밧줄에 자유로운 사고와 마음이 칭칭 묶여 있는데도 눈치채지 못한 채 숨막히는 일상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149p)


"무서움보다 큰 파도를 탔을 때의 두근거림이 훨씬 강하다나?  그래서 몸이 저절로 바다에 이끌리는 느낌이래요."

공포보다 두근거리는 느낌이 더 강하구나..(163p)


주변을 바꿀 필요는 없어.  자신의 마음을 바꾸면 그게 곧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거다."

"가능하면 기분 좋게 살아라."(292p)


"자신의 존재 가치와 인생 가치를 남이 판단하게 해선 안된다.  반드시 스스로 판단해라.  다른 사람의 의견은 참고 정도만 하면 돼."(294p)


낚시도 부엌칼 갈기도 처음엔 잘 못하듯이, 여자 아이를 키우는 것도 처음 해보는 거라 좀처럼 잘 되지 않았다....."

"어른도 부모도, 다 같은 인간이다.  완벽하지 않아 모두 미숙한 가운데 죽는다."(316p)


한심했던 나와 어두웠던 나의 과거를 받아들였다.

늘 불행한 짐이었던 그 두 가지를 떨쳐버리길 포기하고, 반대로 가슴에 품은 것이다.  단지 그뿐, 그렇게 했더니 무거운 짐이 스며들어 내 몸이 되었고 덕분에 공기처럼 가벼워졌다.(338p)



소녀만큼의 무게로 가벼우면서 예쁘고 따뜻한 책이다.

여러 캐릭터 중 단연 다이조 할아버지의 성품과 성격이 비중 있고 마음에 들지만 왠지 잠깐 비치는 가벼운 사여의 모습.  그리고 완벽한 쿄카의 모습이 만화처럼 느껴졌다.  마치 이미지로 나타낸 완벽한 여자와 그렇지 않은 여자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과 할아버지에게 배운 귀중한 레시피가 삶의 무기가 된 것처럼  내게도 엄마의 '시래기 고등어 지짐 요리'와 '토란국'이 생각이 났다.  시골에 가면 엄마는 복잡하고 정성스러운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해주신다.  그러면 나는 '내가 사랑받는 존재구나'라는 감사와 함께  자존감 뿜 뿜 어린 얼굴로  밝은 미소가 올라오고 한 단계 높은 톤으로 엄마에게 감동의 찬사를 보낸다.

어릴 적부터 먹었던 나의 입맛에 추억과 애정과 그림움이 섞여 온전한 나로 서게 해 주며 내가 엄마가 되어 행했던 자식들에게 힘들고 고단했던 어려움을 잊게 해 준다.

친정이 있고 엄마가 있다는 행복감은 에밀리가 할아버지에게 느꼈던 감정과 같을 것이다. 에밀리가 유부남을 사랑했던 것이 속임을 당한 자신의 입장보다도 일반적으로 느끼는 불륜녀라는 상식에서 자신을 옭아매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숨 막히는 일상에서 탈출한 에밀리가 가엽기도 했지만 어쩌면 우리 인간은 모두 자신이 만들어놓은 상식의 밧줄에 꽁꽁 묶여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다.

내가 가진 상식은 무엇이 있을까?  초중고와 대학을 가고 취직을 하다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집을 사고.. 사람과는 적절한 예절을 지켜야 하고... 하지만 지금은 이런 상식이 모두 무너져가는 것 같다.  어쩌면 일반적이며 사회에서 요구되는 상식들이 처한 환경에서 다른 눈으로 본다면 그것은 상식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딜레마에 빠진 건가?  자신의 위치에서 보면 올바른 상식이라는 것도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할아버지는' 행복해지는 것보다 만족하는 것이 중요하다'라 말한다.  행복은 어쩌면 추상적일 수 있지만 만족은 그보다 작은 단위인 것 같다.  행복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만족함은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 있다.  그래서 요즘 워라밸(work life valance)이나 소확행이라는 단어들이 뜨고 있는 이유리라.  이런 것들은 바로 욕망의 크기를 조절해야 함을  얘기하고 있다.  행복을 추구하지만 먼저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처럼 만족을 느껴야 평화가 오고, 마음의 평화는 바로 감사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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