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나를 아는 지혜 여덟 번째 이야기
산 자와 죽은 자는 세상에 함께 존재한다. 서양에서는 주거지 근처에 묘지가 있어 부모나 지인의 묘를 자주 찾는다.
죽은 자의 땅은 알고 보면 산자의 땅과 공존하기에 산자가 평온한 터는
죽은 자가 머물러도 좋다 한다
배산임수라는 풍수지리의 기본 입지는 산자는 물론 죽은 자의 터에도 적용된다.
무덤과 관련된 영화가 있다.
파묘라는 묘에 관련한 기이한 사건을
다룬 오컬트 영화다.
이장을 요청한 재벌가의 스토리를 소재로 하며 감독이 영화를 준비하며 알게 된
숨겨진 이야기가 들어 있다.
파묘는 이미 안장된 시신을 새로운 묘지로 옮기기 위해 진행된다.
풍수사(풍수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좋은 터를 잡아주는 사람) 김상덕(최민식 분)은 의뢰인 박지용을 만나 조부의 무덤을 이장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하지만 김상덕은 묘를 잘못 건드리면 안 된다며 파묘를 거절한다.
이는 실제로 풍수지리적 근거가 있는 말이다.
오래된 무덤은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고는
가능하면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고 한다.
무덤은 돌아가신 분의 집이고 아무리 후손이라도 조상의 흔적을 좌지우지할 권리가 없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성리학의 창시자 주자도
이장을 그만둘 수 있다면 그만두는 게
좋다고 했다.
하지만 집안에 불길한 일이 끊이지 않아 자의적으로 이장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파묘의 장제현 감독은 영화를 준비하는
동안 파묘에 관련해 여러 가지 기이한
경험을 했다.
상주가 뇌졸중이 와서 묘를 이장하려고
묘를 파보니 관에 물에 고여 있었다.
풍수에서 가장 안 좋은 것이 무덤에 수맥이 있어 물이 차는 것이라 한다.
인간을 땅에 매장하면 살과 피가 썩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상적이고
이상적인 것이라 한다.
하지만 무덤에 물이 차면
수십 년이 지나도 시신이
흉측한 상태로 썩지 않고
그대로 남는다고 한다.
따라서 수맥이 있는 곳에
묘를 쓰는 것을 반드시 피해야 한다.
파묘의 장의사 (유해진 분 )는
"전국 상위 1프로의 사람들에게 풍수지리는 종교이자 신앙이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재벌들은 풍수지리와 묫자리의 신화를 굳게 믿는다고 한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조부는
노스님이 알려준 대로 부친의 묘를 쓴
사례로 유명하다.
그 묘터는 금두꺼비가 엎드려 있는 형상으로
터를 묫자리로 쓰면 자손이 최고의 부자가
될 거라고 했다.
이렇게 부자가 된 이병철 회장은 자신의 부친이 돌아가시자 7~8차례 묘를 옮기며 이장을 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반전이 일어나는 대목은 첩장
(관이 겹으로 쌓여 있는 상태)이 발견되고 나서인데 실제로 조선시대에는 첩장을
행한 사례가 있었다.
남의 명당터를 파고 그 위에 묻기도 했다.
명당자리가 이미 남의 묘지인 경우에
아무도 몰래 묘지 근처에 관을 묻는
암장도 행했다.
놀랍게도 대통령 집안에서도 암장을 진행했는데 윤보선 전 대통령 가문은
5대조 할아버지의 묏자리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발견한 터를 풍수사에게
조언을 구하니 그곳은 이미
이순신 장군의 후손 덕수 이 씨 문중이 자리한 땅이었다.
윤 씨 집안에서는 고민하다가
할아버지를 몰래 묻었다고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조부 묘도 좋은 곳에 묻으려고 찾다가 전 씨 집안의 다른 파 후손의 산에 암장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나중에 대통령이 되고 나서 합법적인 산소로 사용했다고 해명을 했다고 한다.
국토는 한정적이고 명당은 소수다.
