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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삶에 기대어

by 페이지 성희


우리 주변을 보면 종종 비슷한 연세의 어르신들인데 어딘가 다르고 차이가 있음을 보게 됩니다.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합니다. 입을 다물어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속내를 알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눈빛은 말대신 속마음을 읽게 해 주죠.

눈빛만으로도 닮고 싶거나 피하고 싶은 사람으로 만들기도 해요.


삶이 점점 편안해지는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특징이 있어요. 젊은 시절부터 이어온 단단한 마음가짐, 한결같은 자립심 강한 태도가 다릅니다.

나이 듦과 어른다움이 다르듯이요.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을 겪으며 편파적이지 않고 공정한 안목, 삶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과 받아들임과 놓아버림에서 오는 결과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좋은 팔자(사주, 운, 경제적 부) 타고나서도 아니랍니다.


오늘은 편안한 노후를 보내시는 어른들의 이야기입니다.


* 현재를 받아들이는 수용과 방향성

인생의 황혼에 든다는 건 해가 져가는 소멸의 상태에 다다른 것뿐이 아닙니다.

인생의 사계절을 맞이하고 보내온 자연스러운 과정에서 수확을 얻은 농부의 마음과 같습니다

추수해 거둬들인 열매가 어떠한 것이든 모두 소중히 여깁니다. 열매는 다를 수 있고 크기나 모양과 맛이 달라도 그 자체로 귀하다 여깁니다.


인생 농사가 성공적인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모든 걸 다 얻었다고 해도 자만하거나 자랑스러워하지 않고 떠벌리려 하지 않습니다.

세상엔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라 배울 게 있다고 겸손해하십니다. 겸손한 자세로 어린아이에게도 배움을 얻는 걸 주저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내가 되려 합니다.


모두가 누렸던 젊은 시절 화려하게 꽃피었던 시절과 마찬가지로 나이 듦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내리는 먼지나 햇살처럼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입니다.


미국의 연기파 명배우 조디 포스터는 1962년생으로 63세가 되었고, 산드라 블록은 1964년생으로 61세입니다. 최근 사진에서 어느새 노년으로 변한 모습입니다.

다른 연예인들처럼 성형이나 시술을 하지 않았더라고요. 그저 연기자로서 배우라는 본업에만 집중합니다. 자연스러운 노화로 원숙한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외모의 변화나 노쇠함, 어눌해짐, 늙어가는 피부의 주름에 더욱 민감해지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도 전혀 흔들리지 않습니다. 자연스러운 나이 듦으로 받아들여서 대단한 자신감이 느껴집니다. 심지어 산드라 블록은 세계적인 스타임에도 대저택이나 비싼 차도 타지 않고 평범하게 살며 거액의 기부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이 타인에게 보이는 시선에서 벗어나서

나 자신을 보는 것으로 방향성을 바꿉니다. 내 삶에 집중하여 사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여기는 거죠.

어른다움과 나잇값에 집중하는 성숙한 삶의 전형입니다.

비교는 타인이 아닌 나 자신과 하며, 미래를 불안해하지 않고 지금의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평온한 마음을 유지합니다.


2. 자녀와 적당한 정서적 거리 유지

가족은 간절한 사이라서 가족이란 농담 아닌 진담도 있습니다. 그만큼 깊은 사랑과 집착과 바람이 엉켜있는 집단입니다.

때가 되어 독립해서 벗어나야 할 시기에도 쉽지 않기에 고통과 갈등으로 고통을 주고 받기도 합니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도, 부모의 전부도 아닙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가야 할 인생이 있습니다.

독립한 자녀에게는 직접적인 개입과 간섭보다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할 때 적절하지만 소극적인 개입이 필요해요.

부모의 기대와 가치관이 자식을 지배하거나 막지 않게 자식 스스로 이겨내고 헤쳐 나가게 시간을 주세요. 지켜보고 기다려 주세요.


부모에게 매달리고 부모의 그늘에만 머무는 자식들도 있습니다.

부모는 항상 두 팔 벌려 자식을 환영해야 하고 자식을 위해 다 희생해도 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부모의 사랑이고 의무라고

약속이라도 것처럼 의식해요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습관적 과잉 헌신"이라 합니다.


처음엔 사랑이었고 마음이었지만 오랫동안 자식을 먼저 챙기고 퍼 주다 보면 당연해지게 됩니다. 자꾸 퍼주기만 하면 내 그릇은 점점 비게 됩니다.

그럼에도 나중에는 자식에게조차 존중받지 못하는 지갑 신세나 도우미정도로 취급받습니다.

이제 부모는 늙고 약하고 아픕니다. 아프면 고통을 알아주는 사람은 오직 부모 자신뿐입니다.

이젠 모든 걸 맞춰주던 역할에서 벗어나 정서적 여백을 주고 삶의 여유를 찾아가 봐야 합니다.

이것은 나중에 서로 간의 갈등을 줄이고 감정적 여유를 주기에 말년의 평온한 관계를 위해서 매우 중요합니다.



