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경숙 Mar 09. 2023

봉숙아 봉숙아(3)

과거

3장.  


무대 밝아진다.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 수철.

정류장 뒤편에서 쭈뼛거리며 어제 일이 창피한 듯 수철의 눈치를 보며 봉숙이 몰래 서 있다.

버스가 도착하자 수철이 먼저 탄다. 


버스가 출발하려 하자 급하게 올라타는 봉숙. 올라타자마자 맨 앞자리에 앉는다. 

수철이 봉숙을 발견하고 앞쪽으로 와서 가방을 봉숙의 무릎 위로 던지듯이 내려놓는다.     


수철         웬일이고. 자리가 있어도 서 있는다 아이가. 


봉숙        (수철을 올려다보고는 금세 눈을 내리깐다) 

어제 집에 들어가다가 다리를 삐끗해서 아파가 좀 앉았다. 뭐 잘못됐나.


수철        누가 뭐라 카나 평소 때하고 달라가 캐 본 소리다. 

통지표는 우예 됐노? 아부지 좋아하시드나.


봉숙         쉿! 조용히 해라…… 누가 들으모 우얄라 카노……. 


수철         (비꼬듯) 아부지 기분 좋게 해드린다메.


봉숙         (얼굴을 들고 따지듯 언성을 높인다) 

그래, 우리 아부지 좋아가꼬 덩실덩실 춤추시더라.     

 

목소리를 듣고 옆에 서 있던 아줌마가 봉숙이를 알아본다.     


아줌마       니 봉숙이 아이가.


봉숙         아, 안녕하세요.


아줌마       그래, 집에 무슨 경사 났나? 너거 아부지 춤추는 거 한 번도 못 봤다 아이가.


봉숙         아…… 그기.


수철         경사 났지예. 봉숙이가 학교에서. 


봉숙         (수철의 가방을 냅다 집어 던진다) 오빠야 저 뒤에 자리 났다 가가 앉아라.  


수철         야, 남의 가방을 와 던지고 난리고.     


수철이 가방을 집어서 털며.     

 

수철         니는 뒤통수에도 눈이 달맀네. 고맙데이~   

  

가서 빈 좌석에 앉는다.

       

아줌마       우리 영자 어제 통지표 가꼬 왔던데. 내가 그래 공부하라고

노래할 때는 들은 척도 안 하디 

수학을 40점 맞았다.  다른 거는 더 부끄러버가 말을 못하게꼬…

그래도 우리 영자 양심이 보드라버가 고대로 보이 주더라만은 .. 

가들 반에 누구는 3자를 8자로 고치가 집에 가꼬갔다 카대. 


봉숙         (헛기침을 한다) 캑캑…….


아줌마       (아랑곳하지 않고 수다를 떤다) 

하이고 가 엄마는 30점을 80점이라고 좋아 안 했

겠나. 그기 양심을 속이는 짓이지 모꼬. 

느거 반에는 그런 짓 하는 아 없제?


봉숙         (서둘러 일어서며) 여 앉으이소. 


아줌마      하이고, 내가 자리 양보받을 나이는 아인데…… 

(앉으며) 여튼 니 너거 아부지한테 잘해라.     


봉숙이 뒤로 가서 가방을 던지듯 수철의 무릎 위로 내려놓는다.   

   

봉숙         (이를 악물고) 오빠야 때매 내가 미친다!


수철         팔보채에 간짜장하고 짬뽕 곱빼기를 생각해라~.


봉숙         …….


수철         니 오늘 학교 마치고 스케줄 우째 되노?


봉숙         (건성으로 대답한다) 스케줄 같은 거 없는데.


수철         마치고 학교 앞 빵집으로 온나.


봉숙         (어제 일을 떠올리고) 오해…… 하지 마라. 그거는…….


수철         소개팅시켜 주께.


봉숙         ……. (어이없다는 표정)


수철         니가 요새 좀 외로버하는 거 같아가. 이 오빠야가 신경 쪼께 써 줄라칸다. 


봉숙         외롭기는 누가 외롭다꼬……

 

수철         그기 아이고 내 베스트 프렌드가 자꾸 니를 소개시켜 달란다. 


봉숙         내를? 그 오빠야가 우째 알고.


수철       버스정류장에서 니하고 얘기하는 거를 금마가 몇 번 봤는데, 

지 이상형이라꼬 소개시켜 달라 칸 지가 좀 됐다. 


봉숙         몬 소리 하노? 이상형 같은 소리하네…… 

이상한 소리하지 마라 캐라. 나는 좋아하는…… 

음…….


