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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Mar 11. 2023

<단편소설>아빠와 아들(完)



브런치북 - 단편소설  비밀 보러가기



PD의 큐 사인이 떨어진다. 스텝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다 멈추고, 조연출이 방청객을 바라보며, 박수호응을 유도했다. 프로의 메인 MC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인사를 하며, 게스트들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잠시 나누고는 멘트를 이어갔다.

“자, 그럼 오늘 고민의 주인공은 누구인지 알아볼까요?”     


옆에 있는 보조MC가 메인MC를 도와 추가 멘트를 했다.

“나와주세요!, 고민 주인공”     


 오늘의 고민주인공 ‘태수’가 큰 문을 열고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며 나왔다. 태수가 앉자 패널들은 놀라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메인MC가 패널들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재밌다는 듯이 익살스러운 표정을 하고는 태수에게 물었다.

“아니, 어린 꼬마 손님이 무슨 고민이 있어서, 우리 프로에 나왔어요?”     


태수가 다시 쑥스러운 듯 머뭇거리자, 보조MC가 태수에게 용기를 붇돋았다.

“어린이, 괜찮아요. 이야기해주세요!”     

그러자, 태수는 보조MC를 한 번 쳐다보고서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영어를 잘 하고 싶어서, 혀 수술을 하고 싶은데 아빠가 반대를 해요”


패널 및 방청석에서 기절한다는 추임세와 리액션이 나왔다. 메인MC는 차분히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니, 혀 수술은 본인이 생각 한거에요?”

“네”

“혀 수술을 하면 영어를 잘한다는 건 어떻게 안거에요?”     


메인MC의 질문에 태수는 담담해 이야기했다.

“뉴스에서도 보고, 제 친구들 중에는 혀수술 한 친구들이 많아요.”

“혹시, 친구는 나이가 어떻게 되요?”

“14살이요”     


태수의 나이를 듣자, 패널들과 방청객들이 일제히 놀라며, 소리쳤다. 게스트 중, 교육학을 전공한 박사가 태수에게 물었다.

“태수 어린이는 왜 혀 수술을 해서 영어를 잘하고 싶은거에요?”

“친구들도 다 혀수술을 했고, 저만 안하면 뒤쳐질 거 같아서...”     


태수의 이야기를 듣고, 교육학을 전공한 박사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예, 요즘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혀 길이를 늘리는 설소대수술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보조MC가 박사에게 물었다.

“혀를 늘리면 뭐가 좋아지는 거죠?”

“R발음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보조MC는 갸우뚱 거리며 답했다.

“R발음이요?”

“네, 서양인과 동양인은 구강구조의 차이로 인해 th발음, R발음이 다를 수 밖에 없는데, 혀를 늘이는 수술을 통해 좀 더 자연스럽게 발음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메인MC가 상황을 정리했다.

“그런 수술이 다 있었군요. 저는 오늘 처음 알았어요. 태수 어린이는 실례지만 반에서 몇등정도 해요?”     

태수가 쑥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떨구고는 이야기했다.

“반에서는 2~3등이고, 전교에서는 20등 정도해요”     


다시 패널들과 방청석에서 놀라운 탄성이 나왔다. 어린 아이의 공부에 대한 열망에 대한 존경의 탄성이었다.  메인MC가 다시 태수에게 물었다.

“우리 태수어린이 공부도 잘하네요. 그럼 혹시 짧은 영어문장을 한 번 읽어 주실 수 있으세요?”     

보조MC가 작가가 써준 영어문장을 태수에게 주었다. 태수는 유창하게 영어를 읽었다. 일반인이 듣기에는 외국인이 발음을 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을 만큼 완벽한 발음이었다.      


메인MC가 다시 태수에게 이야기했다.

“아니, 태수 어린이 영어 발음이 이렇게 좋은데 왜 수술하려고 하는거에요?”

“그렇지 않아요. 제 친구들은 더 잘해요”

“그럼, 이 쯤에서 태수 어린이의 혀수술을 반대하는 아버님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요. 혹시 아버님 오셨나요?”     

방청석 중간에 조명이 비추고, 마이크를 들고있는 남자가 자기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태수의 아버지 김영수라고 합니다”     


아버지의 등장에 방청객들의 박수가 들렸다.      

메인MC가 태수의 수술을 반대하는 아버지의 의중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아니, 아버님 왜 태수어린이의 수술을 반대하시는 거에요. 오히려 아이가 하고싶다고 하면 시켜주셔야하는 거 아닌가요? 혹시 아드님이 아버님보다 영어를 더 잘 할까봐 그러신거에요?”     


메인MC는 가벼운 농담을 통해 장내 분위기를 녹였다. 방청객들은 일제히 박장대소를 했고, 태수의 아버지도 실소를 하며, 메인MC의 질문에 대답을 했다.

“아니요. 저는 영어를 잘 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아들이 영어를 잘해 대견스럽죠. 다만, 혀수술에 반대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아직 어린나이에 말하는데 가장 중요한 ‘혀’를 수술한다는 것이 제게는 썩 내키지 않습니다. 혹시나 수술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제 아들은 평생 이도저도 아닌 삶을 살아야 하잖아요. 자식가진 부모마음으로 걱정이 먼저 앞섭니다.      


