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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경숙 Mar 09. 2023

봉숙아 봉숙아(6)

과거

7.       


무대 밝아진다. 


언덕 위 풀숲이다.

봉숙이 다리를 베고 수철이 누워 있다.     


봉숙         오빠야 니 이렇게 예쁘고 착한 봉숙이 

만난 거를 행운으로 알아야 한다. 한마디로 

오빠야 니가 복이 많은 거라 이 말이다. 


수철         복은 니가 많은 거제. 어데 가서 내 같은 

댄디가이를 만나겠노? 전생에 나라를 구했제. 

아무래도 나는 전생에 나라를 팔아묵은 기 아닌가 싶다. 


봉숙         뭐라꼬? 니 말 다 했나?


수철         농담이다. 니가 이래 약을 잘 받으이까네 재미들있다. 니 놀리는 거.


봉숙         내 어제 교문에서 그 언니야 봤다. 


수철         가 얘기하지 마라. 


봉숙         정문에서 남친 오토바이 타고 바람같이 휭…….


수철         (벌떡 일어나 앉으며) 하지 마라 캣제!     


수철 돌아 앉는다.     


봉숙         삐칫나? 


수철         …….


봉숙         삐칫나? 삐칫나? (옆구리를 간지럽히며 장난을 친다)


수철         야…… 아…… 하지 마라.      


수철이 장난치는 봉숙이 손을 잡으며.      

              

수철         니 장날에 우리 엄마 봤다 캤제. 


봉숙         장미다방에 들어가는 거?


수철         옆에 같이 있던…….


봉숙        뒷모습만 봐가 잘 모른다 카이. 

모자도 썼고 너거 엄마 옆에 가리가

그냥 아시는 분인갑다 캤지…… 

근데 그게 와?


수철         궁금해서 그라제. 


봉숙         오빠야 니가 언제 엄마 얘기하는 사람이가. 근데 몇 번을 물으까네.  


수철         다음 주에 영화나 보러 가자. 


봉숙         말 돌리기는…… 저번 주에 빨간 영화 보다가 담탱이한테 걸리가 개작살 났는데. 


수철         학생이 빨간 영화나 보러 다니고 잘한다…… 〈철갑무적〉, 홍콩 무비!


봉숙         홍콩 영화? 별로 안 땡기는데……. 


수철         치야뿌라. 


봉숙         아이다~ 뭐 보는 기 뭐 중요하노……

다 좋다…….     



뒤에서 여학생 두 명 등장.    

 

여학생1      그기 사실이가?


여학생2     우리 언니야가 면에 출근하면서 봤다 카이. 장미다방이라꼬. 어떨 때는 들어갈 때하고 

나올 때하고 옆에 있는 남자가 다르다 카더라.


여학생1      그기 몬 소리고?


여학생2      몬 소리기는. 시간 차로 하루에 두 탕 뛰는 거제. 


여학생1      와 대단하네.  


여학생2      우리 엄마가 하는 소리 들었는데

 이혼하면서 받은 위자료가 꽤 된다 카더라.

그래도 일도 안 하고 10년 넘게 아들 혼자 

키우는 거 보면 누가 돈 대 주는 사람이 

분명히 있는 거라 카대.


듣고 있던 수철 당황해하며. 

    

수철         내 구식이하고 만나기로 했는데 깜빡했다. 


봉숙         갑자기 구식이 오빠야는 와…….


수철         좀 이따 저녁에 보자. 먼저 가께.


봉숙         오빠야!     


수철이 다급하게 뛰어가고 봉숙도 뒤따라 퇴장.     


여학생2      (당황해하며) 방금 수철이 아이가. 


여학생1      설마…….


여학생2      들었는 거 아이제. 

    


무대 어두워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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