2. 일상의 루틴 유지

매일의 일상적인 루틴을 정하는 일은 자신을 지키는 생활 패턴입니다.

일어나고 자는 시간, 식사 메뉴, 먹는 시간, 적당한 운동, 명상, 정리와 청소, 독서 그밖에 좋아하는 취미나 여가활동 등 자신만의 정해진 일정으로 짜인 루틴은 정신의 안정감과 익숙함으로 뇌의 피로도를 줄여줍니다. 같은 지역의 동네에서 늘 마주치는 사람들과 거주하며 생활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중요합니다.

이는 한 사람이 삶을 유지하는 저울이고 일상을 유지하는 질서입니다. 심신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 요소임을 잊지 마세요.



3. 감정 정돈하기

정약용은 18년의 긴 귀양기간 동안에 많은 저서를

남겼는데 그의 "하파집"에는 사람에게 기대감을 갖지 말며 거리를 두어야 실망이 준다라고 쓰셨습니다. 아마도 긴 유배생활에서 관직과 가족으로 돌아가고픈 열망을 인내로 다스리며 내린 결론이 아닌가 싶네요.


노년에는 감정이 고착화되고 상황이나 사람에 대해 인식도나 이해도가 떨어지기에 감정조절이 힘듭니다. 섭섭하고 속상한 감정은 오래갑니다. 이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되도록 빠른 시간 내 감정 찌꺼기를 정리하고 버려야 해요.

억지로 감정을 누르고 참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세요.

마음의 중심을 잡는 정도로 상황을 이해합니다.


화해나 이해가 빠른 사람은 주변과의 마찰도 적고 평화로운 마음 상태를 잘 유지하는 사람이지요.


누구에게나 무심하게 지내보셔요.

의외로 진작 왜 이러지 못했나 마음이 가볍고 편안함을 느끼실 겁니다.


4. 경제적 문제 줄이기

노년에 과잉 욕심은 빈곤이란 재앙을 불러오고 인생을 망치기도 합니다. 평생 해오지 않던 분야, 더구나 잘 모르는 투자나 투기에 뛰어드는 분이 의외로 많으십니다.

오랫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나 친척, 새로 만난 친절한 지인이 끼어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들만을 믿고 마지막 한방에 뛰어듭니다.

현재의 재정상태를 점검해 보세요. 현재의 재정 상태가 내 돈복의 크기인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부자가 되는 꿈을 꾸지만 노력한다 해도 아무나 큰 부자가 되는 건 아니지요. 투자나 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 문제 없이 살아도 될 노년에 과한 욕심으로 인생 전부가 망가지는 분들이 많아요.

특히 여태껏 설면서 앞만 보고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일수록 잘못된 결정에 조심하세요.


한 가지 재산을 자녀들에게 어떻게 물려주어야 할지 미리 알아보고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죠.

나중에 자식들이 다툼이나 분란이 생기지 않게 심신이 건강할 때 분명히 정리해 두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5. 비교에서 벗어나기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불행의 근원은 돈도 사람도 아닙니다.

타인과 비교하는 나의 마음입니다.

번지르르한 외형만을 보고 멀쩡한 나 자신을 초라하게 낙인 지어 버릴 비교는 마음이 키워서 자라나게 해서 나를 갉어먹는 독입니다.


누구나 다른 듯해도 비슷한 삶을 살아가요. 아무 걱정 없는 가정이라도 내면을 들여다보면 말 못 할 걱정을 하나씩 지고 살아갑니다. 단지 내색을 하지 않을 뿐이지요. 세상 어떤 사람도 완벽하게 행복한 삶을 사는 건 아닙니다.

각자는 걱정 스푼, 행복 스푼을 함께 쥐고 산다는 말이 있죠.


평온하게 살려면 타인의 삶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신의 자리에서 감사할 요소를 찾아가며 살아야 합니다.

매일 아침 감사일기를 써보는 일도 평온한 삶을 위한 좋은 방법이지요. 브런치에 글쓰기라면 말할 것도 없고요.

주변에서 변화와 소소한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시야를 넓혀보는 일도 평온한 일상을 사는데 도움이 됩니다.


말년이 평온하다는 것은 외부적 조건만으로

가늠해서는 안됩니다.

일상의 규칙적인 생활 유지, 자녀와의 거리 조절, 규모에 맞는 경제적 태도와 욕심 줄이기, 대인관계에서 감정조절, 비교에서 벗어나기

이런 것들은 조용하지만 꾸준한 혼자만의 단단한 마음자세에서 생겨난 것이지요.


노년이 되면 누구나 지혜로워지는 시기나 단계가

아니랍니다. 지혜롭고 싶어도 여전히 실수를 하고 결정에 망설여지지요. 단지 지혜가 가장 필요한 시기입니다.

평온한 노년은 그저 하루하루 쌓아가는 오늘이 모여 맞이하는 또다른 오늘일뿐입니다.

삶을 대하는 방식이 습관으로 만들어져 맞이하는 해뜨는 오늘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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