 두 번재, 저도 와이프를 통해 들었는데 아들 친구들 모두가 수술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수술 전에 그 부모들이 저희 와이프한테도 같이하자고 연락이 왔었다고 그러네요. 제가 딱 잘라 거절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와이프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시류에 흔들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는 것이 과연 오른 일인가?’에 대한 고민이 제 머릿속을 꽉 채웠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저는 아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너무 대견합니다. 정말 노력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사실 불만입니다. 아들은 뭐에 쫒기듯이 공부를 해요. 꼭 이게 아니면 모든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말이죠. 주말이면 저는 아들에게 밖에 나갈 것을 권유합니다. 그럼 마지못해 나가는데, 하루는 몰래 따라가 봤는데, 카페들어가서 문제집을 풀더 라고요. 저는 아들이 공부도 좋지만, 좀 더 여유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패널들이 태수의 아버지의 말을 진지하게 들었다. 그 때, 태수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태수의 울음에 당황한 보조MC가 손수건을 건냈다. 메인MC는 우는 태수를 달래며 물었다.

“태수 어린이 왜 울어요?”     


태수는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저는 아빠가 저를 저렇게 생각해주시는 지 몰랐어요”     

태수는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결국, 울고 있는 태수를 진정시키기 위해 태수의 어머니가 무대로 들어와 태수를 꼭 안아주었다. 마이크를 건내 받은 태수의 어머니가 태수를 대신에 이야기를 이어갔다.

“안녕하세요. 저는 태수의 어머니 이미진입니다.”  

   

메인MC가 반갑게 인사 후, 물었다.

“태수가 왜 우는 걸까요?”     


태수의 어머니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우리 남편이 굉장히 무뚝뚝해요. 저도 남편이 태수를 사랑하고, 공부를 잘해서 대견해하고, 반대로 애가 너무 공부만해서 걱정하는 부분도 다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아들한테 절대 표현을 하지 않아요”     


메인MC가 의아에 하며 물었다.

“아드님을 그렇게 걱정하시는데 왜 표현을 하시지 않으시는 걸까요?”

“그냥 성격이 그런 거 같아요. 저한테도 말을 잘 안해요”     


태수의 어머니는 메인MC에게 이야기하며 웃었다. 어머니의 품에서 조금 진정된 태수가 울음을 멈추고, 어머니에게 자신도 이야기하고 싶다고 속삭였다. 어머니는 태수에게 마이크를 건냈다.

“저는 아빠가 저를 늘 못마땅해 하는 줄 알았어요. 심지어 밖에 좀 나가라고 하실 때에도 ‘그저 반에서 1등을 전교에서 1등을 하지 못해서 날 보기 싫은 건가?‘ 생각하며 나갔었구요. 그래서 혀수술도 먼저 한다고 하면 대견해하 실줄 알았는데, 반대하실 때 돈 때문인가 싶어서, 여기 나와서 1등하면 그 돈으로 하자고 이야기 드릴려고 했거든요. 아빠가 저를 이렇게 까지 생각하시는 줄 몰랐어요”     


태수는 겨우 말을 마치고, 다시 울기 시작했다. 이를 보는 방청석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울고 있다. 태수의 아버지도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이를 본 메인MC가 이야기했다.

“태수 아버님, 태수가 이렇게 생각하고있었는데 혹시 알고 계셨을까요?”     


태수의 아버지는 살짝 흐르는 눈물을 닦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니요. 전혀 몰랐습니다. 제 성격이 원래 좀 무뚝뚝한 편인데, 아이가 이렇게까지 오해하고 있을 줄 몰랐습니다”

“태수 아버님, 우리 태수한테 뭐라고 이야기 좀 해주세요”     


태수의 아버지는 다시 흐르는 눈물을 닦고, 마이크를 입에 가까이 했다.

“태수야, 아빠가 표현을 하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아빠는 너가 공부만 하는 기계로 만들 생각이 없어. 오히려 책 속에서 무엇인가 배우기보다는 세상에서 느끼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아빠랑 여기저기 다니며, 이제것 못다한 시간들 함께하자”     


메인MC가 태수의 아버지를 불렀다.

“아버님, 빨린 나오세요. 아들 좀 안아주세요”     

세 가족은 그렇게 무대에서 깊은 포옹을하며 마무리했다. 이를 보는 방청객들도 같이 감동하며 울었다.    

  

-6개월 뒤     


메인MC가 프로그램 시작 전부터 상기되어있다.

“안녕하세요. 혹시 6개월 전에 태수 가족 기억나시나요? 혀수술을 원하는 아들과 원치않는 아빠의 고민이었는데, 그 가족이 우리 프로그램 앞으로 사진이랑 고맙다는 편지를 보내왔어요. 시작전에 좀 읽고 가야할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저는 태수에요

몇 달 전 그 프로그램을 통해 엄마와 아빠와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저도 이제 쫒기면서 공부하지 않고, 즐겁고 즐기면서 하게되었어요. 그리고 혀수술은 결국 하지 않기로 했답니다. 저는 제가 조금이라도 놀면 성적이 곤두박질 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오히려 성적이 올라 처음으로 반에서 1등을 했어요. 아빠 덕분에 쉬는 법을 잘 배웠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애청자로서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메인MC가 편지를 읽으며 눈시울이 붉어지며, 카메라는 스크린에 비춰있는 산 정산에서 찍은 태수의 가족사진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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