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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Feb 21. 2023

<단편소설>소설가의 산책(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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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짜증이나는 날이다. 원래 글쟁이들 수중에는 돈이 없는 것이 당연한데, 그걸 모르는 아내는 오늘도 먼지를 털면서 눈치를 준다. 


'낭만도 없는 여편네 같으니라구'


오늘도 쫒겨나 할 일없이 거리를 배회한다.  한 시간 전만해도 출근하려는 이로 붐볐을 이 거리가 지금은 그들의 체온만 남은채로 있다. 


'뭔가 좋은 글감이 떠오르면 좋으련만'


이 것 저 것 생각하다. 괜히,아내 닮은 돌맹이가 보여서 발로 찬다. 멀리나가는 것이 꼭 나와 마누라의 거리같아 퍽이나 웃음이 난다. 


그 것도 잠시, 이내 따분해진다. 크게 하품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지하철역이 보인다. 


'따로 출근하지않으니 지하철은 타볼일이 많이 없었는데, 잘 됐다'


나는 바로오는 지하철을 무작정타고, 앉는다. 10시가 갓 넘은 지하철은 나와 같이 소일거리로 지하철을 타러온 노인 몇분과 젋은 여성 몇명 타고있다. 나는 눈을 감고, 지하철 창 넘어로 들어오는 햇쌀을 받으며 작은 자유를 즐긴다.


그렇게 몇 정거장을 지나쳤는지 모르겠지만, 지하철 칸에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햇쌀은 똑같이 비추고 있는다. 그 때, 번뜩 하는 무언가가 내 머릿 속을 지나 간다


나는 지금의 느낌을 글로 녹이기 위해 재빨리 가방에서 펜과 노트를 쓴다. 노트를 무릎에 두고, 글을 쓰기 불편해서 앉은 자리를 책상삼아 노트를 두고, 나는 그 아래 꿇어 앉은 채로 지하철 창가를 바라보겠금 고쳐앉아 펜을 휘가른다.


' 작품활동을 하는 이 곳이야 말로 나의 서재고, 집이고 , 우주다'


오늘을 계기로 나의 열정이 다시 살아남을 느낀다. 풀죽었던 내 글에 대한 욕망이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된다. 


나는 지하철이 몇 저거장을 더 지났을 지 생각지도 않는 채, 글을 계속 써내려간다. 손목이 아프지만, 지금 이 느낌과 감정은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은 마음에 참으며 쓴다. 나는 속으로 '좀 더 좀 더'를 외친다. 


그 때, 모든 산통을 다 깨는 아내의 연락이 왔다. 전화가 울리기에 무시하고 글쓰기에 매진하는데, 이번에는 문자메세지가 여러개 들어온다. 급한 일 인가 싶어서 휴대폰을 열고 메세지를 확인해보니 사진이 하나 와있다. 


웬 남자가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지하철의자 밑에 꿇어않고선 노트로 뭔가 끄적이고 있는 사진과 그 밑에 상대방이 마누라에게 보낸 '이거 혹시 니 남편 아니니??....' 라는 메시지다.


그리고 다시 오는 아내의 전화를 받자 아내는 내게 고함을 지르며 말한다.


 -돈은 못벌어도 망신은 주지 말아야지 쪽팔리게 뭐하는 짓이야? 얼른 안들어와?


그제서야 주변 사람들이 보인다. 나는 주변사람들이 아내의 고함소리를 들었을까 창피한 마음에 노트를 주섬주섬 챙겨 다음 정거장에서 내린다. 


'칫, 아내 때문에 작품활동도 마음대로 못하는 구만'


나는 아까 발견한 열정을 잠시 주머니에 넣어두고, 꼭 다시 지하철로 돌아온다는 다짐을 한채 돌아가는 지하철을 탄다.


'집에 들어가면 또 한바탕 난리가 나겠구만..' 착잡한 내 한숨이 지하철의 덜컹거림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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