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우리 집안의 문화이다

그걸 벗어날려는 건, 생각보다 무례한 일이었다

by 미학

저는 어릴 때부터 돈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런데 그건 꿈을 꾸게 만드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그건 우리 같은 사람은 못 해.”

“돈은 원래 없는 거야.”

“안 쓰고 참는 게 잘 사는 거야.”


그 말들은 가르침이었고, 동시에 경고였습니다.

돈을 가지려는 욕망 자체가 죄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자라면서 점점 이상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돈이 필요한 순간에도, 입 밖에 꺼내는 것이 민망했습니다.

필요하다는 말보다 ‘참는다’는 말이 더 칭찬받는 분위기.

그 안에서 저는 조용히 생각했습니다.


“이건 교육이 아니라 문화다.”


우리 가족은 가난을 ‘극복해야 할 현실’이 아니라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운명’처럼 다뤘습니다.

그 문화는, 조용하고 깊게 사람을 잠식합니다.



제가 투자를 시작한 건 단지 돈이 필요해서가 아닙니다.

가난이 내면화된 사고방식을 깰 무언가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매달 180만 원씩 SCHD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건 제 가족이 이해하지 못할 선택입니다.

왜냐면 이건 ‘지금 참으면 나중에 돌아온다’는 계산이 전제된 선택이니까요.

그런 건 우리 집안에 존재하지 않던 언어였습니다.



투자는 구조를 바꾸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에게 각인된 문화를 고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도 종종 죄책감을 느낍니다.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건가?”

“이렇게 돈을 모으면, 나만 다른 길로 가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그 질문을 반복해야만, 그 문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저는 여전히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그건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투자합니다.

그 기억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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