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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경숙 Mar 09. 2023

봉숙아 봉숙아(5)

현재와 과거

6  


현재.

  

무대가 밝아지며 무대 한켠.

다시 술집에는 봉숙이 구식과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노래가 바뀌어 흘러나온다)

테이블에는 빈 술병들이 있다.       


봉숙         수철이 오빠 그카고 연락 한 번도 안 왔제. 


구식         금마 독한 놈이제. 내가 지하고 

그런 사이가 어데. 베스트 프렌드 노래를 부르던 놈이 

하루아침에 연락을 끊고.


봉숙         무슨 사정이 있겠제.


구식         금마 편들지 마라. (봉숙의 태도가 맘에 들지 않는다)


봉숙         누가 편들었다 카노. 


구식         다음 주에 우리 엄마 올라온다 카더라. 


봉숙         어. (심드렁하다) 


구식         니 보러 온다고. 


봉숙         그기 몬 소리고. 나를 왜 보는데?


구식         아들내미가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 카는데 궁금해하는 기 맞제.


봉숙         아직 좀 기다리라꼬. 누구 좋아할 정신이…….


구식         (언성이 높아진다) 언제까지? 수철이 소식 올 때까지?


봉숙         …….


구식         수철이 소식 오면 나는 그때사 차삘라꼬?


봉숙         그런 소리 할 거면 여기서 그만둬라!


구식         …….


구식         니 그날 밤 뭔 일 있었노?  


모션 정지.     



무대, 봉숙과 구식의 테이블에 하이라이트 조명. 

주위는 캄캄해진다. 


과거.

목소리만 들린다.     


봉숙 아버지   니 똑바로 얘기 안 하나?


봉숙          아부지.


봉숙 아버지   수철이 금마 맞제.


봉숙          아니라꼬예.


봉숙 아버지   본 사람이 있다. 


봉숙          아부지, 큰일 날 소리하지 마이소. 잘 알지도 못하믄서 생사람 잡는 거 아니라요.


봉숙 아버지   사람이 죽었다. 


봉숙          아부지!


정지 모션이 풀리고 다시 봉숙과 구식이 대화를 이어간다.     


봉숙         갑자기 그 얘기가 와 나오는데?


구식         나도 참을 만큼 참았다. 묻고 싶은 거를. 

수철이도 니도. 너거 동네 사람들도 다들 쉬쉬하는데. 

김씨 죽은 거는 온 동네가 다 안다 아이가. 와 다들 쉬쉬하냔 말이다. 


봉숙        다들 말 안 하는 거를, 

우리 동네 사람도 아닌 오빠야가, 그것도 이제사 알라고 드는데?

나도 수철이 오빠야도 마을 사람들도 다 모른다.


구식         그 모르는 기 도대체 뭔데? 


봉숙        경찰이 자살이라꼬 결론이 난 일이다.

김씨가 와 그래 됐는지 우째 알겠노. 

오빠야도 옛날얘기 고마해라. 


구식         …….     


모션 정지.


무대 어두워진다. 


(목소리 또는 영상)


멀리 기적 소리 들린다. 

기차 안 수철이 앉아 있고 창밖에 봉숙이 서 있다.


봉숙의 목이 멘다.     


수철         가께…….


봉숙         오빠야……  다 잊고 가라… …. 


수철         밥 잘 챙기 묵고 건강 조심해라.


봉숙        내 걱정은 하지 마라…… 

니나 몸 안 축나게…… 잘 챙기 묵고…

… 사고 치지 말고……     

 안에 일만 신경 써라. 


수철         어. 


봉숙         (참았던 눈물이 터진다) ……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이래 잠깐 보이 주고 가노…… 

니는 내 안 보고 싶었나…… 

오빠야…… 내 이 악물고 공부해가 서울 갈 끼다. 

여기를 뜰거란 말이다. 

……편지 쓰께…… 

꼭 답장해라.               


수철         봉숙아.     

 

(기차 소리)     


봉숙         뭐라꼬.


수철         내 기다리지 마라. 


봉숙         안 들린다. 뭐라 캤노.    

 

기차가 움직인다. 

수철 말없이 손만 흔든다.     


봉숙, 떠나는 기차를 따라 달리며 소리친다


봉숙      오빠야 꼭 답장해라!

오빠야, 사랑한다!


(멍 하니 서서) 


……건강해라. 보고 싶을 끼다……. 




정지 모션이 풀린다.  




현재.

    

봉숙        시간이 벌써 이래 됐네. 

내 아침에 이동희 교수 세미나 자료 만드는 거

도와주러 오라 캤다. 

같이 일어나던지 섭섭하면 한잔 더 하고 오고. 


구식         가스나, 니는 우째 그래 안 변하노. 

이 알코올이 섭섭한 기 아이고 

니가 섭섭하다 임마.


봉숙이 먼저 일어난다. 


봉숙         너무 마이 마시지 마라. 내 먼저 간대이. 

(봉숙이 비틀거리며 퇴장)


구식         냉정한 가스나…….

(혼자 술을 따라 마신다)     



암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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