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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거리 소설가 Mar 14. 2023

<단편소설>군인과 사내(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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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운 날이다. 뉴스에서는 연일 최고온도라고 떠든다. 외근만 아니라면, 시원한 회사에서 적당히 키보드나 두들기다 퇴근하는 건데 멍청한 부하직원 때문에 거래처 수습이나 하러가는 내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거래처까지 나를 실어다줄 지하철이 시원해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다. 


 그리고 다행이 나는 앉아있지만 간발에 차로 앉지 못한 몇 명의 승객은 열차를 타기위해 빠르게 뛰어 왔는 지, 가뿐숨을 몰아 쉬며 손으로 연신 땀을 훔친다. 그때 내 옆에 일병 마크를 단 군복을 입고, 자리가 불편 한 듯이 고개를 가만두지 못하는 병사가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뭐가 그리 급할지? 휴가복귀라도 늦은 사람마냥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다. 그 군인 앞에 서있는 서른 중반정도로 보이는 사람도 그 군인의 행동이 불편했는지 서있는 자리를 옮기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내 나는 신경을 끄고, 눈을 감았다. 그런데 옆 군인이 앞에 서있는 사람에게 말을 건냈다.      

"저 선생님 여기 앉으실래요?"     


 나는 눈을 뜨고, 그 군인과 앞의 사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앞에 사내는 나이가 많아 보이지도 않는데, 군인이 자리를 양보했다는 사실에 황당해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군인의 표정을 봤을 때에는 아까의 불안한 표정이 많이 좋아보였다. 요즘 계속 군인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는데, 아마 내 옆의 군인도 본인이 군복을 입고 있음에도 지하철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내심 마음이 쓰였나보다. 군인 앞에 사내도 그 사실을 눈치 챈 건지 군인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 후 대답했다.      

"저는 괜찮아요. 아직 자리를 양보 받을 나이도 아니고... 오히려 나라 지키기 위해 이 날씨에도 땡볕에서 훈련받은 당신이 잠시나마 라도 편하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남자의 진신어린 위로를 들은 군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사실 오늘 휴가 복귀날이에요. 휴가 첫날에 패스트푸드 점에서 햄버거를 먹었다가 민원인한테 신고를 당했었어요. 물론, 부대에서는 신경쓰지 말라고는 하지만 너무 서럽더라고요. 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많은 위로가 되었어요"     


 군인의 이야기를 도둑질하여 듣고 있던 나는 옆자리 군인이 군생활 중 몇 안되는 자유시간에 햄버거 하나 눈치보고 먹어야할 상황에 겨우 20대 초반 청년일 뿐인 그가 받았을 박탈감의 크기가 어떨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차피 그 일들도 나이를 먹으면 추억이 되고, 술자리 안주가 되겠지만 그 이면에 있을 지금 느낄 배신감과 분노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가만히 앞에서 듣고 있던 사내는 조용히 군인에게 '힘내'라고 말을 건내고는 내렸다. 그리고  그 군인도 다음 정거장에서 나와 같이 내렸다.     


 열차를 나오자마자 느껴지는 더위에 다시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 군인도 갑작스러운 더운 공기에 숨을 크게 몰아쉰다. 그리곤 개찰구로 향하는 군인을 내가 불러 세웠다.      

"저기요"

"예?"

"덥죠? 이거 하나 마셔요"     


 나는 역사에 있는 자판기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하나 꺼내 그 군인에게 전달했다. 이름 모를 사람에게 음료수를 받은 군인은 당황한 듯 선 채로 굳었다.     

"부담 갖지마요. 사실 아까 이야기 다 들었어요. 힘내라고 드려요. 그리고 국민의 절대 다수는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몇몇 이상한 사람들 때문에 실망하지 마요"     


군인은 담담히 음료수를 받아들고는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제 길을 갔다. 나 역시 거래처를 향해 발길을 돌리며 생각했다.      

‘공익은 무엇일까? 공익은 법이 아니다. 불법체류자가 불이난 집에 아이를 구했을 때, 그는 자신이 쫒겨날 수도 있음을 감수하고 아이의 생명을 구했을 것이다. 그 불법체류자를 법대로 쫒아내야 하는 것일까? 절대다수의 판단이 공익이라고 판단되는 사항이라면, 우리는 이를 내쳐서는 안 된다. 군인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만큼, 우리도 그에 걸 맞는 대우가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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