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가는 데에는 고속도로가 좋다. 강에는 다리를 놓고, 산에는 터널을 뚫어 막힘없이 직선으로 연결해서 낭비되는 시간 없이 가장 빨리 도착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다. 잠깐잠깐 쉬어가기는 하지만 더 달리기 위해 필수적인 휴식일뿐이다. 화장실에 가거나, 기름을 넣거나, 밥을 먹거나, 굳은 몸을 펴기 위한 잠깐의 휴식을 마치고 다시 차에 오르면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한 시간이 얼마나 늦춰졌는지를 살핀다. 그리고 이내 그 지연을 벌충하기 위해 쌩하고 달려 나간다.
나에 대해서 오랫동안 알아온 친구도, 처음 만난 사람도 공통적으로 나에 대해서 하는 말이 "바른생활"이라는 단어다. 그렇게 애써서 의도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데, 애초에 성향 자체가 그랬던 것인지 지나온 삶의 궤적이나, 풍겨오는 느낌이 그런가 보다. 나름의 일탈을 해 봤다고 항변해 보지만, 이따금 보통 일탈의 경험담을 듣다 보면 대번에 느끼게 되는 것은 그 일탈의 진폭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바른생활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이 보기에는 부럽고 신기한 모습일 터이다. 말썽 피우지 않는 모범생으로 학교 생활을 마치고, 장교로 군대 생활을 하고, 전역과 동시에 결혼과 취업을 하고, 한 회사에서 18년을 보내고, 종교 활동을 빼먹은 적도 없고, 담배도 안 피우고, 화투도 칠 줄 모르는 내 모습을 보며 당연하게도 그 말을 떠올렸으리라.
평균과 비교해 보면 이제 한 절반정도 달려온 것 같은데 여전히 갈길은 멀어 보인다. 중간에 여러 곳을 거쳐서 분명히 오긴 왔는데, 달리는 창 밖으로 휙휙 멀어졌던 풍경이나 표지판처럼 지나왔다는 것일 뿐 막상 기억에 남는 것은 별로 없는 것만 같다. 후회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도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면 후회가 생길 정도로 목적지를 벗어나 샛길을 따라가 본 적도 한 눈을 팔아본 적도 다른 곳에 정착했던 적이 없었나 보다. 바르게 직진만 하며 달려왔고, 계속 그렇게 될 것 같은데, 계속 달려만 가는 것이 바른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종착점을 향해 가는 것이 삶이라면, 똑바로 빨리 달려 나가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닐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