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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하루를 생각하며

새해 첫날, 올 한 해 가치 있게 보내려고 끄적여 본다

by 페이지 성희


하루를 더 산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사과나무를 심는다든지


보고픈 이를 만나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거나


마지막 일기를 쓰겠다고

해도


최근 브런치에서 만난

어느 작가님의

쿨한 한마디에 무릎을 쳤다.

잠을 자겠다고 하셨다.


나도 그렇다.


바라는 대로 많은 걸

얻지 못했어도

작은 성취는 맛보았고


내 한 몸 가려줄

보금자리도 있었고

맘 녹일 사람들이 곁에 있어

행복했다.


사람이 등불이 되어 주었지만

사람으로 마음 아팠고

사람에게 배웠다.


사람으로

외롭지도 않았지만

그사람으로

외로움을 알았다.


마지막 낭떠러지에 서보니

진짜 내편은 나뿐이었다.


세상은 나 없어도

돌아가는 게 아니다.

내가 눈감으면

내가 보았던 세상도 없다.


이제 모든 걸 마무리하니

나도 편히

그냥 자고 싶다

격하게 공감한다.



그렇게 언젠가

세상이 다하게 될 때

세상이 나와 이별하게 될 때

그래도

무엇인가 아쉬운걸 꼽는다면

이것일거야! 때때마다

조각보처럼 생각한 것들을

떠올려 본다.



해마다 가을의 끝자락

찬란한 기다림 후에 만남

달콤보다 새콤 홍옥!

생각만으로 침이 고이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과님

더 이상 깨물지 못한다면

슬프겠지.



올케의 어머니

구례 할머니가

해마다 보내주시는

사돈표 고들빼기김치

짭조름 매콤 씁쓸한 그 맛

인생의 맛이 무어냐 하면

씁쓸하고 개운한 맛.

고들빼기 맛!



김장철이 한창일 즈음

푸른빛이 선명해진 무청을

삶고 널어 말리는

겨울맞이 준비를

더 이상 하지 못한다면

허무하겠지



동네 오래된 양조장표

막걸리 한 사발!

잘 익은 총각김치 와사삭 한 입에

톡톡 튀는 구수함

세상 고단함을 목으로 넘기는 맛!

그와중에 좋았던 알콜의 맛!


외할머니의 녹두 빈대떡

불린 녹두를 멧돌에 넣어

어처구니를 돌리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추억이 상기되는 녹두 빈대떡!

돌아올수 없는 시간을 더이상

떠올리지 못한다면 눈물이 주르르~



내 책장에 모아둔

두고두고 보아도 좋은

마음에 온기를 덥히는

아이들 그림책, 동화책

아이들 손때와 과자내음 배인

세상에서 제일 귀한 책

더 이상 펼치지 못하면 쓸쓸하겠다.



내 마음을 기울여

내 일상을 반짝이게 하는

오늘의 글쓰기

대단할 것도

자랑할 거리는 아니어도

더 이상 쓰지 못하면

불 꺼진 삶이겠지.





쓰다 보니 괜히 슬퍼져서

오늘은 여기까지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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