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은 매주 화요일 / 목요일 업데이트 예정입니다.
※심심한 출근길 / 퇴근길에 소소한 재미를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4
“야! 빨리 와 애꾸 세끼, 돈 털자”
집에 가는 사내A의 가방을 붙잡은 친구가 상기된 얼굴로 이야기했다. 내가 속한 반에는 두 눈이 멀쩡하고, 눈 주위에 상처 하나 없지만 별명이 애꾸인 친구가 있다. 모두가 어색한 학기 초, 어수룩한 친구들은 그렇지 않은 친구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애꾸라는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단지 말이 조금 느리고, 행동이 더디고, 단지 반에서 가장 싸움을 잘하는 친구와 입학 첫날부터 부딪쳤을 뿐이었다. 싸움을 잘하는 친구는 재수 없게 반 아이들이 모두 보고 있는데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의 민망함이 분노로 변하는 데는 수초면 충분했다. 싸움을 잘하는 아이는 그 명성에 맞게, 앞으로 애꾸라고 불릴 친구의 뺨을 사정없이 가격하며 말했다.
“야이 세끼야. 니가 날 애꾸로 만들라고 뒤에서 밀쳤냐?”
“그런게.. 아니.. 야”
애꾸가 어수룩하게 말하자, 싸움을 잘하는 친구는 물 만난 고기마냥 기세등등하게 때렸다. 어수룩한 친구는 덩치는 산만했으나, 싸움에는 영 소질이 없었나보다. 계속 맞고, 또 맞고, 쓰러질 때까지 맞았다. 그날 이 후 어수룩한 친구는 ‘애꾸세끼’로 불렸다. 사내A는 어수룩한 친구한테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는 포식자도, 약자도 아닌 딱 중간쯤의 포지션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혈기왕성한 고등학생들에게는 중간이란 용납할 수 없는 변절자와도 같은 개념이었다. 포식자들은 끊임없이 애꾸세끼를 같이 괴롭힐 것을 요청했고, 먹잇감들은 자신들을 지켜주길 바랬다. 그때마다 선생님 핑계, 화장실 핑계로 잘 빠져나갔다. 그런데 사내A에게도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어수룩한 친구가 사내A를 보지 못하고 치면서 사내A가 앞으로 고꾸라진 일이었다. 학기 초, 어수룩한 친구가 애꾸새끼가 된 결정적인 사건이 또 다시 발생한 것이다. 포식자들은 나를 두둔하며, 어수룩한 친구를 마구 때릴 준비를 하였다. 사내A는 딱히 화가 나거나 그러지는 않았으나, 여기서 내가 어수룩한 친구에게 괜찮다고 한다면, 이제껏 중간에서 잘 지내던 내 평화가 한순간에 먹잇감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내A는 옷을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어수룩한 친구에게 다가가 말했다.
“야, 끝나고 남아”
어수룩한 친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포식자들은 사내A의 행동에 환호했다. 이미 어수룩한 친구가 사내A에게 몇 분 만에 쓰러질지를 내기하는 친구가 등장했고, 또 다른 친구는 사내A에게 싸우기 좋은 공터를 추천해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사내A는 좀 더 좋은 공터를 알고 있었다. 학교가 끝나고, 남의 싸움구경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모두 모였다. 그리고 그 앞에는 사내A와 어수룩한 친구가 어색하게 걷고 있었다. 사내A가 아는 곳은 강 근처의 언덕 중간의 평야지대였다. 평야지대 아래로는 가파른 내리막비탈이었으며, 바로 강이랑 연결 되어있었고, 평야지대 위로도 역시 가파른 오르막길이었으며 그 끝자락에는 도로가 있었다. 모두가 내려가서 보기 힘들기 때문에 싸움을 잘하는 몇 몇의 친구가 사내A와 어수룩한 친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집에 돌려보냈다.
사내A와 어수룩한 친구는 싸움을 잘하는 친구들에 둘러싸여 강제로 싸움을 시작해야만 했다. 사내A는 어수룩한 친구의 멱살을 잡아 자빠트린 뒤 위에 올라타 강으로 떨어지는 내리막비탈로 같이 굴렀다. 사내A는 평야에서 강을 바라보면 한없이 무섭고 높아 보이며 강물에 빠질 것 같았지만, 막상 구르기 시작하면 그 중간에 움푹 패 인 곳으로 빠져 물에는 들어가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내A와 어수룩한 친구는 움푹패인 곳에서 싸움을 잘하는 친구들을 따돌렸다. 싸움을 잘하는 친구들은 그들이 물에 빠져 어떻게 된 줄 알고 무서워 모두 소리내며 도망쳤다. 사내A는 어수룩한 친구에게 말했다.
“아까는 진심이 아니었다. 실수로 부딫혀 내가 넘어 진거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마라, 그리고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쟤들이 너를 가만 두지 않았을 거다”
어수룩한 친구는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 였다. 사내A는 계속 어수룩한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너도 용기내서 싸우지 그래?, 언제까지 당할 수 만은 없잖아”
어수룩한 친구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사내A도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는 어수룩한 친구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몇 분간의 정적이 흐르고, 사내A는 일어나며 어수룩한 친구에게 가자고 손짓했다. 그 둘은 비탈을 마저 내려와 강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 사내A가 알고 있는 계단으로 올라 서로의 집으로 갔다. 그리고 다음날 사내A는 어수룩한 친구에게 자신이 어제했던 이야기를 후회했다. 사내A는 그에게 ‘용기내서 싸우라’고 했으면 안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