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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경숙 Mar 09. 2023

봉숙아 봉숙아(4)

과거 

5장      


무대 밝아진다. 

머리에 무스를 바르고 잘 차려입은 수철이 휘파람을 불며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수철을 발견한 봉숙.

옷에 잔뜩 힘주고 나타난 수철을 신기한 듯 둘러본다.      


봉숙         오빠야…… 어데 가는데…… 이래 쫘악 빼입었노? 


수철         모른 척해라이.


봉숙         그 언니야 만나러 가는 거가? 사귀기로 했나?


수철         구식이가 아랑드롱 영화 보러 가자 카든데. 


봉숙         구식이고 신식이고 일없다 캐라.  


수철         구식이 금마 보기보다 괜찮은 놈이데이.


봉숙         보기에도 괜찮더라.


수철        (얼굴을 쳐다보며) 오~~~ 금마 공부도 

잘하고 저거 아부지가 무신 국회의원이라 캤는데

 엄마는 미국대사관 근무하시고…… 

니 금마 금수저다. 꽉 붙들어라 이 말이다.


봉숙         오빠야 니가 하도 카니까 그냥 해 본 소리다. 괜찮기는 개뿔.


수철         몰라. 니 생각해서 하는 소린데 평양감사도 지가 싫으모 그만이라 캤다. 알아서 해라.    

 

이때 아줌마 등장한다.    


아줌마       봉숙이 아이가.


봉숙         아…… 안녕하세요.


아줌마       여는 버스에서 봤던 그 남학생이네. 


수철         안녕하세요.


아줌마       남자는 너거 아부지 빼고 다 도둑놈이라 캤제.


봉숙         이 오빠야는 남자 아닌데예.


아줌마       뭐라꼬? 카모 야가 남자가 아이고 여자라 이 말이가.


봉숙         그냥 아는 오빠야라꼬예.


아줌마      다 그냥 아는 오빠야에서 출발하는 기라. 

오빠야 오빠야 쫓아다니다가 일도 나고 그라는 기라.


봉숙         일은 무슨 일요. 그런 일 없으예.


아줌마      그래 장담하는 거 아이다.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모르는 기라. 막말로 야가 니 

덥치뿌만 니가 힘이 있나 뭐가 있노. 그날로 인생 

종치는 기라. 

내가 그래가꼬 영자 아부지를 안 만났나.

오빠야 오빠야 하고 졸졸 따라댕기니까네

월매나 안 귀여븠겠나. 그냥 쎄리때리 덥치뿌가 영자가 떡하니 나와뿌쩨. 


봉숙         아줌마!


아줌마       아이고~ 내가 별소릴 다한다. 학생 내가 학생이 꼭 그렇다는 거는 아이고.


수철         아…… 예.     


봉숙이 수철에게 아줌마가 없는 쪽으로 가자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사인을 준다. 

봉숙과 수철, 아줌마를 피해 떨어져 가서 선다.   

   

봉숙         오빠야 내가 물어볼 끼 있는데…… 니는 그 언니야가 와 좋은데? 


수철         니 누구 좋아해 본 적 없제? 연애를 안 해 봤으면 말을 마라.


봉숙         나도 있거든.


수철         (손을 들어 겁을 주는 시늉) 콱~ 거짓말하지 마라. 니는 요~ 내 손바닥 안이다.


봉숙         치~ 말해 봐라. 그 언니야가 어데가 그래 좋은데?


수철         니 아랑드롱 좋아하제


봉숙         무신 아랑드롱하고 비교하노. 

그 언니야를 지금 하늘 같은 아랑드롱 님하고 비교한단 말이가.


수철         말을 하면 그렇다 이 말이다. 니 아랑드롱은 와 좋아하는데?


봉숙        아랑드롱 님의 조각 같은 얼굴은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아무튼

전 세계 여인들의 동경의 대상이고, 

꿈의 파라다이스 같은 존재……

그기 0.001도 연관성 없는 그 언니야랑 뭔 상관이란 말이고.


수철         카모 그 잘생긴 거 말고, 니 김치볶음밥 좋아하제.


봉숙         안 먹으면 섭섭제.


수철         그건 와 좋아하는데.


봉숙         맛있다. 


수철         니 만화책 좋아하제. 그거는 와 좋아하는데.


봉숙         재밌다.


수철         와~ 가스나. 니는 다 이유가 있네……. 


봉숙         오빠야 니는 이유가 없다 이 말이가.


수철         빙고!


봉숙         놀고 자빠졌네.


수철         좋아하는데 이유가 어딨노?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거지.


봉숙         참 단순해가 좋네

.  

수철         복잡한 건 딱 질색이다.   

   

떨어져서 듣고 있던 아줌마가 다시 끼어든다.    

 

아줌마       나도 복잡한 건 딱 질색인데…… 남학생이 그거는 내하고 닮았네.


봉숙         하나도 안 궁금하거든요.


아줌마       봉숙이 니도 남자 보는 눈이 이래 없어가꼬……

 들어봐라. 남자는 자고로 단순해야 한다.

복잡하면 여자관계도 복잡하고 주변 정리도 안 되고

만사가 다 복잡한 기라. 이달에는 전기세가 얼마가 더 나왔네. 

수도 요금은 물을 얼마나 틀어제끼가 20원이 더 붙었노, 

형광등은 저녁 8시 넘어서 키고 밤 10시에는 꺼라. 

한번 세수한 물은 모아가꼬 걸레 빨 때 다시 써라.



봉숙이 수철한테 도망가자고 사인을 준다.

아줌마가 수다를 떠는 사이 둘은 몰래 도망을 간다.


(퇴장)


 아줌마        여편네가 돈을 벌어다 주면 그걸 쪼개고 

쪼개고 아끼가 알뜰살뜰 살림 살 생각을 해야지.

하늘 같은 서방 알기를 지 발톱에 때만도 못하게 생각한다. 

그기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꼬? 

어? 어? 다 어데가뿟노?       


암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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