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BIRTHDAY TO JOLLY ♡
22년 살면서 생일 파티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봄, 생일이었기 때문에 항상 서먹서먹한 관계일 때 나의 생일은 조용히 지나가 버렸다. 물론 핑계로 들릴 수 있겠지만 누군가를 초대하는 게 나로서는 부담이었고,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는 것조차 부담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늘 꿈꿔온 외국에서의 생일파티,
공교롭게 필리핀 교환학생 때 나의 생일이 끼어 있었기 때문에 외국에서 생일을 보내야 했다. 유치할 수 있지만 맥도날드를 빌려 한국인과 외국인 친구를 초대해 생일을 보내고 싶었다. 많은 이들 속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었고, 특별한 존재로 빛나고 싶었다.
♡ 맥도날드 2층 12시 졸리의 생일 파티 ♡
유치하지만 생일 초대 카드를 보냈고, 모두들 흔쾌히 수락했기에 설렘은 더욱 컸다. 성격이 급한 탓에 11시 30분부터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가서 외국인 친구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햄버거도 인원수에 맞춰 준비했기에 12시가 되었을 때는 햄버거 18개가 나왔다. 12시가 넘어도 외국인 친구들은 나타나지 않았고,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한국인 친구들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다들 지쳐가고 있었고, 더 이상 기다려 달라는 말조차 미안했기 때문에, 햄버거 먹자고 말을 했고, 생일 파티도 이대로 진행했다.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하는 파티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이들 때문에 서운함도 컸다. 특히 한국인 친구들에게 미안함이 가장 컸기에, 속상했지만 속상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다들 생일 주인공인 나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맥도날드 관계자도 다음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워 달라고 했기 때문에 더 이상 맥도날드에서 외국인 친구를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한 짓이라 생각했고, 실망감을 안고 숙소로 돌아갔다. 차라리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면 실망도 크지 않았을 텐데, 별 거 아닌 거에 혼자 설렜고 기대했던 것이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와 풀이 죽어 쉬고 있을 때, 외국인 친구들에게 연락이 왔다.
"졸리!!!! 생일 축하해주려고 맥도날드 왔는데, 너 왜 없었어!!!!" 하고 말이다.
그때 시간이 오후 2시였다. 너무 당황스럽고 화가 났다. 약속을 어겨놓고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왜 없냐고 물으면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해..
싫은 소리 못하는 성격 탓에 웃으면서 "괜찮아, 너네 안 와서 한국인 친구랑 파티 끝냈어."라고 말을 했지만 다시는 이 친구들을 안 봐야지 다짐했다. 나의 생일 파티를 망쳤으니 말이다.
다음 날 원어민 수업 때 이 이야기를 선생님께 들려주었고, 위로는커녕 크게 소리 내어 웃으셨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나는 지금 심각한데 왜 웃는 거야 이 선생님 정말 어이가 없네;;
알고 보니 나는 필리핀 문화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 필리핀은 약속에 기본 1~2시간 늦는 게 일상인 나라이다. 오히려 예의라고 생각하는 국가이다. 시간 약속에 민감한 한국과 다르게, 필리핀은 약속 시간에 관대하며, 상대가 늦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어제의 내가 부끄러웠다. 필리핀 국가에 왔으면서, 필리핀 문화에 대해 알려고 노력도 하지 않은 채, 나의 중심으로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처럼, 필리핀에 지내면서도 국수주의적 사고를 하는 스스로가 부끄러웠고, 필리핀 친구들에게 오히려 미안한 감정까지 들어서 먼저 연락해 다시 한번 약속을 잡았다. 오히려 그들이 아닌, 나의 생일 파티를 망친 사람은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더 그들을 이해했더라면 더 재미있는 생일 파티가 되었을 텐데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