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은 매주 화요일 / 목요일 업데이트 예정입니다.
※심심한 출근길 / 퇴근길에 소소한 재미를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
#3
사내D가 사내A를 처음 만났을 때, 사내D의 허벅지에는 푸른 멍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살이 떨리도록 추운 날이었음에도 허벅지의 멍이 잘 보일 정도의 반바지를 입고 밖을 나와있었다. 사내A는 자신의 유치원가방을 고쳐 메고, 사내D에게 다가가 측은한 마음에 말을 걸었다.
“너 춥지 않니? 왜 반바지를 입고 있어? 너는 유치원 안가?”
사내D는 처음 자신의 아버지 이외의 사람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었다는 사실에 무서웠다. 그 상대가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꼬맹이일지라도, 낮선이의 물음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엉거주춤하며, 발을 뒤로 물렀다. 사내A는 사내D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봐왔던 친구들은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사내A는 사내D를 내버려둔 채 발걸음을 옮겼다.
사내A가 오전의 일을 잊을 정도로 친구들과 신나게 놀고 집에 갈 무렵 아까 그 장소에 사내D가 같은 복장으로 서있었다. 사내A는 볼이 빨개진 야윈 그 친구가 너무 불쌍하여, 자신이 입고 있는 외투를 덮어 주었다.
“야, 너는 집이 어디니?”
“저기...”
사내D는 조막손으로 회색 슬라이스지붕이 얼기설기 올려져있는 작은 시멘트집을 가리켰다. 사내A는 사내D의 손을 잡고, 사내D가 가리킨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런데 집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먹고 버린 술병과 벽지에 핀 곰팡이의 시큼한 냄새까지 바로 헛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집안은 더러웠다. 사내A는 팔을 걷어붙이고, 술병을 치우고, 바닥을 닦았다. 사내D는 사내A의 행동에 사뭇 놀랐는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바라만 보았다. 사내A가 마지막 쓰레기를 버리려고 밖으로 잠시 나왔을 사이, 사내D의 아버지가 집에 들어갔는지 어른의 목소리와 따귀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내A는 잔뜩 겁을 먹고는 쓰레기를 내팽겨 둔 채 문 앞에서 얼어있었다. 사내D는 아버지에게 ‘왜 자신의 집에 남을 들이냐?’라는 이유로 뺨, 배, 허벅지를 한참 동안 매질당했다. 사내D의 아버지가 때리다 지쳤는지 냉장고에 남겨둔 소주를 들이키고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사내A는 현관 앞에 서있다가, 사내D의 아버지가 내는 인기척에 얼른 옆 전봇대 뒤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사내D의 아버지가 멀어질 쯤 다시 집으로 들어가 훌쩍거리는 사내D를 인아 주었다.
그렇게 그들은 친구가 되었다. 어쩌면, 술을 마시고 있는 사내들 중 사내A와 사내D가 가장 끈끈한 우정을 나누고 있을 지도 모른다.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늘 주눅들어있는 사내D지만, 사내A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누구보다 밝아졌다. 사내A도 그걸 알기 때문에 자신의 모임에 항상 사내D를 데리고 다녔다. 물론, 사내D를 모두가 좋아하지는 않았다. 특히, 호전적인 성격의 사내C가 사내D의 답답함을 싫어했다. 그럼에도 자신이 사내A랑 친하기 때문에 사내D와도 친해야겠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는 있다. 반면, 사내B는 사내D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 원래 성격이 무심한 것도 있지만, 사내A의 친구들 중 가장 늦게 합류하여, 사내C와 사내D에게 별 친밀도를 못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사내A도 그걸 알기 때문에 술자리에 굳이 나오라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심심한 걸 견딜 수 없는 사내B는 어색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시간은 12시 30분을 훌쩍 넘겼다. 여사장과 홀 직원이 보고 있던 영화는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엇고, 사내들도 그걸 알았는지 안주를 하나 더 시킬 생각이었지만, 영화가 끝날 때 까지 참기로 했다. 홀 직원은 여사장에게 담배한대 피우고 오겠다고 말을 한 뒤, 핸드폰으로 어디 전화연결을 하며 밖으로 나갔고, 여사장은 손을 좌우 흔들며 대답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