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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Jun 20. 2024

(단편소설) 종이비행기(完)

미진의 발 끝에 하얀 종이비행기가 와서 멈췄다. 그녀가 비행기를 들고, 고개를 돌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어린 아이와 그 옆에는 그 아이의 아버지로 보이는 사람이 그녀에게 뛰어왔다.  

    

 “죄송합니다. 저 쪽에서 아이와 함께 종이비행기를 날렸는데 바람 때문에 이 곳 까지 날라와 버렸네요”


 미진은 짧은 다리로 숨을 헐떡거리며, 아버지를 쫓아 온 아이에게 종이비행기를 건 내면서, 주머니 속 사탕을 꺼내 주었다. 아이는 낮선 사람의 호의가 선 듯 무서웠는지 사내의 다리 뒤로 숨었다.      


 “태수야, 이럴 때에는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하고 받는 거야 얼른! 이 누나한테 인사해야지”     


 사내는 아이를 부드러운 투로 달랬다. 아버지의 가르침에 안심이 되었는지, 아이는 잽싸게 비행기와 사탕을 낚아채 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비행기를 날리고는 받은 사탕을 입에 넣으며 콧노래를 불렀다. 사내가 당황하며, 아이에게 뭐라고 할 참에 이미 아이는 다시 던진 비행기를 쫓아 뛰어가고 있었다.      

 “야, 이놈아”

 “그냥 두세요. 아이가 활기차고 좋아 보이네요. 아이들은 참 귀여워요”     


 미진은 사내를 말렸고, 사내는 미안함에 자리를 뜨지 못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나름 엄하게 키운다고 하는데, 저희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바람에 할머니 손에 자라서 가끔 예의없는 모습을 하고 있네요”

 “정말 괜찮아요. 한 참 저렇게 뛰어 놀 때 잖아요”     


 미진과 사내의 잠깐의 어색한 침묵이 흐를 때, 사내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차가운 캔커피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건냈다.


 “이거 하나 드세요. 오늘 사실 애 엄마도 공원으로 온다고 해서, 아까 같이 산거였는데, 갑자기 일이 생기는 바람에 커피가 남았네요”    

 

 사내는 미안한 마음에 미진에게 커피를 건냈다. 미진은 커피를 받아들고서는 한 참을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 때, 미진을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났다. 미진은 이제 자신이 가야할 시간임을 알고는 사내에게 인사했다.     


 “저는 이제 가봐야겠어요. 커피는 잘 마실게요. 고맙습니다”

 “네 조심히 들어가세요”


  미진이 자리를 뜨고, 사내는 그 자리에 남아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제 서야 그는 그녀가 검은색 정장, 구두, 그리고 그녀가 앉아있던 자리의 쇼핑백이 보였다. 그가 쇼핑백을 열어보자 과자, 사탕이 뜯어진 채로 잔뜩 있었다.      


 “여보!”     


 사내의 아내가 그를 보자 멀리서 뛰어왔다.      


 “어? 바쁜 일은 끝났어?”

 “어, 다행히 빨리 끝나서. 끝나자마자 이리로 왔어! 태수는?”

 “저기서 종이비행기 날리면서 놀고 있어”


 사내의 아내는 자신의 아이를 찾기 위해 주변을 돌아보다, 아이가 쪼그려 앉아 비행기를 줍고 있는 모습에 안심하곤 다시 남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손에 들고 있는 건 뭐야?”

 “아, 여기서 앉아있던 여자가 두고 간 쇼핑백인데, 과자랑 사탕이 잔뜩 들어있네”

 “그러네? 근데 왜 봉지가 뜯어져있기만 하고, 내용물은 그대로지?”     

 사내는 아내를 바라보곤, 쓸쓸하게 말했다.

 “먹고 싶어서 샀는데, 갑자기 먹고 싶지 않았나 보지, 아니면 먹을 수 없었거나”


 아내는 사내를 한 번 물끄러미 바라보곤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쇼핑백을 빼앗아 다시 자리에 돌려놓았다. 사내는 머쓱한 듯, 아내에게 말했다.     


 “오늘 오랜만에 태수가 좋아하는 햄버거 먹으러 갈까?”

 “당신이 어쩐 일이야? 평소에는 정크푸드라고 학을 떼는 사람이”     


 아내는 사내를 보며 놀리듯 말했다.     


 “가끔은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태수가 좋아했으면 좋겠다”

 “그럼 좋아하지, 당신 눈치 보느라 못 먹는 햄버거를 당신이 사주겠다고 하는데”     


 아내는 꺄르륵 거리면서 ‘아빠가 햄버거 사준데’라고 하며 아이 쪽으로 뛰어갔다. 사내는 아내를 뒤로 하곤, 미진이 떠난 곳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가 두고 간, 쇼핑백을 들어 근처 그늘진 큰 고목 아래 두고는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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