수철         좋아하는 사람도 없으면서 괜히 빼지 

말고. 오늘 학교 마치고 나온나. 


안내양       마을회관 내리실 분, 내리십쇼!     


아줌마 자리에서 일어나 뒷문 쪽으로 나온다.     


아줌마      봉숙이 니, 남학생하고 이래 말 섞고 

댕기는 거 너거 아부지도 아시나? 조심해라.

남자는 너거 아부지 빼고 싹 다 도둑놈이다.      

버스 문이 열리고 아줌마 내린다.     


안내양       오라이!     


무대 어두워진다.      





4     


무대 밝아진다.


빵집 안이다. 


수철과 구식 둘이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다.     


구식         봉숙 씨는 뭐 좋아하노? 


수철         영화 좋아한다. 아랑드롱에 미치가 금마 사진이라카모

끔뻑 죽는다. 근데 얼마 전부터 이소룡으로 갈아탄 거 같기는 하던데……

이야기 잘 안 풀릴 때 써먹어라.


구식         금마가 어디 영화에 나왔는데? 


수철         짜슥~ 아랑드롱도 모리나? 〈태양은 가득히〉! 실수하지 말고. 


구식         〈태양은 가득히〉?


수철          〈조로〉!


구식         〈조로〉? 


수철         참말로 걱정되네…… 니 이소룡은 아나?


구식         이소룡 모르는 사람이 어딨노? (이소룡 흉내를 낸다) 아비요~~! 


수철         됐다. 아랑드롱은 때리치우고 이소룡으로 가자! 


구식         이소룡은 자신 있다. 걱정 붙들어 매라.   

  

이때 봉숙이 쭈뼛거리며 빵집으로 들어온다.


수철 옆에 앉는다.


봉숙 앉자마자 일어서는 수철.     


수철         내 일이 있어가 먼저 일나께.


봉숙         오자마자 가는 기 어딨노.


수철         (친구를 향해) 잘해라이~.


구식         걱정 붙들어 매라.


봉숙         (쑥스러운 듯 귀 뒤로 머리를 넘긴다) 음…….    

 

수철 퇴장한다.      



구식         저는 대찬고등학교, 수철이하고 같은 반 방구식이라고 합니다. 


봉숙         이름이 쪼매 특이하시네예.


구식         이름 때매 별명도 방구, 방꾸석, 구식 말고 신식 많습니더.


봉숙         저도 봉숙이 때매 봉지, 봉자, 주로 ‘봉’자 넣가 별…….


구식         (말을 자르고) 이름 맹크로 얼굴도 아름다우시고 성격도 좋으신 거 같네요.


봉숙         아…… 예. 


구식         봉숙 씨는 취미는 뭐라예?


봉숙         저는…….


구식         지는 영화 보는 거 좋아합니더.


봉숙         저도 영화는 좋아하는데……. 


구식         천생연분이네예. 

영화 좋아하는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좋아하는 배우가.


봉숙         저는…….


구식         아비요!~ 이소룡 팬이라예.


봉숙         이소룡? 아~.


구식        이소룡하모 〈용쟁호투〉지예. 

미국 정보부에서 마약 인신매매범을 체포할라꼬 

소림사 출신, 우리의 미스터 리한테 도움을 요청한다아입니꺼~ 

아비요~~~! 마지막 장면에서 사이드 킥으로 상대방

을 날리가 그대로 창에 내리꽂아 뿌는데~ 

기가 막히지예.

그카고 나와가꼬 멀리서 날아오는 헬리콥터를 찡그리가 쳐다보는데…… 

캬~ 거서 여자들 마음을 죄다 뺏아 뿟다 아입니꺼.


봉숙         저는 〈태양은 가득히〉 아랑드롱 좋아하는데.


구식         이소룡으로 갈아탔다 카든데…….


봉숙         아 진짜…… 이 오빠야가. (오빠를 떠올리며)


구식         아입니꺼?


봉숙         아 이소룡은 내 친구가 좋아하고 우째 됐든 지는 아랑드롱 팬이라예. 


구식         아랑드롱도 좋아…… 하는데. 


봉숙         방구석 씨는 이소룡 좋아하는 내 친구하고 더 잘 어울릴 거 같네예!


구식         방구석이 아이고 방구식…….     


봉숙이 쌀쌀맞게 일어난다.  

   

구식         다음에 같이 아랑드롱 영화 보러 가자!      


봉숙 흘깃 째려보고 나간다. 

    

구식         뭐 이래 되는 기 한 개도 없노.     


무대 어두워진다. 




<계속>




이전 02화 봉숙아 봉숙아(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