좋은 명당은 이미 다른 사람에 의해 차지되었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일부 풍수사는 이미 다른 사람의
뼈가 있는 곳이 명당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병철 회장의 풍수사는 무덤터에서
황골이 나온 터를 최고의 터라며
선호했다고 한다.
사실 누군가 묫자리를 잡은 곳이 증명된
곳이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지형과 풍수지리는 예전부터 동양에서
특히 중시되어 왔다.
중국의 전략가 손자도 저서 <손자병법>에서
지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자는 고정된 지형 자체가 아니라
지형이 달라지는 맥락을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형과 상황이 달라지면 태도와 행동도
달라져야 한다.
실제 풍수지리에서 명당도 고정된 곳이
아니라고 한다.
명당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는 말처럼 단순히 좋은 곳에 명당을 썼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남들에게 베풀었어야 명당의 기운이
그만큼 돌아온다고 한다.
죽은 조상이 머무는 터와 터가 뻗어나가는 기운에 더해 후손의 태도와 행동이 명당이 되는지 아닌지 영향을 입는다.
같은 입지를 선택했어도 선업과
선행을 베풀지 않는다면
명당의 기운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한다.
또 일시적으로 융성했다가 쇠락한다고
믿어왔다.
실제 영화의 모티브가 된 거부 친일파도 명당의 기운은 전혀 받지 못하고 장손이 급사하고 손자가 울음을 멈추지 않는 병이 생기는 파국을 맞이하고 만다.
여기서 좋은 묫자리를 고르기 전에
일반인이 상식을 알아야 할 게 있다.
흉지를 식별하는 방법이다.
1. 산소에 잔디가 잘 자라지 않고
할미꽃이나 쑥이 잘 자란다.
산소에 살기맥이 있다.
2. 봉분에 벌집이나 개미집이 있는
경우가 있다. 산소에 개미집이 없어도
개미가 바글바글 하고, 돌아다니는 게 보인다면 근처에 개미집이 있다는 증거다.
벌들은 살기를 좋아하고
개미들은 수맥에서 생활한다.
3. 산소에 구멍이 많이 나있는 경우다.
작은 동물들은 살기 속에서 생활한다.
위 세 가지가 일반적으로 알아보는 흉 지다.
묘를 쓰기 전에 살펴보아야 한다.
조상이 돌아가시면 혼은 사라지고 백이 남아 자손에게 좋은 기운을 또는 흉한 기운을 보내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동기감흥이라는 말이 나왔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드는 게 있다.
돌아가신 조상이 머무는 집이 나쁘다고
귀한 자손들에게 벌을 내리는 사실에
의구심이 든다.
더구나 묘 속의 상황을 모르는데
알게 하려고 자손에게 사고와 병마의
벌을 준다는 게 조상이 주는 시그널이라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조상이 조상이라 할 수 있을까
믿어지지 않는다.
무당들은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연속으로 벌어지면 조상의 묘바람이라고도 하고
무덤 근처 배고픈 잡귀의 소행이라고 굿을 하라고 부축이기도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한다.
지관이 최고의 명당이라고 잡아놓은
명당이 있다.
이곳에 이완용이 묻혔다.
이 묘는 사람들이 찾아와 오줌을 싸고 침을 뱉고 식칼을 꽂는 등 묘의 주인에게 복수를 하는 행동을 하고 모욕을 퍼부었다. 해방 후 그의 증손자는 파묘를 하고 화장을 해 묘를 없앴다.
아무리 명당에 자리해도 죽은 이는 살아서
행한 죄의 대가를 죽은 후에도 벌을 받고 말았으니 명당에 묻힌 보람도 영광도 누리지 못했다.
앞서 서술했듯이 명당에 묫자리를 싸도 베풀어야 명당의 가치가 드러나서 자손이 복을 받듯이 명당에 묻혔다고 다 명당의 효력이 있는 게 아니었다.
참고서적
명당/도서출판 책방/백금남
명당요결/ 오성출판하/ 김종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