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by 신출내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아무것도 몰랐던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그냥 하루하루 위에서 시킨 일을 이 악물고 해내면 그것으로 충분했는데, 중견 관리자가 되고 나서 보니 온통 무서운 것들 뿐이다. 조직과 상황과 사건의 인과 관계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그 흐름 속에 조금씩이나마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역할을 하게 되면서, 수없이 주어지는 하루하루의 업무들이 때때로 걷잡을 수 없이 크고 암담하게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딱딱 맞아 들어가야만 비로소 찾아오는 그 희귀한 성공의 순간을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데, 그것을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니는 건 고작 몇 명 안 되는 나와 우리 팀원들뿐. 어제 내렸던 의사결정과 메일 한통, 전화 통화가 오늘을 만들어 가는 걸 바라보며, 지금 나의 하나하나가 만들어낼 내일이 무서워진다. 결국 나에게 주어진 짧은 순간과 제한적인 권한으로 최선을 다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현듯 찾아오는 두려움과 불안은 어쩔 수 없다.


단순하고, 짧은 호흡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단순하고 명쾌하게 오늘 하루를 보내야지. 그것밖에는 도무지 방도가 없다. 마음만 이라도 하룻강아지가 되어 눈도 못 뜨고 깽깽 비칠거리다 보면, 길을 막고 있던 범이 측은한 마음에 길을 터줄지도, 지켜보고 있던 주인이 나타나 내쫓아 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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